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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불. 흙.바람 +나
2023. 8. 5. 본문
지난 7월 18일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서이초등학교 교사(신규 2년 차)를 추모하고, 교육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3차 집회가 서울 경복궁역에서 진행되었다. 전국 유.초.중.고등학교 교원(교사. 교감. 교장)이 가족과 함께 참여하였다. 1, 2회 집회에 함께 하지 못한 미안함도 있고, 역사의 현장에 힘을 보태고자 오늘 집회에 참여하였다. 죽는 날 아침까지 학부모와 통화를 했고 극단적 선택을 학교의 교실 옆에 있는 창고에서 하기까지 두렵고 참담했을 심정을 생각하고 모인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려볼 수 있기에 외면하고 싶지 않았다.
경복궁역에 도착하기 전부터 하나 둘 검은 옷을 입은 분들이 지하철에서 모습을 보였고, 시청역부터 내리기 시작했다. 지리를 잘 몰라 안내하는대로 경복궁역에 내리고 검은 옷을 입고 한 줄로 서서 이동한다. 연두색 조끼를 입고 손팻말을 들고 선 분들이 보인다. 5번 출구로 가야 한다고 해서 보니고궁박물관으로 나가서 기와 담장을 끼고 순서를 기다려서 큰 길로 나왔다. 신호등을 두 개 건너 <커피 빈> 카페 쪽으로 가서 3구역쪽으로 자리를 안내받았다.
늦게 간 덕분인지(?) 나무 그늘 아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미리 오신 분들이 퇴약볕 아래서 아스팔트 위에 자리를 깔고 앉아 있었다. 오늘은 1,2차 집회에 함께 하지 못했던 교장선생님들이 참여하였다. 성명서를 낭독하고 끝까지 교사들과 힘을 합해 학생과 교사가 안전하게 교육하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약속도 했다. 경기도 지역 여러 곳에서 교장협의회에서 버스를 대절하고 교통편을 제공하기도 한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성명서까지 발표하니 교사들에게도 힘이 더해지는 분위기였다. 이후 26년 경력에 인성부장만 8년 6개월을 한 교사가 학교 상황을 이야기했다. 마치 부속품을 갈아 끼우듯이 다른 사람으로 교체되는 현실을 마음 아파하고 환경을 개선해 달라는 호소는 외면하면 안 되는 절규였다. 다음 누구의 차례인가? 를 고민해야 하는 환경이라면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가? 이어서 고등학생이 생각하는 교권과 학교 이야기 순서였다. 학생들이 보더라도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다면 그런 학교를 좋은 마음으로 다닐 수 있겠는가?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고 모든 일터에서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 해병이 죽고, 기계를 다루는 일을 하던 청년이 죽고, 경찰이 죽고, 소방관이 죽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사람의 목숨이 가벼이 여겨진다는 건 옳지 않은 일이다. 정부, 국회, 교육부, 교육청에서 모든 사람의 고귀함에 대한 생각을 기본으로 삼아야 바뀔 일이다. 쉽지 않을 것이다. 바뀌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이런 개선의 목소리를 내는 일은 중요하다. 작은 목소리가 모여 큰 목소리가 되고 자성(自性)의 목소리가 모여 교육 환경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교사들도 교육의 본질을 고민하는 철학자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학부모들도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다. 학생들도 학교에서의 교육을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저절로 얻어지는 건 없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이런 노력들이 모여 세상이 변화할 것이다.
집회는 3시 30분경에 끝났다. 경찰관들이 곳곳에서 안내하고, 온열질환으로 쓰러지는 분이 없도록 관찰하고 주최 측에서는 얼음물을 나르는 등 질서정연한 집회였고, 집회가 끝나고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집회였다. <꿈꾸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가르친다는 건... 배운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이라는 노래의 가사처럼 희망을 말하는 집회로 인해 2023년 8월 이후의 학교는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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