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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수요일(시 큐레이터)

詩< 일요일에 심장에게>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1. 11. 6. 20:36

2021 강원도 철원 고석정 꽃 축제

 

  일요일에 심장에게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고마워, 내 심장

투덜거리지도 않고 소란 피우지도 않으며

타고난 근면함에 대해

어떤 칭찬도 보상도 요구하지 않아서.

너는 1분에 70번의 공덕을 쌓고 있지.

너의 모든 수축과 이완은

세상을 두루 여행하라고

열린 바다로

조각배를 밀어 보내는 것과 같지.

 

고마워, 내 심장

매 순간순간마다

나를 남들과 구별되는 존제로 만들어 주어서.

꿈에서조차 독립된 존재로.

 

너는 계속 확인해 주지.

내가 꿈속으로 영영 날아가 버리지 않도록.

날개가 필요 없는 마지막 비상 때까지는.

 

고마워, 내 심장

나를 다시 잠에서 깨어나게 해 주어서.

비록 오늘은 일요일.

안식을 위해 만들어진 날이지만

내 갈비뼈 바로 아래에서는

영원한 휴식 전의 분주한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지.

 

- 시 전문-

 

 오늘은 코로나를 이유로 만나지 못했던 두 분의 인생친구와 함께 수원의 여우길을 걸었다.  단풍이 곱게 든 벚나무, 은행나무, 단풍나무를 지난다. 달콤한 향기가 나는 계수나무 밑도 지난다. 산수유는 빨갛게 열매가 물들고 있다.  여우길을 지나 광교호수까지 이른다.

 맨발걷기에 좋은 길이다. 친구와 이야기 나누며 걷기에 좋은 길이다. 길을 걷고, 이야기를 나누도록 심장은 쉬지 않고 수축과 이완을 반복해 주었다.  그래서 나는 발밑으로 나뭇잎과 흙과 돌, 바위의 촉감을 느꼈다. 오랫만에 눈이 시원하였다.  시원한 바람을 방해하는 선글라스는 접어서 가방에 넣어두었다.  바람, 흙, 햇살을 느끼면서 인생친구를 만나니 행복한 시간이다.

  이제 소중한 사람은 더 소중하게 만나고 싶다. 

 만나고 싶은 사람은 더 자주 만나고 싶다.

그러기 위해 건강하게 유지해 주는 나의 몸이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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