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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20년 글쓰기-물.흙.불.바람/2022-2023년 글쓰기-물, 흙, 불, 바람 (127)
물.불. 흙.바람 +나
지난 6월 1일 경북 양산의 통도사에 다녀왔다. 통도사는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금강계단이 있는 곳으로 우리나라의 3대 사찰 중 하나다. 3대 사찰이라 함은 법보 해인사, 승보 송광사, 불보 통도사라고 고등학교 때 외우지 않았던가? 이제 50대 후반에야 세 번째 절까지 가 보게 되었다. 그런데 차를 타고 입장할 수 있어서 '사람들을 배려하는구나. 해도 뜨거운데 좀 덜 걸으라는 말인가?' 하는 생각도 잠시. "만 사천원입니다." 라고 안내하는 분의 말을 듣고 "네?" 하고 반문했다. "입장료는 삼천원씩 네 명에 만 이천원, 주차료 2천원, 합이 만 사천원요." 한다. 문화재관람료라는 명목으로 1인당 삼천원을 내라는 말이다. 문화재관람료는 일찌기 박정희대통령 시절에 사유지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고, 국립공원..
5월은 봄. 6월은 여름의 시작이다. 하루 차이라도 빛이 다르고 기온이 달라진다. 부산에서는 해운대 모래축제가 열리고 있다. 2005년이후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2020년 코로나로 인해 열리지 못했다고 한다. 에펠탑의 파리. 스페인 성가족성당. 미얀마 부처님. 영국 템즈. 호주 시드니 . 한국 남대문과 세종대왕. 미국 자유의여신상. 아프리카 모아이석상 등등 밤에 보니 주변의 호텔과 상가에서 뿜어내는 빛들의 향연에 의해 더욱 화려하고 멋지게 빛난다. 관광지의 흥청거림과 인파 속에서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음을 느낀다. 이제 오늘은 마지막 봄이라면 내일은 여름으로 가는 첫날이다. 낮이 있어서 산과 들의 초록이 빛났다면 밤이 있어서 빛과 인간이 만든 세상이 빛난다. 모래로 쌓은 조각품들이 파도 소리와 조명 빛 ..
코로나가 끝을 보인다고 발표할 때 가슴이 쿵 내려앉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느껴졌다. 코로나는 물러간다는데 그럼, 2년 동안 난 뭘 했지?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단지 마스크를 늘상 끼고 살아야 했고 외출은 피하고. 모임도 못 가고 회사와 집만 반복해서 오고 갔을까? 그런 생각이 몰려들었다. 밑도 끝도 없는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아마 그런 게 공황장애의 시작일까? 지끈지끈 두통이 계속되고, 작은 소음에도 신경이 곤두섰다. 가만히 서 있기가 쉽지 않게 불안함과 초조함이 반복되어 숨을 크게 쉬고 나도 불현듯 다시 불안감이 가득 찼다. 그런 상태가 코로나19 감염과 함께 지속적으로 계속 되었다. 몸살기운과 근육통은 불안감, 우울감과 함께 혼돈을 불러 일으켰다. 그런 혼돈은 이어령선생의 돌아감과 더불어 봄..
일요일이라 맨발걷기 좋은 융릉과 건릉의 주위로 난 소나무 산책길을 걸었다. 물론 맨발로 걸었다. 융릉은 우리가 알고 있는 사도세자(훗날 장조로 추존) 부부가 잘들어 있는 곳이다. 건릉은 아들 정조부부가 감들어 있는 곳이다. 사도세자는 27년을 살았고, 혜경궁 홍씨는 80년을 살았다. 정조는 34년을 살았고, 효의왕후는 68년을 살았다. 융릉은 동쪽에 건릉은 서쪽에 배치되어 있다. 우리는 융릉 앞 홍살문이 보이는 곳에서 홍살문과 정자각을 보고 그 뒤로 보이는 융릉을 보았다. 홍살문과 정자(正)각과 능이 한일(一)자로 나란히 배치되어 있지 않고 홍살문과 정자각은 나란히 있는 반면 능은 동쪽으로 살짝 더 이동한 자리에 있다. 뒤주 속에서 돌아간 사도세자가 정자각에 가려 앞이 안 보이면 얼마나 답답할까를 고민한..
“자본주의의 바퀴는 부끄러움이고, 자본주의의 동력은 부러움이었다.”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에 나온 말이라고 한다. 자본주의를 움직이는 동력이 부끄러움을 벗어나 부러움이 대상이 되고자 함에서 나온다는 말이다. 자본주의는 사회주의와 대립되는 구조로 1990년대 구소련의 몰락 이후 거칠 것 없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쳤다. 2008년 경제위기를 겪기까지 20여 년간 자본주의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은 없었다. 콜라병은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물건이라고 할 수 있다. ‘부끄러움과 부러움’은 어떻게 자본주의를 전 세계에 퍼뜨리는 역할을 했을까? ‘가난은 부끄럽지 않다. 다만 불편할 뿐이다.’라는 말은 이제 옛날 말이 되어 버렸다. 가난은 부끄러움의 대명사처럼 사용된다. 그 기저에는 ‘비교’라는 장치가..
