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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병 詩 <바람에게도 길이 있다> 본문

읽히는 시

천상병 詩 <바람에게도 길이 있다>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1. 10. 2. 06:18

 

바람에게도 길이 있다. 

 

                    천상병

 

강하게 때론 약하게

함부로 부는 바람인 줄 알아도

아니다! 그런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길을

바람은 용케 찾아간다.

바람길은 사통팔달(四通八達)이다.

 

나는 비로소 나의 길을 가는데

바람은 바람길을 간다.

길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다. 

                                            -시 전문-

 

 요즘 코로나19로 인한 후유증이 드러나고 있다. 20대 여성의 사회적 불안이 심각하다는 보도도 있다. 성평등이 주장되고는 있지만 실현되기에는 아직 시간이 많이 필요한 시점에서 20대를 가장 옭죄는 취업문턱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한다. 사회적 문제이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고 하지만 정작 본인의 문제가 되면 심각성은 커지기 마련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20대 남성과 20대 여성의 일자리 다툼으로 우리 사회의 문제를 고스란히 밀어붙이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마치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처럼 말이다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토론회를 하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 힘에서 이런 일자리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한창 화천대유 사건으로 떠들썩한 사이에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고 있는 지를 아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화천대유(火天大有)는 그 뜻이 '하늘이 도우면 큰 뜻을 이룬다'는 의미라는데 정말 거창하게도 큰 꿈을 꾼 사람들의 모임에서 만들어졌을 법한 이름이다.  그 꿈은 이루었는지 모르나, 그런 분들이 고위 공직자가 되면 안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왜냐하면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는 공인(公人)으로서의 책임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조사를 한다니 조만간 밝혀질 것이다. 

 

 미국의 신학자인 라인홀드 니부어라는 사람이 이런 기도문을 썼다고 한다. 

-평온을 위한 기도문-

신이여, 바꿀 수 없는 것은 발아들이는 평온을,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꿀 수 있는 용기를, 

그 둘의 차이를 구별하는 지혜를 주옵소서.-

 

 천상병시인의 글 속에서 나는 그 평온을 발견한다. 

나는 비로소 나의 길을 가는데/바람은 바람길을 간다./길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다.'

지금 20대는 앞으로 200세를 산다고 한다. 그러면 앞으로 180년이 남았다. 그렇다면 너무 조바심을 내지 말고 자신의 길을 가면 좋겠다. 대기업이 아니고, 공무원이 아니면 어떤가? 그저 타고난 기질에 맞게 평온과 용기를, 그리고 그 둘의 차이를 구별하는 지혜를 갖고 하루 하루 살아가면 되지 않겠는가? 

 

길은 어디에나 있으니

나는 내 길을 가고

바람은 바람의 길을 가고

그러면 되지 않겠는가?

 

시월을 맞이하는 모든 이들이 따뜻한 햇살 아래 행복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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