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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히는 시

조병화 詩 <나 하나 꽃 피어>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1. 9. 13. 14:34

 

나 하나 꽃 피어

                                    조병화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 시 전문-

 

2014년 세월호 사건 이후 달라질 것 같았던 사회는 코로나시대를 넘으면서 각자도생은 점점 더 심해지는 모습이다.  정치인들은 갈라치기를 부추기면서 영남과 호남, 남자와 여자, 빈자와 부자, 노인과 청년 등등 계속 편가르기를 유도하고 있다. 자칫 통찰력이 없다면 유튜브의 가짜 뉴스들을 보고 갈라치기에 선동되어 부화뇌동할 수도 있다. 

 집게 손가락으로 상대방을 가리키면 나머지 손가락은 자신을 가리킨다는 말이 있다.  "네가 문제야!"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고 세상을 달라지지 않는다. 문제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옳다고 여기는 일을 묵묵히 실천하는 단 한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  우공이 산을 옮긴다고 하지 않던가?

 

 이 시는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꽃밭으로 하루아침에 달라질 수는 없지만 너도 나도 꽃을 피운다면 풀밭이 꽃밭으로 변할 수 있다고 말한다. '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지 않지만 너도 나도 물들면 온 산이 물든다고 말한다.  먼저 시작하는 사람, 그 용기 있는 사람이 있어야 분홍으로 물든 꽃밭이 되고, 붉게 물든 단풍 짙은 가을산이 된다는 말이다. 남과 떼지어 다니는 사람이 아니라 홀로 깨어 있는 단 한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 깨어 있는 이를 알아주고 동조하는 포용력있는 사람이 있어야 세상이 바뀐다. 

 

 한국은 2022년 3050클럽에 편입하였다. 3050클럽은 3만불 이상의 GDP(1인당 국민소득), 5천만명 이상의 국민이 있는 나라로 선진국으로 인정된다.  이제 3050클럽에 편입한만큼 물질만능주의의 경쟁 구도에서 벗어나 서로 물들이고, 서로 꽃이 되는 사회를 만들어 갈 때다.  살아온 세월을 바꿀 수야 없지만 살아갈 날은 계획할 수 있다. 어디서부터 시작할 지는 개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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