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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세상

[영화평]킹메이커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2. 1. 31. 17:20

 목적인가? 수단인가? 선거에 없는 것은 '국민'이다. 

  2022년 3월 9일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선거일이다.  선거일을 앞두고 개봉한 영화 '킹메이커'는 대통령 후보가 아니라 대통령을 만드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요즘 선거를 40여일 앞두고 TV토론에 대한 팽팽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우리가 보는 건 양당의 두 후보와 군소 야당의 후보들이지만 그 뒤에는 선거를 돕는 많은 선거캠프의 조직들이 존재한다. 그 존재들 중에서 '책사'역할을 담당했던 인물로 후보가 빛날수록 그림자가 짙어서 보이지 않는 존재인 그 사람, 이 영화에서는 이름이 '서창대'다. 

  서창대는 약방을 맡아서 하기도 하고, 글솜씨도 뛰어나고 뛰어난 책략가이다. 이 이야기는 서두에 나온 닭이야기에 핵심이 있다. 강원도 시골에서 국회의원 후보로 매번 낙선하던 인물이 목포를 거쳐 당의 대통령후보가 되었다가 결국 대통령까지 된 인물인 김운범, 그의 꿈을 함께 꾸다가 그림자에서 머물던 자신의 그림자를 바꾼 서창대의 이야기가 바로 닭이야기이기도 하다. 

 

 매일 알을 낳는 닭이 알을 낳지 않았다. 새벽에 닭장에 갔다가 이웃집 남자가 닭장 앞에서 달걀을 손에 쥔 걸 봤다. 동네 이장에게 일렀지만 이장은 이웃집 남자의 친척이라 씨알도 안 먹혔다. 그러자 닭장의 닭다리에 빨간 털실을 죄다 묶고 그중 한 마리는 이웃집 남자네 닭장에 넣어두었다. 그리고 동네사람들에게 가서 말한다. "빨간 실을 묶은 닭이 우리 닭인데 이웃집 닭장에 있다. 그가 범인이다."닭도 잃지 않고 달걀에 대한 복수도 하니 통쾌한 결말이 아닌가? 이렇 결말을 가진 사람이 서창대다. 

 

   달걀을 가져가 남자에게 다음날 따뜻한 달걀을 가져다 주면 미안해 하지 않겠는가? 미안해 하지 않으면? 그러면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이런 결말을 가진 사람이 김운법이다. 따뜻한 마음을 보여주면 세상은 변한다는 대의를 가진 정치인 김운법.

 

   여기에 또다른 한 축의 인물이 나온다. 이실장이다. "당신의 대의가 김운범이면 나의 대의는 (대통령박정희)각하다. 정의는 승자의 단어다. 덕목 이전에 각자 정의를 위해 싸우는 분들 같다. 각자의 정의, 각 진영의 정의는 다르다. " 힘 있는 자의 승리를 돕고, 그 승리를 정의라고 말하는 인물이다.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 때 어떤 생각으로 만들었을까?

'내가 올바르다고 믿는 목적을 위해서는 올바르지 않은 수단도 정당한가?

정당할 수 있다면 그 선은 어디까지인가?' 라는 질문을 오랫동안 품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 감독의 질문이 이번 영화를 풀어내는 핵심이 아닌가 한다. 

 

"정의는 사회의 질서다. "라고 말한 아리스토텔레스가 있었다고 말하는 김운범에게 "정당한 목적에는 수단을 가질 필요가 없다. 아이스토텔레스의 스승인  플라톤이 한 말이다."라고 서창대는 받아친다. 그 말이 플라톤이 한 말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서창대는 '선거판의 여우'라고 불릴 정도로 뛰어난 책략가이고 '승리를 위해서는 조상의 위패도 팔아먹을 만한' 위인이다. 

 

이 영화에서 주목받을 인물은 누구인가?

   나는 이 영화에서 돋보이는 인물을 서창대(이선균)가 아닌 이실장(조우진)으로 손꼽는다. 국가안전기획부, 중앙정보부에 몸담고 있는 인물로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대통령을 보좌하되 선을 넘지 않으면서도 목적을 달성하는 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서창대가 김운범과의 갈등 국면에 서 있을 때 김운범자택에 폭발물사건을 만들어 서창대를 대통령선거에서 대통령편에서 일하도록 끌어들인다. 사람을 마치 체스판의 체스처럼 다루는 인물이다. 그런 역할을 변화무쌍한 연기로 해내는 그의 역할이 숨어있는 이 영화의 보물찾기다. 

 

 정치인에게 국민은 과연 어떤 존재일까?

  김운범은 번번이 패전의 장수였으나 서창대의 도움으로 승승장구하여 대통령후보에까지 이른다. 그러나 김운범이 보기에 서창대는 정치를 하려면 준비가 안된 인물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서는 서창대가 선거판을 이기게 해주는 인물이지만 대의를 꿈꾸는 김운범에게는 그림자처럼 숨기고 싶은 인물이다. 그래서 서창대는 늘 그림자다. 김운범이 빛날수록 서창대의 그림자는 짙어질 뿐이다. 그러다 결국 서창대는 김운범과 결별한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선거판에 '국민 여러분'은 있어도 '국민'은 없었다. 국민은 대통령후보들이 돌리는 고무신, 와이셔츠, 밀가루, 쌀, 돈봉투를 받고, 또 돌려달라면 화를 내면서 돌려주는 사람들이다. 또, 남북으로 나뉜 6.25이후 전라도와 경상도로 나누는 동서의 '갈라치기' 에 흥분하면서 불붙어 서로 싸운다. 선거 때마다 불거지는 전라도, 경상도 싸움, 거기에 '빨갱이' 논란까지 매번 등장한다. 그런 이슈는 '선거쇼'라고 말하지만 결국 사람들은 그 '쇼'에 흥분하는 사람들일 뿐으로 보여진다. 왜 '킹 메이커'는 '국민의 심리를 이용할 줄 하는 인물'이어야 할까? 국민이 원하는 내용을 전하는 인물은 필요가 없는 것일까?

 

 혹자는 "한국의 행정가는 3류, 정치인은 4류, 기업인은 2류"라고 했다는데 아직도 그 말 중의 정치인은 여전히 4류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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