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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불. 흙.바람 +나
2023. 8. 3. 본문
서울시교육청은 앞으로 학부모 상담 대기실을 마련하고 거기 cctv를 설치하겠다고 한다. 학부모가 앱을 통해 상담을 신청하면 학교에서 교장, 교감이 앱을 보고 상담 일정을 정하여 상담일에 학교에 방문하게 한다는 내용이다. 서울시에서도 원하는 학교에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교육감은 학부모가 격앙된 마음을 가다듬을 시간이 필요하니 상담 일정을 기다리는 동안 좀 진정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겨 있다고 말한다. (mbc 라디오 , <김종배의 시선집중>, 2023. 8. 3. 내용)
왜 진상 학부모가 학교에 오는 것만 문제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러 차례 전화, 문자로 감정 쓰레기통이 되게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녹음이 가능한 전화기로 바꿔주겠다고 한다. 무례한 학부모, 학생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대안은 없다. 다시 학교가 떠안고 가야 한다는 내용으로 보인다. 결국은 돈으로 해결한다는 내용이 아닌가 싶다. 아쉽다. 성급한 내용 결정이다 보니 좋은 대안은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는 사이 초등교사들의 모임을 지켜보던 중등학교, 특수학교, 유치원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발표하고 있고, 교장과 교감이 학부모에게 고소당한 사건도 기사화되어 쏟아지고 있다. 지역의 교장협의회, 교감협의회는 버스를 대절하여 광화문 집회에 가는 교사들과 동참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교사만 겪은 문제가 아니라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 중, 고등학교,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학교가 몸살을 앓고 있던 문제가 이제 밖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교육을 서비스로 규정하는 순간 학부모와 학생은 소비자가 되고 학교는 공급자(판매자)가 된다. "손님이 왕"이라는 말을 대입시키면 작금의 현실이 왜 그런지 알 수 있다. 마치 물건을 사러 마트에 가듯이 교육도 그 수준으로 보는 것이다. 그래서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타박을 놓는 걸로 보인다.
"수박사러 왔는데 수박이 맘에 안 드네."
"그럼 딴 데 가서 살게요." 이런 식으로 학교를 대한다면 곤란하다. 왜냐하면 교육은 서비스가 아니다. 교육은 '사람을 긍정적인 면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교육의 당사자는 교사가 아니라 학생이다. 그런데 거기 '서비스'가 과해지면서 마치 교사가 교육의 대상이 되어버린 형국이다. '수요자'라고 학생과 학부모를 개념화하는 동시에 벌어진 현상이며 이건 비단 한국의 문제만은 아닌 걸로 보인다. 미국은 경찰관을 투입하고, 일본도 '몬스터 페어런츠(괴물 학부모)'가 있는 걸 보면 말이다.
부산시에서는 2024년부터 유치원, 초등학생을 대상으로'24시간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점점 부모로부터 아이를 떼어놓는 정책을 도입하는 건 아이의 정서교육에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부모가 돈을 벌지 않아도 아이를 맘껏 키울 수 있도록 집과 양육비를 제공하는 정책으로 우회하면 될 일인데 국가가 아이의 교육과 보육을 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문제적 발상이다. 부모교육은 '부모'만 할 수 있다. 정부 차원에서 제공하는 돈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부모교육=정서교육이고 정서교육=나라의 정서와 직결된다. 나라가 혼란해지고 '묻지 마 살인, 폭행'이 많아지기를 바라는 위정자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발상은 접어두시기를 바란다. 자녀교육은 부모에게 맡겨주시라.
나는 작금의 학교에서의 학부모 갑질 문제, 학생의 교사 폭행 문제를 대처하기 위한 네 가지 아이디어를 생각해 본다.
