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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콜라주( Bricolage)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3. 1. 4. 17:28

고전문학평론가 고미숙작가의 공부공동체가 올린 유튜브는 잡담처럼 소소한 일상 속 대화도 있다. 비교적 짧은 대화를 보면서 어떤 내용인지 들여다보았다. 대화 중에 발견한 단어 '브리콜라주'는 궁금증을 자아냈다. 어디서 출발한 개념이고, 어떤 내용일까? 고미숙작가는 음식을 만들 때 무얼 먹을지를 고민하지 않고, 냉장고를 열어보고 있는 재료를 이용하여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상황에 맞게 만든다고 말한다. 그러다 보니 늘 부족하지 않은 삶을 살고, 그 자체가 행복이라고 생각한단다.

브리콜라주( Bricolage)는 프랑스 인류학자인 클로드 레비스트로스(c.Levi-Strauss)가 <야생의 사고 The Savage Mind>에서 사용한 문화용어다. 레비스트로스는 문명과 비문명, 서구와 비서구의 경계를 허물고 "인류의 다양한 문화를 꿰뚫는 인간정신의 동일성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야만적 문명 속에서도 인류 보편적인 문화적 구조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가 남미 아마존 마토 그로소 워주민을 관찰한 결과 뭔지 모르는 물건을 수집했다가 여차할 때 요긴하게 써먹는 능력이 부족 존속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발견했다. 그런 행동을 브리콜라주(Bricolage)로 명명했다. 현대에 와서는 '손에 닿는 어떠한 재료들이라도 가장 값지게 창조적이고 재치있게 활용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그리고 브리콜라주 활동을 통해 한정된 자원과 도구를 가지고 창의성을 발휘해 새로운 무엇을 창조해내는 사람을 브리콜뢰르(Bricoleur)라고 한다.

' 회복탄력성'이라는 용어로 유명한 작가 다이앤 쿠투(Diane L. Coutu) 하버드 비즈니스비류 전수석편집자는 회복탄력성을 '역경에 부딪혀도 극복하고 일어나는 힘'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교육, 경험, 훈련보다 개인의 회복력 수준이 성공과 실패를 결정한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회복탄력성의 비밀을 세가지 꼽았다.  냉정한 현실 직시, 의미 창출, 브리콜라주다.

그중 브리콜라주는 낯선 용어지만 알고보면 어렵지 않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비빔밥으로 만들어 먹는 문화가 바로 브리콜라주다. 육회비빔밥, 성게알비빔밥, 00비빔밥...... 재료는 지역 특성과 개인의 요구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게 아닌가? 독서도 마찬가지다. 책을 읽으면 어디다 쓰냐고  하지만 독서가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지 않던가? 우리 조상들은 있는 그대로의 여건을 이용하여 현재의 역사를 만들어 왔다. 2023년은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라고 한다. 브리콜라주는 특히 어려운 상황에서 빛을 발하는 용어다. 브리콜라주는 새로운 용어가 아니라 이미 조상들이 1만 년 동안 해온 생활방식임을 기억한다면 2023년의 어려움이 그리 크게 고달프지는 않을 수도 있다. 브리콜라주! 주변의 모든 이들이 평화롭고 행복하기를 기원하며 새해  아침에 쓴다.

*이 글을 쓰고 저녁에 고미숙작가의 책 <몸과 인문학>(2013년)을 펼치니, 이미 2016년에 읽은 내용인데 2023년에 다시 그 용어가 내게 새롭게 부각된 모양이다. 브리콜라주! 있으면 있는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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