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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20년 글쓰기-물.흙.불.바람/2022-2023년 글쓰기-물, 흙, 불, 바람 (127)
물.불. 흙.바람 +나
매일 아침 식사를 하는 건 직장인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꿀 같은 시간을 잠으로 조금 더 보충할 것인가? 아니면 아침 식사로 에너지를 보충할 것인가? 하는 갈림길에 놓이는 게 누구나 겪는 일이다. 특히 혼자 지내는 사람이라면 더 갈등하게 될 일이다. 산업혁명 이전에는 아침을 먹고 오후 서너시 쯤에 저녁을 먹었다고 한다. 하루 세끼가 아니라 두 끼면 족했다는 말이다. 느긋하게 식사하고 중간에 간식을 먹기도 했겠다. 아침부터 8시간씩 회사에 가서 일을 해야 하는 일상이 시작되면서 아침식사를 거르는 사람이 늘어났고, 8시간을 계속 일할 수 없으니 반으로 나누어 중간에 식사를 하는 점심식사가 일상적인 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2022년 인플레이션으로 직장인들의 점심식사 메뉴 고민이 더 커졌다고 한다. 한 끼..
방학이라 여유로운 마음을 가져본다. 인디언이 말을 타고 달려가다가 멈춰 서서 영혼이 따로 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2022학년도를 마치고 영혼을 추스르는 시간을 가진다. 점심시간 학교 주변 한 바퀴를 돌아보다 골목길 탱자나무에 쪼그라진 채로 매달린 빛바랜 탱자를 바라본다. 담 밑에 떨어진 탱자 하나를 주워서 학교 텃밭으로 가 보니 정갈하게 갈무리하고 남은 흙더미 위로 눈이 하얗게 덮였다. 소한 추위는 꿔서 라도 온다는데 올 겨울 소한 추위는 맥을 못 추는 대신에 미세먼지가 많아졌다. KBS TV 을 연달아 세 편을 봤다. 서울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괴테를 연구하다 전 재산을 털어서 여주에 을 만든 전영애교수가 그 첫 번째다. 퇴직 후 10년 동안 일구었다는 서원은 향후 2~300년..
고전문학평론가 고미숙작가의 공부공동체가 올린 유튜브는 잡담처럼 소소한 일상 속 대화도 있다. 비교적 짧은 대화를 보면서 어떤 내용인지 들여다보았다. 대화 중에 발견한 단어 '브리콜라주'는 궁금증을 자아냈다. 어디서 출발한 개념이고, 어떤 내용일까? 고미숙작가는 음식을 만들 때 무얼 먹을지를 고민하지 않고, 냉장고를 열어보고 있는 재료를 이용하여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상황에 맞게 만든다고 말한다. 그러다 보니 늘 부족하지 않은 삶을 살고, 그 자체가 행복이라고 생각한단다. 브리콜라주( Bricolage)는 프랑스 인류학자인 클로드 레비스트로스(c.Levi-Strauss)가 에서 사용한 문화용어다. 레비스트로스는 문명과 비문명, 서구와 비서구의 경계를 허물고 "인류의 다양한 문화를 꿰뚫는..
지역난방공사 굴뚝에서 흰 연기가 연신 하늘 높이 치솟아 오른다. 영하 15도를 오르내리는 추위 탓에 쨍해진 고기압의 덕분에 더 힘차게 올라간다. 거침없이 오르는 수증기가 마치 연기처럼 보인다. 옛날 초가집 지붕 위의 굴뚝 위로 올라가던 흰 연기는 그 집에 오순도순 모여 앉아 아랫목의 뜨뜻한 기운을 연상하게 한다. 지역난방공사의 흰 수증기는 아파트, 상가, 건물 안의 사람들이 천정의 시스템 난방을 즐기는 모습은 연상하게 한다. 예전에는 아래에서 올라오는 바닥의 열기를 느꼈고, 이제는 위에서 내려오는 열기로 추위를 녹인다. 지역난방공사(https://www.kdhc.co.kr/kdhc/main/main.do)는 수도권과 대도시를 중심으로 열병합발전을 이용하여 난방과 냉방을 담당하고 있다. 개별 난방보다 열효..
오늘은 동지(冬至)다. 해가 가장 짧으니 밤이 가장 긴 날이다. 옛 풍습에 의하면 밤이 길어서 귀신이 활동하기 좋은 날이니 붉은 팥으로 죽을 쑤어 액귀를 물리치는 용도로 썼다고 전해진다. 작년까지는 동지 팥죽을 집에서 만들었는데 올해는 여의치 않았다. 퇴근길에 본죽에 들러서 한 그릇 포장해 오려고 했다. '오늘은 동지 팥죽만 판매합니다' 벽에 붙인 안내판이 보이고, 매장 안에 길게 늘어선 줄도 보인다. 팥죽 두 그릇을 사 가지고 돌아와 가족들과 나누어 먹고 액운이 물러나기를 기원했다. 2023년이 7일 앞으로 다가왔다. '검은 토끼의 해'라고 검색을 해서 그런지 그전에 썼던 '(서평)검정토끼'가 검색되고 있다. 서둘러 '검정토끼의 해'에 대해 알아본다. 누군가 궁금한 분에게 궁금증에 도움을 드리기 위해서..
