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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히는 시

詩 <상사화>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1. 11. 16. 17:20

상사화

 

              도종환

 

남쪽에선 태풍이 올라오는데

상사화 꽃대 하나가 쑥 올라왔다.

자줏빛 꽃봉오리 두개도 따라 올라왔다.

겁도 없다

 

숲은 어떤 예감으로 부르르 떨고 있는데

어떤 폭우 어떤 강풍 앞에서도

꽃 피우는 일 멈출 수 없다는

저 무모한

저 뜨거운

 

- 시 전문-

 

상사화가 겁도 없이 태풍 예고도 아랑곳 하지 않고 쑥 올라온다.

꽃 피우는 일을 멈출 수 없다고, 무모하게, 그리고 치밀어 오르는 뜨거움으로 생명을 밀어 올리고 있다.

 

이전에 같이 근무하던 동료가 한 말이 생각난다.

"그게 내 일이니까요!"라고 말하는 그 말이 좋았다고.

 

자기 자리를 지키는 사람,  무모할지라도 그 일을 해내는 사람이 아름다운 사람이다.

풍경을 만드는 사람들 말이다.

마치 태풍을 맞서서 올라오는 상사화처럼.

 

내 주위에는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바보같은 사람들이 있다.

그 덕에 내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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