2022년 부처님 오신 날과 어버이날이 겹쳤고, 일요일이기도 하다. 국경일을 제외한 부처임 오신 날과 성탄절은 대체 공휴일로 적용하지 않는다. 그러니 내일은 대체 휴일이 아니고 출근하는 날이다. 오늘은 부처님 오신 날이라 절에 다녀왔다. 천명의 군사들을 숨겨주었다는 전설같은 이야기가 있는 천덕산 아래에 신라시대부터 자리잡고 있는 절이다. 청원사의 부처님은 지불(종이 부처님)이라고 한다. 흔하지 않은 소재로 만든 부처님이다. 불자는 아니지만 절은 우리 삶에 매우 친근하다. 가족 나들이 삼아 다녀온다. 날씨도 선선하고 가는 길, 오는 길이 순조롭다. 청원사 들어가는 입구에 작은 다리가 있다. 그 다리에는 "이뭐꼬"라는 말이 적혀 있다. "이것이 무엇인가?"라는 말로 수행자의 화두라고 알고 있다. '이것이 무..
겨울을 지나는 동안 어항에 구피가 한 마리만 남아 있었다. 지난 4월 초순경에 봄을 맞이하여 시장 안쪽에 위치한 수족관으로 구피를 사러 갔었다. 가게 앞쪽에 새장을 내 놓아 파랑새, 잉꼬, 앵무새 등등 예쁜 색을 자랑하고 있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니 거북이들이 너나 없이 모두 바위위에 올라가 모여 있었다. 봄이라 그런지 구피들이 부화한 새끼들도 많이 보였다. 세 마리를 사서 돌아와 어항에 넣어주니 네 마리가 보기에 좋았다. 그런데 밥을 자주줘서인지, 배설물이 많이 생겨서인지 어항의 물이 쉬이 더러워졌다. 어제 아침에 구피의 밥을 주려다 보니 한 마리가 죽어서 물 속에서 서 있었다. 움직이지 않는 데도 배를 드러내고 물에 떠 있지 않고 바닥에 서 있는 게 독특해 보였다. 그대로 두면 살아있는 세 마리에게..
신논현역 교보문고 글판에 김사인의 라는 시가 걸렸다. 언주 역에서 한 정거장 정도는 걸어서 강남 분위기를 느낀다. 교보문고에 들어가니 김영하 작가의 사인회가 5월 1일에 계획되어 있고, 200명을 고른다고 한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세상에 나를 드러내고 싶은 마음, 아직 세상에 드러내지 않은 문제를 드러내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나태주시인의 시와 행복론을 읽으면서 나도 저이처럼 시를 쓰면 남들에게 위로가 되고 남들에게 미소가 되겠구나 싶다. 사실 파랑새는 내 집, 내 마음에 있다고 하지 않던가. 내 안에 있는 나의 글을 길어올려서 글을 써보자. 쉽게 남에게 가 닿을 글 법륜스님처럼 늘 웃는 낯으로도 말할 수 있는 생각과 글 그러다 보면 어느 날 교보문고에서 사인회에 나를 초청할 날도 있을 것이..
평택(平澤)은 넓은 평야와 물이 풍부한 곳이다. 평택을 돌아흐르는 진위천은 안성천과 만나서 서해로 흘러간다. 내리문화공원은 팽성읍에 있다. 오래 전부터 지인에게 소개를 받았던 터라 오늘 방문해 보니 물이 있고, 잔디밭이 있고, 언덕에서 내려다 보는 물과 저멀리 보이는 도시의 풍경이 평화롭다. 봄바람에 물은 파도처럼 출렁이고 햇빛은 따뜻하다. 자전거길이 이어져서 걷기도 좋고, 자전거를 타기에도 좋은 길이다. 봄이 와서 이제 맨발걷기를 해도 좋다. 잔디밭을 맨발로 걸었다. 시간이 바람처럼 빨리 지나갔다. 오래 기억하려고 사진을 몇 장 찍어왔다. 가까이에 안정리 미군부대가 있어서 주변에 미국 , 멕시코, 인도음식점 등이 있고, 아예 간판을 영어로 내건 곳들도 많이 보인다. 캠핑장도 공원 옆에 자리하고 있다. ..
화 내는 사람을 대하는 자세 부처님이 아침 일찍 동냥을 하러 나섰다. 집주인이 동냥을 하러 온 부처님과 제자들을 향해 욕을 퍼붓고, 막말을 했다. "사지육신 멀쩡해서 왜 남의 집에 밥을 얻어먹으러 다니느냐?"하면서 화를 냈다. 이에 부처님이 빙그레 웃기만 하였다. (웃기) 집주인이 왜 웃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부처님이 물었다. (주제를 바꾸기) "당신 집에 손님이 옵니까?" "그럼 손님이 오지." "손님이 선물을 가지고 옵니까?" "그럼, 가지고 오지. " "만약 주인이 선물을 받지 않으면 그 선물은 누구 것입니까?" "그건 가져온 사람 것이지." "그럼 당신이 나에게 화를 냈는데 안 받으면 그 화는 누구겁니까?" ".... 죄송합니다. 들어오시지요." 상대가 화를 낼 때 내가 함께 화를 내면 삼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