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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히는 시

매월당 김시습 ‘사청사우(乍晴乍雨)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2. 1. 3. 21:09

잠시 개었다 다시 비가 오고, 비가 오다가 다시 날이 개는구나.

하늘의 이치가 이러하거늘 하물며 세상의 인정이랴

나를 칭찬하던 이가 오히려 나를 헐뜯고

공명을 피하던 이가 다시 명예를 구하려 하네

꽃이 피고 지는 것을 봄이 어찌 상관할 수 있으랴

구름이 가고 오는 것을 산은 다투지 않는다

세상 사람들아, 모름지기 내 말 잘 새겨들으시오

즐겁고 기쁜 일을 평생 누리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오

 

-매월당 김시습 ‘사청사우(乍晴乍雨) 전문-

 

 사(乍)의 음과 훈은 '잠깐 사'이다. 자주 쓰지 않는 한자라서 찾아본다.  '꽃이 피고 지는 것을 봄이 어찌 상관할 수 있으랴 구름이 가고 오는 것을 산은 다투지 않는다.' 이 표현에서 '스스로 자 (自)와 그럴 연(然)' 이 생각난다. 자연(自 然)은 스스로 있되, 구름이 오는 것을 다투지 않는다는 말과 정확히 일치한다. 

 

  지은이가 하고 싶은 말은 '즐겁고 기쁜 일을 평생 누리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는 지혜의 말이다. 그러니 자신이 나름의 행복을 지어내고 의미와 재미를 찾으면서 살아갈 일이라고 넌지시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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