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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히는 시

이성복 詩 < 그 여름의 끝>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1. 7. 23. 16:33

 

          

   

                   그 여름의 끝

 

                                           이성복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

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아직 7월 하순이라 여름의 끝을 말할 수 없어도 시인의 마음처럼  무사히 여름을 났다고 말하고 싶은 마음에 이 시를 옮겨 쓴다. 

방학이 시작된 첫 금요일,

유치원 스프링쿨러 공사, 교무실 행정실무사 대체직 면접, 혁신교육지구 <재난의 시대, 교육의 방향을 다시 묻다> 민들레 편집장님의 연수등이 있었다.  우리는 무사히 이 코로나19 시대를 겪어내고 다음, 미래를 마음놓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암울한 미래에 대한 예언들만 쏟아지는 즈음이다.

 

시처럼

"장난처럼 지구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그 여름이 지나고 모두들 무사하였습니다."

라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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