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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세상

[영화평]카모메식당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2. 1. 31. 15:21

  음식도 사람도 적당한 온도가 필요하다. 

 

  카모메는 일본어로 갈매기다. 카모메 식당 주인 사치에는 뚱뚱한 사람을 좋아한다. 그리고 누군가를 먹이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식당을 열었다. 일식을 만들어도 심심한 맛을 좋아해 줄 것 같은 나라라서 핀란드 헬싱키에 자리를 잡았고, 식당을 열었다. 식당의 주메뉴는 일본식 주먹밥이다.

 

일본식 주먹밥(오니기리)은 밥을 주먹만하게 뭉쳐서 그 안에 절인 매실 으깬 것을 넣고 김으로 감싼 밥이다. 핀란드에서 일본식 주먹밥이라니...... 그래도 그게 통할 것 같아서, 안 팔리면 문을 닫겠다고 생각하고 가게를 운영중이다.

그러나 가게에 손님은 단 한 명도 없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사치에는 사람을 좋아한다. 식당에 오는 사람들에게 하는 인사가 남다르다. 밝고, 경쾌하며 누구라도 와서 따뜻한 한 끼의 식사를 하고 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인사로 반긴다. 손님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고스란히 있는대로 반긴다는 마음이 담겼다.

 

그런 식당에 처음으로 온 손님은 토미 힐트넨, 핀란드 청년이지만 일본말을 할 줄 알고, 일본 만화 영화 노래에도 관심이 있다. 그는 식당의 첫 손님이기에 매일 커피는 무료로 대접받게 되었다. 그는 매일 와서 무료 커피를 마시고 돌아간다.

 

그러다 미도리가 등장한다. 미도리는 세계 지도를 펴고 손가락으로 짚은 곳으로 떠나기로 했다. 손가락으로 짚은 곳이 핀란드라서 이 곳으로 왔다가 사치에를 만났다. 사치에는 토미가 물어본 ‘갓챠맨’ 노래 가사를 물어보고, ‘갓차맨’ 노래 가사를 알려준 미도리는 사치에와 친구가 되어 사치에 집에 머물고 식당에서 일을 거들기로 한다. 미도리는 만화영화에 관심이 많다. 아니 세상에 관심이 많다. “세상엔 아직 우리가 모르는게 너무 많아요.”

 

등장인물 중 마사코는 20년간 어머니와 아버지의 병간호를 하다가 아버지와 어머니가 차례로 세상을 떠나자 핀란드로 관광을 왔다. 왜 핀란드일까? 병간호를 하던 중 핀란드 사람들이 에어기타대회(기타가 있는 것처럼 연주하기), 부인 업고 달리기, 핸드폰 멀리 던지기, 사우나에서 오래 참기 같은 삶에 목매지 않는 대회를 한다는 TV의 소개를 보았다. 여유있게 사는 사람들이 사는 세상을 경험하고 싶어졌다고 했다. 그런데 여행가방을 공항에서 분실했다. 그래서 가방을 찾을 때까지 핀란드를 떠나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매일 가방을 찾았는지 물어보지만 연락이 없다.

 

“좋아 보여요. 하고 싶은 일 하고 사는 거.”(마사코)

“하기 싫은 일을 안할 뿐이에요.”(사치에)

“핀란드 사람들은 왜 이렇게 여유로워 보일까요?”(마사코)

“숲이 있거든요.”(토미)

“숲에 다녀올게요.”(마사코)

숲을 찾은 마사코는 점차 회복되어 가고, 마침내 가방을 찾았다는 연락을 받고 일본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그런 그에게 누군가 고양이를 선물한다. 그녀는 다시 핀란드에 머물기로 한다. 아직 돌아갈 준비가 안되었거나 핀란드의 여유가 필요한 거다.