첫째, 초임 교사에게 수습기간을 부여하자. 사범대학, 교육대학 졸업하는 학생들은 교생실습을 가게 되는데 그 기간만으로는 초임 교사가 학급을 혼자 운영하는 데는 어려움이 크다는 것이 문제다. 특히 코로나 이후 어려워진 학생 생활지도를 감안하면 더 심각하다. 그러니 초임교사는 경력 교사와 함께 1년 정도 1학급 2 교사 체제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일반 회사는 3개월 정도 수습기간이 있어서 일을 배우게 한다. 직장 적응 기간은 아무리 유능한 사람일지라도 꼭 필요한 기간이다. 정부 차원에서는 예산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학교에 쏟아지는 여타의 예산을 줄이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두 번째, 학부모 교육이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17세에서 19세까지로 성인의 몸을 가지고 있다. 18세를 기준으로 미성년과 성년을 가르지 않는가? 18세가 되기 전에 성교육과 함께 부모교육도 병행하자. 필요하면 교과를 만들어 교양교육을 받게 하는 것이다. 1학기만 제대로 교육하고 인형을 가지고 간접 체험을 하도록 하자. 아이를 임신한 기간 중에도 예비 아빠와 엄마가 자녀교육을 받도록 하자. 교육기관은 보건소, 시청에서 지정하고 지정한 날에 정해진 날짜만큼 교육에 참여하게 하자. 유치원에 입학할 때도 입학식 전에 부모교육을 필수로 하자. 초등학교 입학식 전에 부모교육을 필수로 하자. 중학교, 고등학교도 마찬가지다. 의무교육인 만큼 부모교육도 의무적으로 실시하자.
세 번째,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는 일정기간을 휴직하게 하자. 생후 3년까지는 어떤 일이 있어도 부모가 집에서 아이를 돌볼 수 있도록 하자. 부모에게 집을 제공하고, 육아비용은 물론이고 생활비까지 지원하자. 유치원, 학교가 교육기관이지 보육기관은 아니다. 부모가 회사에 나가서 일을 한다는 이유로 아이를 국가가 나서서 키워준다는 식의 발상은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생각이다. 부모가 돈을 벌어 결국 아이의 양육비를 대고, 학원비를 대는 상황이지만 결국 부모와 아이가 원하는 삶에 도달할 수 없는 구조라면 (전국의 학생이 누구나 의대에 가서 의사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일찍이 보다 행복한 삶을 찾는 게 현명하지 않은가? 여성가족부가 아닌 행정안전부 차원에서 '부모 복지 정책'을 만들자. 집도 주고, 양육비도 주고, 최소 3년간은 엄마 아빠가 육아 휴직을 할 수 있도록 하자. 우리는 이제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중이다. 과거에서 답을 찾는 것도 좋지만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답을 찾아 나가자. 예산은 부동산 관련 세금에서 충당하자. 노동을 대가로 받는 임금에 매기는 세금과 부동산으로 얻은 대가의 세금이 같으면 안된다. 부동산 관련 세금을 높이면 부동산 문제는 해결될 수도 있다.
네번째, 경쟁 교육에서 밀려난 도덕교육, 인성교육을 강화하자. 도덕이라는 과목이 있지만 이제 도덕을 말하는 순간 진지충(너무 지나치게 진지한 사람), 꼰대(시대에 뒤떨어지는 사람)으로 인식되기 일쑤다. 그런 사회적 인식을 바로 잡아야 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예의, 충성, 효도,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력과 같은 가치 덕목을 중요하게 여기면서 살아간다. '돈'을 얼마나 가졌는가로 잣대를 대려고 했던 우리의 문화가 가져온 결과를 수용하고 이제부터라도 인성교육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모든 교과에 인성교육을 접목하여 교육하자. 수학, 영어, 국어 시간에 엎드려 있는 학생을 깨울 수 있는 건 '동기부여'다 . 동기부여의 씨앗을 '인성교육'에서 찾아보자. 더이상 학생 탓, 학부모 탓, 교사 탓으로 내몰지 말고 국가적인 교육정책을 수술대에 올려놓으면 어떨까? 탓하는 건 누구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발상이다. 책임지는 사람이 어른이다. 어른이 필요하다.
정리해 보면 초임 교사에게 수습 기간을 부여하여 적응하고 대처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자, 학부모교육을 국가 주도로 운영하자, 아이의 정서교육을 위해 부모가 3년동안 육아휴직을 내고 아이를 돌볼 수 있데 하자는 내용이다. 국가가 나서서 아이의 교육을 책임지겠다는 발상은 결코 불가능하다. 정치인들의 포퓰리즘식 아이디어에 더이상 교육을 이용하지 말기를 바란다. 그리고 유.초.중.고. 대학의 교육과정 내용에 '인성교육'을 강화하자. 창의력도좋지만 윤리의식이 바탕이 되지 않은 교육은 엄청난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교육의 가장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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