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 휴가갈 때
- 브링리
- 안중도서관
- all the beaty in the world
- 나쓰메소세키
- 사진집
- 헤어질 결심
- 교육의 방향
-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 입니다.
- 서평
- 용기
- 행복
- 나는 좋은 사람이다
- 최진석
- 교육
- #백석 #나태주 #한국시 #문학비교 #서정시 #현대시 #위로 #감성문학
- 평택독서인문교육
- 티스토리챌린지
- 바닷가의 루시
- 리더
- 왜우니 독서토론
- 불안은 긍정적 감정으로 몰아내라
- 평택시 한 책
- 브뤼헬
- 오블완
- 배다리도서관
- 새로운 산업
- 브링리 홈페이지
- 자유
- 우리 반 목소리 작은 애
- Today
- Total
물.불. 흙.바람 +나
<서평> 필경사 바틀비 본문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지를 묻는 목소리가 들린다.
나의 평점 ★★★★★(5.0)
우리나라에도 필경사가 있을까? 있다. ‘필경사’에 대한 내용이 있을까 하고 찾아보니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필경사인 김이경 사무관이 나왔다고 한다. 사무관은 5급 공무원이다. 그는 “인사혁신처 심사임용과에서 대통령 명의 임명장을 작성한다”, “조선시대로 보면 왕이 내리는 교지를 쓰는 일”이 자신의 일이라고 한다. 대통령 임명장에 쓰여지는 모든 글자가 그의 글이라고 한다.
이 소설에 나오는 필경사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서류를 베껴 쓰는 일, 요즘은 복사기가 하는 일을 맡아서 하고 글자 수대로 돈을 받는 사람을 말한다. 바틀비는 사람 이름이다.
저자는 허먼 멜빌이다. <모비 딕>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는 무역상인 아버지의 파산으로 인해 학교를 그만두고 점원, 은행원, 농장일꾼, 교사, 측량공부, 포경선 선원, 타이 피 섬에서 거구, 타히티섬 거주, 미국 군함 선원 등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모험담을 글로 쓰기 시작한다. <모비 딕> 등의 소설들을 발표할 때마다 혹평받고 심지어 출판사가 불에 타 작품을 잃게 되고, 재정난에 시달리면서 쓴 작품이 <필경사 바틀비>이다.
이 책은 100쪽이 채 안 되는 짧은 단편소설이다. 바틀비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부족한 일손을 채우기 위해 새로 고용한 인물이다. 변호사는 기존에 사무실에 근무하는 사람들을 터키(칠면조), 니퍼(펜치), 진저너트(생강과자)라고 명명한다. 터키는 실패, 바보, 얼간이, 술에 취한 상태를 의미하는데 오전에는 멀쩡하다가 시간이 갈수록 얼굴이 붉어지고 실수를 연발하는 사람이다. 니퍼는 야심에 찬 사람이지만 소화불량에 시달린다. 그러나 필사는 빠르고 깔끔하다. 진저너트는 12살로 심부름을 도맡아 한다. 그런 사무실에 새로 채용된 바틀비는 한 모퉁이에서 자신이 맡은 필경의 일을 수행한다.
그러나 3일째 되는 날 문서 검증을 위해 바틀비를 불렀을 때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I prefer not to)”라고 상냥하면서도 단호한 목소리로 말한다. 이 말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이지 않는 말이다. 상대가 원하는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말하는 행위이다. 처음에는 문서 검증 행위를 거부했지만, 나중에는 필경을 거부하고 변호사의 요구를 하나둘 거부하기 시작한다. 나중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쪽을 선택한다.
그도 처음부터 그러지 않았다. ‘ 바틀비는 처음에는 놀라운 분량을 필사했다. 마치 오랫동안 필사에 굶주린 것처럼 문서로 실컷 배를 채우는 듯했다. 소화하기 위해 잠시 멈추는 법도 없었다. 낮에는 햇빛 아래, 밤에는 촛불을 밝히고 계속 필사했다. (p.27)
변호사는 바틀비의 지속적인 ‘파업’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 허둥대고, 바틀비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가 화를 냈다가 회피를 하기도 하고, 회유하기도 하고, 해고하기도 하지만 어쩌지 못한다. 그리고는 변호사 사무실을 옮기는 쪽으로 선택한다. 그때도 바틀비는 그 자리를 지킬 뿐이다. 새로 입주한 사무실 주인과 건물 주인이 사무실에서 쫓아냈지만, 그는 건물을 맴돈다. 그러다 경찰에 의해 감옥에 갇히게 된다. 그리고 거기서 식사를 안 하는 편을 택하고 결국은 죽음을 선택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 바틀비는 사람들이 흔히 쓰지 않는 말을 쓰며,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겪는 번아웃증후군과 우울증의 형태를 보여준다. 바틀비에 대한 묘사를 보면 현대를 살아가는 도시 속 직장인의 묘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창백하리만치 말쑥하고, 가련하리만치 점잖고, 구제 불능으로 쓸쓸한 모습(.p.25)
그는 묵묵히, 창백하게, 기계적으로 필사했다. (p.27)
그가 항상 그곳에 있었다는 것, 아침에 제일 먼저 와 있고, 종일 꾸준히 자리를 지키고, 밤에도 제일 마지막까지 남아 있었다는 것이다. (p.42)
저자는 소설 뒤에 바틀비가 변호사 사무실에 오기 전에 무엇을 했었는지를 알려준다. 바틀비는 워싱턴의 우체국에서 사서(死書) 우편물을 담당하였다고 한다. Dead Letter로 ‘죽은 편지’로 배달 불능 우편물을 말하는데 발신자나 수신자의 주소가 잘못 기재되었거나 제대로 기재되었어도 양쪽이 이사를 가거나 사망하였으면 소각처리하는 일을 했다고 전한다.
이 소설의 배경은 월 스트리트다. Wall Street는 증권가로 유명하다. ‘벽의 거리’라는 뜻으로, 네덜란드 이민자들을 인디언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세워진 방벽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왜 배경이 월 스트리트인가는 재정난에 허덕이던 멜빌이 일부러 선택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또, 사무실은 온통 벽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창밖 풍경은 보이지 않는 ‘벽’뿐이다. 또, 감옥의 이름은 툼스(무덤)을 지칭하며, 사무실은 고대 로마에 의해 무너진 도시 페트라에 비유된다. 고대 로마의 장군으로 카르타고로 망명한 마리우스에 비유한다.
그가 왜 필사를 안 하는 쪽을 택하고, 음식을 안 먹는 쪽을 택했는 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바틀비에 대한 이야기는 다양한 해석을 하게 한다. 미국 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되기도 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을 두 번째 읽었지만 책을 덮고 바틀비에 대한 복잡한 심경은 변함이 없다. 바틀비의 “안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라는 선택이 단호한 목소리로 들리는 듯 하다.
이 책은 짧고 그림이 함께 그려져 있어 어른을 위한 동화 정도로 읽힌다. 필경사 바틀비의 ‘선택’이 궁금한 사람들은 한 번 쯤 읽어보면 좋은 책이다. 바틀비의 선택이 노크 소리처럼 계속 호기심의 영역을 두드린다. 나는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지를 묻는다.
'서평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평<70년대생이 운다>:90년대생만 감싸는 사회에 대한 울림있는 코칭 (0) | 2021.05.30 |
---|---|
<필경사 바틀비>에 대한 고찰 (0) | 2021.05.28 |
서평<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0) | 2021.05.23 |
서평 <베이비팜> (0) | 2021.05.17 |
서평 <달콤한 노래> (0) | 2021.05.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