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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복자에게 본문
2022년 여름 방학이 시작됐다. 코로나19가 팬데믹(전 세계에 유행하는 전염병, 2개 대륙 이상으로 확산됨)이 엔데 믹(특정지역에서 주기적으로 유행하는 풍토병)으로 전환되었다가 다시 에피데믹(팬데믹 전 단계, 특정 질병이 한 국가, 대륙에 빠르게 유행하는 것)으로 바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태풍이 지나갔나 싶었는데 다시 바람이 불어오는 형국이다.
<복자에게>는 제주도 남쪽에 있는 작은 섬인 '고고리섬'에 내려가서 초등학교 6학년 시절을 지낸 이영초롱이 복자를 만나면서 시작되었고, 그렇게 삶 속에서 다시 복자를 만나면서 이어진다. 한결 같이 다들 고달픈 삶이다. 영초롱은 부모의 사업 실패로 인해 고고리섬의 고모에게 가서 살게 되고, 동생 영웅은 서울의 큰아버지 집으로 흩어진다. "누나, 난 종일 한 번도 안 웃기 내기를 해.", "웃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영웅아, 누나는 요즘 다섯 시 이십 분이면 여기 옥상에 올라가서 웃는 연습을 해. 하하하하하하하 이렇게 깔끔하게 일곱 번씩 일곱 번 웃고 내려와. 일종의 웃음 단련이라는 건데 사범님이 나만 가르쳐 줬어. " 한 아이는 웃으면 부모와 가족을 잊은 자신이 될까 봐 자신을 지키려고 웃지 않는 방법을 택한 반면, 한 아이는 자신의 상황에서 자신을 지켜 내려고 웃음 단련을 선택했다고 말한다. 방법은 달라도 가족과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마음은 같을 것이다.
' 그래, 경헸구나. ' '그랬구나'의 제주도 방언이 '경헸구나.'라는 걸 알게 되었다. 제주도 방언은 제주도의 부속 섬인 고고리섬의 정취를 고취시키는 표현이었다. 거기에 할망신에게 인사를 안 드려 다리를 다쳤다, 고넹이돌(고양이돌)에 오줌을 누고 변을 봐서 사삼사건때 경찰이 고고리섬에 못 오도록 바다신을 노하게 했다는 이야기와 더불어 복자도 이혼한 엄마를 만나기 위해 과학 대회에 참가하려 애쓰는 아이라는 사실 등이 둘을 위로하게 하고 끈끈하게 이어주는 역할도 했다. 그러나 둘은 서로가 지켜야 할 선을 넘었고, 서로를 존중하지 못했기에 서로의 합의하에 만나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고모는 섬에 들어가면 "존중해야 해."라고 미리 말했나 보다.
이영초롱이 판사가 되어보니 세상은 어지러웠다. 법정에서 욕설을 참지 못하고 내뱉는 일련의 일들로 징계를 받고 제주로 내려가면서 복자와 다시 만나게 된다. 이영초롱 판사의 눈에 비친 세상은 재판을 통해 왜곡되어 보인다. '재판을 하다 보면 세상의 우산들이 얼마나 많은 문제를 끊임없이 일으키는가를 알게 된다. 대체로 우산을 잃어버린 이들은 우산의 재산 가치보다는 비를 맞고 귀가할 수밖에 없는 불운을 참을 수 없기에 절도범을 기어코 찾아 처벌하려 한다.(105p)
영초롱은 초등학교 동창생인 고오세의 도움으로 복자를 만나고 다시 고고리섬을 찾게 된다. 복자와 동료들이 의료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면서 아기를 잃은 사건을 담당하게 된다. 그때 복자가 찾아와 재판에 기피를 신청하라고 하지만 끝내 버티지만 결국 의료원의 변호사를 통해 기피신청이 들어온다. 복자를 도울 방법을 찾지 못한다. 다시 복자와 헤어지게 된다. 영초롱은 전에도 서로 헤어져 있을 때, 그때는 부치지 못했던 편지를 이제는 부치리라 마음 먹는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제주도라는 섬에 얽힌 역사와 거기 사는 사람에 관심이 생겼다. 작가가 잠깐씩 언급한 사삼사건, 강정마을 해군기지가 그것이다. 왜 경찰이 주민들을 총으로 쏘았을까? 간첩으로 몰아서 주민들을 살해한 사건은 아직 규명되지 않고 있다. 강정마을의 해군기지는 주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건설되었다. 미국이 한반도를 해군기지 삼아 일본의 해군과 함께 연합하여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려 한다는 시나리오를 떠올린다. 2022년 7월 일본의 자위대가 미군의 초청으로 평택항으로 입항하였다고 하는데 우리 언론에서는 들은 바가 없다. 이 책과 관계는 없지만 제주도 강정마을과는 연장선상에 있는 이야기가 있다.
육지와 멀리 떨어진 섬 제주에서도 배를 타고 가야하는 고고리섬을 작가는 사실처럼 그려냈다. 거기에 존중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었다. 민주화운동을 하던 동료의 자살을 부추겼다는 이유로 동료를 잃고도 감옥에 갇힌 친구, 그 친구들의 만남을 진술한 이유로 죄의식 속에 사는 고모, 상군해녀 할머니와 사는 복자, 사업실패로 부모와 헤어져 사는 영초롱 등등 다들 자기 삶을 살기에도 버겁지만 서로 어울려 산다. 보일 꼴 못 보일 꼴 다 보이고도 때로 아무 일 없듯이 삶을 영위해 가는 사람들의 가슴 먹먹한 이야기다.
이 책은 복자와 영초롱의 이야기보다 제주에 방점을 찍은 소설이라고 읽힌다. 제주의 풍광 뒤에 숨겨진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쓴 책이다. 푸른 제주 바다 뒤에 그 섬에서 삶을 살아내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휴일 하루면 너끈히 읽을 분량이고, 이야기 전개가 빨라서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여운은 오래 남는다. 제주도 푸른 바다가 아니라 검은 밤의 검은 파도소리를 듣게 되는 책이다. 물론 작가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지만.
내가 밤을 읽었다면 어떤 분은 이 책을 읽고 제주도의 낮의 평화로운 바다를 떠올릴 수도 있으리라. 왜 이 책을 2022 평택의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는지 알 것 같다. 평택강이 흘러 바다로 가고 그 물이 제주 쪽으로 흘러갈 것이다. 나는 지구의 한 점으로 이어지는 연장선상에 있다. 당신도 그렇다. 바다는 다 받아주니 바다다. 제주 바다도 그렇다.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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