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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4. 3.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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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4. 3.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3. 4. 3. 19:11

행복해 본 사람이 앞으로도 행복할 수 있다

 

  "사는 동안 가장 후회되는 일은 무엇인가요?"라고 묻는다면 무어라고 답할 건가요? 나는 16년 전 12월 1일을 꼽고 싶다.  2005년 12월 1일 학생들과 발명반에서 수업을 하고 있었다.  그때 전화가 왔다. 학부모나 외부의 급한 일인 줄 알고 별 기대 없이 전화를 받았는데 내가 보낸 원고가 1등으로 뽑혔다는 소식이었다.  내심 기뻤지만 얼떨떨했다.  그냥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수업을 계속했다.  그리고 퇴근을 해서 집에 왔고,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저녁식사를 했고 그날을 보냈다. 

 그건 사실 엄청난 결과였다.  전국에서 1등으로 뽑힌 건 내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경험이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기뻐할 줄 몰랐고, 즐길 줄 몰랐다.  가족들끼리 고기라도 먹으면서 나의 일을 말하고 축하를 주고 받았으면 좋았을 것을 그러지 못했다.  이전에 그런 일이 없었으니 축하하는 분위기를 만들 생각을 못한 셈이다.  내가 어른이니  분위기를 내가 만들어야 했는데 그걸 못했던 거다.  왜? 해보지 않았으니까. 경험이 없었으니까.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 말고는 가족끼리 무엇을 축하하는 일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니 당연했다. 

 

그 이후 16년이 지난 지금 나는 작은 일도 축하하고 저녁식사 자리에서 건배하기를 좋아한다. 분위기를 띄우는 데 건배만큼 좋은 게 없다. 가족끼리의 축하자리는 부담없고 맘껏 자랑해도 넘치지 않으니까.  어제저녁은 넷이 모인 것을 축하해서 건배를 하고, 오늘 저녁은 9월의 일을 예상하며 미리 축하의 건배를 했다. 

  덴마크의 '휘게 hyegge'는  스스로의 존재에 만족함으로써 행복함을 추구한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존중하고 행복을 즐기는 것이다.  우리는 '소확행(소소한 것의 행복)'이라고 부른다.  작은 것을 행복할 줄 아는 사람이 큰 것도 행복한 줄 알고 기뻐할 줄 안다.  나는 16년 전의 경험을 떠올리며 오늘도 작은 것에 행복을 찾으며 기뻐하는 삶을 살려고 하는 중이다.  오늘! 행복합니다. 

 

 지난 주에는 벚꽃 길에 있는 편의점에서 혼자서 라면 먹기를 해보고,  주말에는 서울 막걸리 한 잔,  오늘은 지난 겨울 지인에게서 선물받은 튀르키예산  화이트 와인 한 잔을 함께 하며 작은 행복을 행동으로 옮겨 봅니다.  휘게! 하십시오.

*휘게(hyegge): 편안함, 따뜻함, 안락함, 아늑함을 뜻하는 덴마크어. 노르웨이어 명사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또는 혼자서 보내는 소박하고 여유로운 시간. 일상 속의 소소한 즐거움이나 안락한 환경에서 오는 행복을 뜻하는 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