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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무 詩 <땡감> 본문

읽히는 시

이재무 詩 <땡감>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1. 6. 4. 22:33

땡감

     

여름 땡볕

옳게 이기는 놈일수록

떫다

떫은 놈일수록

가을 햇살 푸짐한 날에

단맛 그득 품을 수 있다.

떫은 놈일수록

벌레에 강하다

비바람 이길 수 있다.

덜 떫은 놈일수록

홍시로 가지 못한다

아, 둘러보아도 둘러보아도

이 여름 땡볕 세월에

땡감처럼 단단한 놈들은 없다

떫은 놈들이 없다.

 

-이재무 시 전문-

 

  땡감과 홍시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중에 땡감나무와 홍시나무가 따로 있지 않느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다.

어른이다.  20대이기는 하지만...... 

사실 우리가 마트에서 사는 감은 단감과 홍시가 전부이다 보니 이런 사람이 있다. 

 

  농촌에서 자란 사람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하겠지만 어촌에서 자랐거나 도시에서 자랐다면 땡감을 본 일이 없을 수도 있다. 그 예쁜 감꽃과 감꽃목걸이를 보지 못했을 것이다.

어렸을 적에 돌담 밑에 떨어진 감꽃을 주워서 치마폭에 담아서는 집으로 가지고 와서 실에 꿰어 목걸이를 만들었던 아이들은 이제 어른이 되고, 중년이 되고, 혹은 노년을 지내고 있으리라.

 

 땡감은 덜 익은 감을 말한다.  간혹 비가 많이 내리거나 아니면 저절로도 떨어지기도 하는데 땡감은 떫어서 먹을 수가 없다. 그래서 예전에는 뜨거운 물에 소주 등을 넣고 항아리에 넣어 두었가가 익혀서 먹기도 했는데 요즘은 그런 침시를 본 지 오래다.

 

 떙감은 홍시가 되려면 세월을 겪어야 한다는 논조는 장석주 시인의 '대추'라는 시와 대조를 이룬다.

'대추가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속에 태풍 몇 개/천둥 몇 개, 벼락 몇 개......' 이렇게 시작되는 시다.

 

 다만 대추는 덜 익어 연둣빛일 때도 단맛이 들어 있지만, 땡감은 초록빛이 돌 때는 먹을 수가 없다. 한 입 베어무는 즉시 입 안에 가득 떫은 맛이 덮여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구나 뱉어버릴 수 밖에 없는 게 땡감이다.

 그런 땡감이 신기하게도 서리를 맞으면 익기 시작하여 붉게 변하고 나중에는 말랑하고 달콤한 홍시로 변한다.

다만 땡감이 홍시가 되려면 오래 기다려야 한다. 서리를 맞아 홍시가 될 때까지.

 

사람이나 홍시나 그 안에 쌓은 세월이 많을수록 부드럽고 무뎌져서 누군가에게 달콤함을 줄 수 있나 보다.

자식을 기를 때, 아이들을 교육할 때도 서두르지 말고 기다려야 한다.

홍시가 된 우리가 땡감인 저들이 스스로의 세월을 견뎌낼 수 있게 기다려야 한다.

https://blog.naver.com/pjs6158/221833514904에서 발췌한 사진(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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