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0. 23.

  직장을 옮기고 승진을 하는 게 좋을 때가 있다.  그동안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소원했던 지인들과 식사 제안을 하거나 제안을 받는 기회가 많아진다.  못 만난 지 5년이 넘었어도 만나면 반가운 사람들이다.  오늘은 바로 그런 지인, 이전 직장의 동료들이 마련한 자리다.  

  그중 한 사람이 의원면직을 했다고 한다.  정년이 10년 정도 남았는데 의원면직을 한 이유가 뭘까? 이유는 공무원연금에 있었다. 2022년까지는 61세에 연금이 개시되는 반면 2023년이 넘으면 65세에 연금이 개시되는 법이 적용된다고 했다.  그러니 정년까지 건강하게 근무할 자신이 없어서 그런 선택을 했다는 거다. 요즘 문제가 되는 학교폭력, 학부모 민원, 안전사고 문제 등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50세에 이른 퇴직을 하고 프리랜서 기간제교사가 되었다.  현재 서울과 경기도는 기간제교사를 69, 70세까지 할 수 있다. 

 

 이 쯤에서 뭔가 질문이 생기지 않는가? 첫째, 오래 근무하면 연금 혜택이 더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지? 연금 개혁이 슬그머니 이루어진 탓에 연금 지급 연령이 늦어지는 것을 알고는 이른 퇴직을 선택한 것이다.  기여금을 더 이상 붇지 않으니  기간제교사 월급이 이전의 월급보다 많다. 또, 명예퇴직을 하지 않았으니 기간제교사라도 매년 호봉이 오른다. 이런 이유로 지인은 이른 퇴직을 결정한 것이다. 

 

 또 하나의 질문이 있다.  연금을 받는 사람은 물가인상율만큼 연금이 인상된다. 반면 현직에 근무하는 사람은 정부의 정책에 따라 인상률을 적용받는다. 물가인상률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그렇게 따진다면 일찍 명예퇴직을 하고 연금을 받는 사람이 현직에 남아서 교육계의 유지, 성장, 발전을 위해 기여하는 사람은 금전적 손해를 보면서 근무를 하는 셈이 된다. 결국 학교 현장에 남은 사람은 계산기 두드리지 않고 미련하게 사명감이든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건 남아 있다는 점이다. 

 

  지금의 현실이라면 떠나지 않는 사람이 미련해 보인다.  직장에 남아서 오래 일할 수 있는 근로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능력 있고, 20년 이상의 노하우를 가진 분들이 학교 현장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결국 학교는 껍데기만 남고 그 안에서 애쓰던 분들은 하나 둘 떠나고 있다. 신규 교사도 떠나고, 연금을 계산하는 능력 있는 교사들도 떠나고 기간제교사로 남아서 언제든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교육청은 그런 기간제교사라도 모아서 일을 하게 해야 하니 제한 연령을 70세로 올렸다. 이제 학교는 아이들도 줄고 교사들도 저절로 줄어들고 있다. 자연적인 감소 현상이 정규 교사들에게서도 일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