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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지도... 보는 방법에 따라 다르다 본문
매년 국토지리정보원에서 한국지도와 세계지도를 제공한다. 올해 초부터 둥근 통에 들어있던 걸 꺼내 학급으로 보내고 남는 한 벌은 사무실 칠판에 붙였다. 한국지도와 세계지도를 나란히 놓고 보니 카리브해가 쿠바 인근의 바다이고 그 언저리에 첼리스트 카잘스 부모의 고향인 푸에르토리코가 있음도 알게 되었다.
가끔 들여다보는데 한가운데 태평양이 펼쳐져 있어서 시원한 감이 있고,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가 한 덩어리이고 남북 아메이카가 한 덩어리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어떤 세계지도를 볼까? 우리는 우리나라가 가운데에 있는 세계지도를 보고 있는데 말이다.
현재 세계지도는 메르카토르도법으로 그린 지도다. 구형 지구를 평면화하는 과정에서 경도선이 완전히 모이는 극지방을 적도의 경도와 같은 비율로 편 것으로 항해에는 용이하나 실제 면적이 왜곡된다. 특히 적도 인근은 정확하지만 극지방으로 갈수록 실제보다 훨씬 더 크다. 유럽, 북미의 크기는 확대하고 아프리카, 아시아 등지의 크기는 실제보다 더 작게 보인다. 서구의 우울성을 강조하고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김동기교수의 <지정학의 힘>을 빌지 않더라도 세계인의 눈으로 본 한국의 위치는 아시아 동쪽의 작은 나라인데 그나마 분단국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10위(혹은 7위라고도 한다)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4차 산업혁명의 쌀이라고 하는 반도체는 세계 3대 기업 중 하나인 삼성이 생산하고 있고, 조선, 자동차, 문화까지 전 세계의 이목이 한국으로 쏠리고 있다.
우리가 바라보는 세계지도를 들여다보면 한국이 얼마나 중요한 위치인지 알 수 있다. 해양국가인 일본이 어떻게 해서든 육지로 진입하기 위해 기회를 노리고 있고, 태평양 너머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완충지대로 한국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중국과 러시아는 반대로 세계 최대 강국인 미국이 위기에 처하는 순간을 기다리며 숨죽이고 있다. 머지않아 중국이 미국의 뒤를 이어 최대 강국이 될 것인지, 러시아가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라는 막강한 나라들 사이에서 용케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한국의 위상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바다에서 생선을 잡아서 수조차에 싣고 운반할 때 장거리를 이동하면 생선들이 다 죽는다고 한다. 그럴 때 천적인 생선을 수조에 같이 넣으면 생선들이 긴장해서 멀쩡하게 살아있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한국도 긴장 속에서 경쟁을 거듭하고 그래서 더 발전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긴장 속에서의 경쟁과 성장은 즐거움이 없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대국을 이용하여 실리를 찾는 외교가 진행되어야 한다. 지도 한 장 펼쳐 놓았을 뿐인데 '세계 속의 한국'을 실감한다.
어제부터 전국에 봄비가 내린다. 겨울부터 계속된 가뭄이 해소될만큼 내리고 있다. 봄비로 유난히 풍성하던 벚꽃이 떨어져 도로 양쪽으로 흰 눈이 쌓인 것처럼 하얗다. 언제부터인가 비가 내려서 기분이 울적하거나 귀찮기보다는 농사하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고 가뭄이 해소되어 기쁘고, 미세먼지가 적어지니 상쾌하다. 환경에 따라 생각도 달라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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