춥고 고독한 한국, 인구도 현저하게 줄고 있다. 2021년 고독사(孤獨死)실태(이화여대 정순둘교수)를 보니 전체 인구 5174만 5천 명 중에서 고독사로 죽은 사람이 3378명이었다고 한다. 2017년에는 고독사로 추정되는 사람이 2712명이었다고 하니 5년 사이에 비율이 높아진 것을 볼 수 있다. 2021년에 사망한 사람은 31만 7,680명이었다. 전체 사망자의 1%에 달하는 사람이 고독사였다. 고독사한 사람 중 5~60대의 남성이 1/2에 달했다. 한국 사회의 사회적 고립도는 34%라고 한다. 10명 중 3명이 고립되어 있다는 의미다. 고립이란 '몸이 아플 때 집안일을 부탁할 사람이 없다, 우울할 때 이야기를 할 상대가 없다'는 응답률을 나타낸다. 2019년 27.2%에 비해 7%나 높아졌다. 하루..
부부 백년해로의 비밀, 행복한 결혼 생활의 비밀 작가 도스토예프스키는 아내 안나와 정반대의 성격이었다. 기질도 달랐다. 둘은 정반대 관점이었지만 서로를 바꾸려 한 적이 없었다. 상대의 영혼에 개입하지도 않았다. 안나는 그 덕분에 남편과 화목하게 살 수 있었다고 믿었다.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서로 편안해질 수 있다. 그래서 그 편안한 분위기가 서로의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게 하니 질병으로부터도 멀어질 수 있다. 모든 질병은 마음으로부터 비롯된다. 오늘 동료직원이 몸이 아파서 병원 진료를 받고 있다는 말을 듣고 사무실을 방문하여 직원에게 물었다. "혹시 요즘 기분은 어때요? 혹시 기분이 우울하지는 않나요?" 직원이 깜짝 놀라면서 말한다. "아니,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우리 몸과 마음은 ..
나무는 망설이지 않는다. 지난주 금요일 오후에 울타리 안에 있는 은행나무들이 하나 둘 샛노랗게 물든 걸 보았다. 어떤 성급한 나무는 이미 반쯤 나뭇잎을 붙든 손을 놓아 버렸다. 우수수 떨어진 잎들이 나무줄기 주변으로 옹기종기 모여 있다. 아이들이 모여서 나뭇잎을 모아 머리 위로 흩뿌리는 놀이를 하며 논다. 그러나 꼿꼿하게 서서 "난 아직 아니야!"하는 자세로 덜 물든 은행나무를 보았다. '그래, 넌 아직 준비가 덜 됐구나. 그럼 다음주까지 볼 수 있겠네. 다음 주에 보자.' 하고 헤어졌다. 그리고 월요일에 출근해서 보니 이게 웬걸. 모두 다 쏟아져 내려서 몇 안 되는 나뭇잎만 매달고 있었다. 나는 준비가 안됐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토요일, 일요일 사이 준비가 되었고, 어느 날 밤에 한꺼번..
아침식사로 달걀을 먹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된 일이다. 처음에는 냉장고에서 꺼낸 달걀을 찬물에 넣고 삶았다. 삶은 달걀을 찬물에 담가서 열기를 빼낸 다음에 까서 한 두 개를 먹는다. 그런데 잘 까지지 않고 속껍질을 분리하는 게 어려웠다. 그러다 어느 날은 따뜻한 물에 담가 두었다가 달걀을 삶기로 했다. '어라? 달걀 껍데기가 잘 까지네?' 바쁜 아침이지만 신통하기도 하여 물에 담가 둔 달걀을 들여다보았다. 달걀마다 물방울이 방울방울 올라오는 게 보였다. 말로만 들었던 달걀의 숨구멍을 눈으로 확인하게 된 것이다. 잊고 있었다. 달걀에도 숨구멍이 있었다는 걸. 사람도 숨을 쉰다. 하지만 평소에는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는다. 법구경에 이런 말이 있다. '녹은 쇠에서 생긴 것인데 점점 그 쇠를 먹는다.'..
지금, 살아있는 사람에게 꽃을 보내라 "산 사람에게 꽃을 보내라. 죽은 사람에겐 보내도 보지 못한다. 돌이켜 보면 모든 것을 그렇게 당연하게 여기지 않았더라면 우리 삶이 훨씬 더 만족스러웠을 거 같네."- 제6장 영어로 현재를 present, 즉 선물의 의미와 동일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본 아파트 정원의 풍경은 황홀하다. 노랑, 갈색, 주황으로 단풍이 예쁘고, 날씨도 포근하여 사람들이 일상을 살고 있다. 지근 나는 행복한 삶 속에 있는 것이다. 요즘 읽고 있는 -김훈-의 문구다. "총구를 고정시키는 일은 언제나 불가능했다. 총을 쥔 자가 살아있는 인간이므로 총구는 늘 흔들렸다. "살아있기에 감정과 생각은 출렁이고 우리는 늘 망설이고 엇갈리고 후회와 실수의 반복처럼 보이는 삶을 살고 있다. 김훈이 안중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