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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읽히는 시/치유의 시, 삶의 시 (4)
물.불. 흙.바람 +나
모처럼 가족이 둘러 앉아 밥을 먹는다. 팔순 노모는 자꾸만 더 먹으라 하고 마누라는 제발 그만 먹으라 하고 아들 놈은 제 밥 먹기도 바쁘다.
말이 적은 사람 침묵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에게 신뢰가 간다. 초면이든 구면이든 말이 많은 사람한테는 신뢰가 가지 않는다. 나는 가끔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말수가 적은 사람한테는 오히려 내가 내 마음을 활짝 열어 보이고 싶어 진다. 인간과 인간의 만남에서 말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꼭 필요한 말만 할 수 있어야 한다. 안으로 말이 여물도록 인내하지 못하기 때문에 밖으로 쏟아내고 마는 것이다. 이것은 하나의 습관이다. 생강이 떠오른다고 해서 불쑥 말해 버리면 안에서 여무는 것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 내면은 비어 있다. 말의 의미가 안에서 여물도록 침묵의 여과기에서 걸러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불교 경전은 말하고 있다. 안에 말이 적으면 어리석음이 지혜로 바뀐다고. 말하고 싶은 충동을 참을..
첫눈이 온다고 문자를 보냈더니 쌓이던 눈이 그쳐버렸어요 첫눈이라는 말에 보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보내렸더니 그 마음이 아직 덜 익었나 봐요 다시 눈이 내리길 기다렸지만 바람만 휭휭 부네요 올해는 유난히 힘들었어! 하는 그에게 그걸 견디느라 수고했다 보내려 했거든요 소복이 첫눈이 내리면 다시 문자를 보내야겠어요 살아내느라 수고했어 그만하면 괜찮았어 라고요. 올 여름 끝무렵에 봉숭아 물을 손톱에 들였더니 아직 반이나 남았어요. 첫눈이 오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데 올해 힘든 한 해를 보낸 나에게 사랑을 고백해 볼까 하고요. 오늘 다시 눈이 내린다는 예보가 있어요. 미리 사랑을 고백합니다.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