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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초역 니체의 말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2. 8. 8. 23:18

잠언처럼 읽는 니체의 경구는 영롱하다. 

  현대의 모든 철학과 인문학은 결국 니체에게로 향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어떤 이의 글에서다. 독서의 매력 중 하나는 끝없는 연관관계다.  어떤 이의 글에서 언급된 내용이나 책에 호기심을 갖고 찾아 읽고, 거기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원래 내가 생각지 못한 영역을 넘나들기도 한다.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는 독일의 철학자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본 대학과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수학, 바그너와 쇼펜하우어에 매료되었다. 24세에 스위스 바셀 대학의 고전문헌학 교수가 되고, 1872년 <비극의 탄생>을 발표한 후 1879년 대학교수를 그만두고 십여 년 간 방랑생활을 하면서 꾸준히 집필활동을  펼쳤다. 1889년 정신 이상 증세를 보였고, 1900년 생을 마감하였다. 유럽 사상에 대한 통렬한 비판, 영원회귀, 권력에의 의지 등 날카로운 독자적 사상은 20세에 철학에 지대한 영향을 지쳤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1883~1885), <선악을 넘어서>(1886),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1878), <반시대적 고찰>(1873~1876) 등의 작품이 있다.   

  이 책은 막상 니체의 책을 빌려서 책상위에 쌓아두고도 정작 다른 책에 번번이 순위가 밀리기만 하던 중에 평소 가지 않던 도서관에서 발견한 책이다.  니체의 책을 처음 펼치는 사람이라면 '니체의 글이 왜 어려운지?', '왜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책을 읽다가 레벨을 쌓은 후에야 니체의 책에 가 닿는지?', '56세에 생을 마감한 니체의 철학이 왜 그렇게 오랜동안 회자되는지?' 등의 궁금증을 알 수 있다.

 

  니체의 책은 익숙해지기 어려운 필체다.  거기에 내용은 방대하고, 글씨는 작다.  두께 5cm는 족히 넘는 책의 무게에 먼저 짓눌린다.  책을 펼치고 한 두 장을 읽다 보면 진척이 되지 않고 어느 한 곳에 머문다. 진전이 안되고 그 자리에 있다.  그래서 쉬이 읽히지 않는 책이다. 

 

 바로  그런 니체의 책이 어려운 이들을 위한 경구(警句)와 잠언(箴言)으로 쉽게 풀이한 책이다.  엮은이 시라토리 하루히코는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철학, 종교, 문학을 수학하고, 철학과 종교에 관한 해설서의 명쾌함으로 정평이 나 있는 사람이다. <비즈니스맨을 위한 성서입문>, <면학의 기술>, <머리가 좋아지는 사고술, 성공 체질이 되는 24가지 습관>, <불교 입문>등의 작품이 있다. 

 

 니체는 철학자이기는 했지만, 난해하고 추상적인 모든 문제에 대해 사색하며 그 이론을 풀어냈던 사람이 아니었다. 당시 기족교적 도덕이 지나치게 내세적인 것을 비판하고, 이 세상의 중요한 가치를 진리, 선, 도덕이라고 강조했다. 이 책에 실린 니체의 글은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을 위해 날카로운 시선으로 핵심을 찌르기도 하고, 때로는 굳은 의지와 용기,  통찰력에 대한 내용을 자신(나), 기쁨 , 삶, 마음, 친구, 세상, 인간, 사랑, 지성, 아름다움의 10개의 장으로 나누었다.  

 

 자신을 대단치 않은 인간이라 폄하해서는 안 된다. 그 같은 생각은 자신의 행동과 사고를 옭아매려 들기 때문이다. 오리혀 맨 먼저 자신을 존경하는 것부터 시작하라. -001, 첫걸음은 자신에 대한 존경심에서<권력에의 의지>

 

두려워 하면 패배한다는 것이다. 마음속에 두려움을 가지고 겁먹고 있을 때, 스스로 파멸과 패배의 길을 선택하게 된다. -063, 두려워하면 패배한다<농담, 음모, 그리고 복수>

 

 세상에 존재하면서 이 세상을 초월하여 살아라, 세상을 초월하여 산다는 것은 우선 자신의 마음과 감정이 시도 때도 없이 작용하여 이쪽 저쪽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086. 세상을 초월하려 살라.<선악을 넘어서> 

 

주거를 제공하고, 오락을 제공하고, 음식과 영양을 제공하고, 건강을 주었음에도 사람은 여전히 불행과 불만을 느낀다. 사람은 압도적인 힘을 원하는 것이다. -129. 사람이 원하는 것. <아침놀> 

 

요즘 유행하는 심리학, 또는 자기 계발서의 내용에서 볼 법한 내용도 있다.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 지,  왜 가수 조용남이 <겸손>이라는 노래를 부르면서 "겸손은 힘들어."를 계속 반복했는지 알게 한다.  성공하면 우쭐하고 자만한 나머지 다른 사람들로부터 배척당하는 사례가 얼마나 많은가? 그에 대한 경계심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부분이 많다. 

 한편,  다소 성평등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싶은 부분도 있다.  엮은이의 견해가 포함된 것인지, 니체의 글을 그대로 옮긴 것인지를 알 수 없으나 남성, 여성으로 나누는 순간 여성과 남성은 적이 되고 만다는 점에서 읽는 순간에 불편함을 느꼈다.  

 요즘 꼰대, 586, MZ, 이대남, 이대녀 등으로 사람들을 편가르기 식으로 나누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면 끊임없이 분열을 유도하는 것으로 비친다. 경쟁 속에서 내가 다른 사람을 이기는 방법으로 그들은 분류함으로써 각각으로 흩어지게 하는 전략인데 결국은 제로섬 게임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모두 정치 세력에게 휘둘리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 세상을 살고 있기에 여성, 남성으로 나누는 부분이 불편하게 여겨졌다. 

남자를 매료시키겠다는 것을 망각한 여자는 그만큼 타인을 미워하는 여자가 된다. -166, 여자를 버린 여자, <선악을 넘어서> 

일반적으로 여성보다도 남성이 어떤 일에서든 대담하고 야만적이라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체격과 행동에서 갖게 되는 인상에 지나지 않는다. 복수와 연애에 대해서는 여성이 훨씬 대담하고 야만적이다. -144, 여성의 대담함<선악을 넘어서>

 

요즘 아침에 일어나서 몇 장씩 읽고, 저녁에는 글을 옮겨 적는 방식으로 이 책을 읽고 있다. 마치 불교 경전이나 도덕책, 또는 성경책을 읽는 기분도 든다. 그러나 분명 그 안에 깨달음을 주는 작은 도끼가 숨겨져 있다가 불쑥 불쑥 튀어나온다.  마치 게임 장면에서 열쇠를 발견하는 기분이다.  열쇠를 찾아서 자물쇠를 열면 게임에서는 또 다른 세계로 레벨업이 된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그런 기분이 든다.  매일매일의 아침이 새롭게 느껴진다. 그래서 부담 없이 니체를 읽고 싶은 분께 추천한다. 니체의 글을 쉽게 읽게 해준 엮은이의 뛰어난 해석 능력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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