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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6. 3.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2. 6. 3. 23:19

 지난 6월 1일 경북 양산의 통도사에 다녀왔다. 통도사는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금강계단이 있는 곳으로 우리나라의 3대 사찰 중 하나다. 3대 사찰이라 함은 법보 해인사, 승보 송광사, 불보 통도사라고 고등학교 때 외우지 않았던가? 이제 50대 후반에야 세 번째 절까지 가 보게 되었다. 

 

 그런데 차를 타고 입장할 수 있어서 '사람들을 배려하는구나. 해도 뜨거운데 좀 덜 걸으라는 말인가?' 하는 생각도 잠시.

"만 사천원입니다." 라고 안내하는 분의 말을 듣고

"네?" 하고 반문했다. 

"입장료는 삼천원씩 네 명에 만 이천원, 주차료 2천원, 합이 만 사천원요." 한다. 

문화재관람료라는 명목으로 1인당 삼천원을 내라는 말이다. 

 

  문화재관람료는 일찌기 박정희대통령 시절에 사유지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고, 국립공원 입장료(국립공원입장료+문화재관람료)를 받아서 정치자금으로 이용할 때로 거슬러 올라가야 이야기가 된다고 한다.  그러다가 노무현대통령 시절에 국립공원 입장료를 폐지하고 나서도 문화재관람료라는 명목은 살아남아서 절에서 징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문화재를 관리하는 문화재청 블로그에서 문화재 관람정보에 대해 자세히 안내하고 있다. 

문화유산 관람정보 - 문화재청 (cha.go.kr)

 

문화유산 관람정보 - 문화재청

 

www.cha.go.kr

 국가 지방자치단체 관리 문화재는 여주 세종대왕 유적은 500원인 반면 삼척 대이리 동굴지대는 12,000원을 받고 있다. 개인(단체)등 관리 문화재는 주로 사찰이 해당되는데 대다수가 무료인 데 반해 법주사 5,000원, 불국사 6,000원 등 익히 들어본 기억이 있는 절은 문화재 관람료를 받고 있다. 

 

 문화재로 지정된 절에서 1962년 제정된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문화재관람료를 받고 있는 것은 문제가 없는 일인가? 무엇이 문제인가? 문화재는 절 전체가 문화재로 지정되지는 않는 점을 감안할 때 문화재로 지정된 건물, 유적에 대해서만 문화재청에서 관리하고, 그에 따른 관리비를 국가에서 지급하면 될 일이 아닌가?

지자체에서 도립공원으로 정했으면 지자체에서 관리비를 지원하면 될 일이다. 

 

 등산 동호회에서는 등산로를 정할 때 일부러 절이 있는 산 뒤쪽에서 등산을 시작하기도 한다. 문화재관람료를 내지 않기 위해서다. 문화재관람료를 받는 절에는 들어가지도 않는데도 내야 하는 부담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 불교신자들은 어떤가? 우리 국민 대다수가 타고난 불교신자가 아니던가? 절에 가면 으레히 불상을 모신 대웅전에 다서 불전함에 쌈짓돈을 꺼내 넣기도 하고,  새로 불사를 짓는 공사에는 기왓장에  온가족 이름을 다 쓰고, '소원 성취 만사형통'을 쓰고 시주를 내지 않던가?

 

 절 앞에서 문화재관람료로 한 번, 대웅전 부처님 앞에서 한 번, 불사 공사 기왓장 시주에 한 번 이렇게 국민들의 시주가 문화재 보호에 보탬이 되는데 연말정산은 할 수가 없다. 늘 현금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어디다 호소할 데도 없다. 

 

 다행히 2021년 한 국회의원이 문화재관람료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고, 불교계에서 크게 반발하여 다시 사람들에게 이슈화 되었다. 이 문화재관람료 문제가 언제부터 언급이 되었는지를 찾아보니 15년전인 2007년에도 있었다. 그래서 국립공원입장료가 폐지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1967년 국립공원제도가 생겼고, 이때 입장료를 받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1975년 국립공원입장료와 문화재관람료가 통합 징수되었다. 그러다 2007년부터 국립공원입장료는 폐지되었다. 그러나 국립공원 안에 있는 사찰들은 문화재 관람 의사와 관계없이 문화재관람료를 받았다. 현재 국립공원 내에서 문화재관람료를 받는 사찰은 2013년 기준으로 24개로 알려지고 있다."
출처 : 기독신문(http://www.kidok.com)

 

 문화재청은 국가가 지정한 기관으로 문화재를 관리하는 일을 하는 곳이다. 그런 기관이 버젓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절에서 문화재관람료를 받고, 그 돈의 어느 부분은 문화재 관리에 쓰고, 또 어떤 부분은 종단에서 비상시를 위해 관리한다고 한다. 그러면 문화재청은 왜 존재하는가? 불교계에 문화재청이 할 일을 맡겨놓고, 국민들은 세금을 내고,  원하지 않아도 절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문화재관람료를 내야 하는 지에 대해 옥신각신할 동안 국가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 2021년 12월에 있었던 일인데 아직도 그에 대해 달라진 소식을 듣지 못했다. 무엇이 문제인가? 

 

 개인적으로 나는 문화재관람료를 내는 절을 자주 방문한다.  잘 관리되어 깨끗하고, 절 마당에 풀 한 포기 나지 않게 관리되는 그 정갈함이 좋아서다. 그 깨끗하고 정갈한 절의 문화재가 있는 그곳에 대한  관리비를 문화재관람료가 아닌 국가의 문화재 관리비로 충당했으면 하는 생각에서 이 글을 쓴다.  다음 번에 해인사를 방문하려고 한다. 그 때는 문화재관람료에 대한 이런 복잡한 생각이 없이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의 조화에 대해 마음껏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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