나는 마사코가 가방을 잃어버렸다는 건 핑계가 아니었을까 싶다. 가방을 찾았다고 연락을 하는 전화 후에 펼친 가방 안은 숲에서 딴 노란버섯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사코가 여유를 찾으러 숲에 갈 때마다 따서 모은 버섯이 황금처럼 빛나고 있었다. 그러니 마사코가 가방을 찾았느냐고 묻던 전화는 빈 전화였다는 생각이다. 마사코는 고양이를 핑계 삼아 다시 사치에의 가게에 남기로 한다. 분명 떠날 때가 오겠지만 지금은 아닌 모양이다.

 

커피를 맛있게 만드는 방법이 궁금한 사람에게 필요한 장면이 나온다.

“맛있는 커피는 남이 만들어 주는 커피에요.” 가게의 이전 주인인 피터의 말이다.

내 손으로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 먹고 싶다면 이런 방법이 있다.

먼저 원두커피를 갈아서 세 스푼을 넣고 손가락을 가루 안에 꽂고 ‘커피루왁’이라고 주문을 왼다. 그런 다음 물을 조금 적신 후에 골고루 물을 부어 커피를 내린다. 주문은 통했다. 모두들 커피 맛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이 방법이 효과가 있는지 나도 궁금하다. (루왁커피는 루왁이라는 동물이름에서 나왔다. 루왁은 달콤한 커피콩만 골라 먹는다. 그 동물이 껍질만 먹고 원두는 배설하는데 그 배설물을 모아서 볶아낸 커피가 루왁커피라고 한다. 세상에서 비싼 커피로 ‘환상의 커피’라고 부른다. )

 

주인공 사치에는 왜 주먹밥을 주메뉴로 택했을까?

엄마가 일찍 돌아가시고, 어릴 적부터 살림을 맡아 해야 했던 사치에. 하지만 아빠가 일년에 두 번 도시락을 만들어 줬다. 남이 만들어 준 주먹밥이 맛있는 법이라고. 운동회와 소풍날에 연어, 매실, 말린 생선을 넣어서 만든 아빠의 투박한 주먹밥이 너무 맛있었던 사치에. 그래서 식당 주메뉴로 주먹밥을 택했다. 고향의 맛이다.

 

주먹밥은 핀란드 사람들에게도 통할까?

처음에는 동양의 작은 몸집을 가진 여성이 연 가게에 아무도 오지 않는다. 시나몬롤을 굽는 냄새를 맡고 동네 사람들이 들어와 빵을 먹고, 커피를 마신다. 거기에 미도리와 마사코, 토미도 함께 있다. 그 후 하나 둘 손님은 늘어서 가게를 가득 메울 정도다. 그리고 제각각 사연을 가진 일본인들과 핀란드인들이 모여 주먹밥을 나누어 먹는다.

 

주인공 사치에는 자기정체성이 뛰어난 인물이다. 자연과 몸의 기운을 하나로 하는 합기도를 익히고, 자기 방식대로 식당에 손님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물컵을 닦는다. 그리고 시간이 되면 수영을 하러 가고,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는다. 미도리가 권하는 대로 일본 관광객을 위해 가게 홍보를 하는 것도 거절한다. 다만, 미도리가 핀란드식으로 청어, 가재, 순록고기를 이용해 주먹밥을 만들어 보자고 했을 때는 거절하지 않고 시도해 본다. 하지만 불평하지는 않는다. 그저 결과를 받아들인다. 가게 첫 손님이라 매일 커피를 무료로 주겠다고 했지만 와서 커피만 마시고 가는 토미를 보면 야속하기도 할 것 같지만 사치에는 전혀 내색이 없다.

“만약 세상이 내일 망한다면 무엇을 할까?”“좋아하는 재료들을 잔뜩 사다가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만들어 먹겠다.”는 사치에의 말은 현재도 진행중이다.

 

사치에가 운영하는 식당이 우리 동네에도 있으면 좋겠다. 따뜻한 미소와 여유로 커피 한잔, 밥 한끼를 먹게 해 주는 인심 좋은 식당 주인이 있는 동네는 행복할 거다. 그 주변도 맛있는 음식 냄새로 행복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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