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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쓰기

(서평) 이원석-서평 쓰는 법, 독서의 완성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1. 5. 14. 17:57

 서평 쓰기는 삶의 방향 찾기다.

 세상살이와 서평 쓰기가 무슨 상관이 있을까?

머리말에서 저자는 '헬조선'이라는 말을 소제목으로 정했다.  '헬조선'이라는 말속에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 삶의 모습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는데 이런 세상에서 책을 통해 자신만의 삶의 안목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썼다고 밝힌다.  서평 쓰기는 독서의 완성이고,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정립하여 잠재적인 독자를 위해 내놓기 위해 그릇에 담는 행위라고 말한다.  그 서평 쓰는 과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는 그의 직업은 서평가이다.

 

 서평과 독후감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저자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의 차이점을 말한다.

첫째, 독후감은 정서적이고, 서평은 논리적이다. 서평은 메타 성찰이라 할 수 있다.

둘째, 독후감은 내향적이고, 서평은 외향적이다. 독후감 쓰기는 정서 치유 효과가 있다. 서평은 자신의 입장을 객관화하여 예비 독자에게 나아간다. 따라서 독후감은 독백이라면 서평은 대화이다.

셋째, 독후감은 일방적이라면 서평은 관계적이다.

 

 책을 읽을 때

 

 그러면 서평을 쓰기 위해 책을 읽을 때는 어떻게 읽어야 할까?

먼저 책의 서론과 차례를 주의 깊게 살피라고 말한다. 책의 전체 구도와 흐름을 머리에 새기면서 맥락과 요지를 정리한다. 훌륭한 목차는 좋은 지도가 된다.

둘째, 각 장을 읽고 난 후 생각과 기록으로 핵심을 정리한다. 핵심을 담은 문단을 명확히 파악한다. 계속 등장하는 주요 개념을 설명한 문장을 눈여겨보라고 말한다. 인상적인 예시와 멋들어진 표현도 기록하라고 덧붙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요약이다. 요약이 없는 서평은 맹목적이기에 요약을 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 책이 어렵고 현란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두 가지를 조언한다.  자신의 독서능력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저자의 능력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1. 저자는 해당 주제를 정확하게 이해했는가? 얼마나 넓게 혹은 깊게 공부했는가를 보라.

2.  저자는 책에서 그 주제를 얼마나 명료하게 설명하는가와 핵신을 명쾌하고 전달하고 있는가? 저자 자신의 언어로 풀어서 설명하는가를 보라.

 간혹 소설을 읽을 때 너무나 난해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데 나의 독서능력만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였는데 저자의 쓰기 능력에도 문제가 있었음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경험이 떠오른다. 난해하기로 유명한 책 중에 양철북이 있다. 다 읽어도 생각나는 부분이 아주 제한적이다.  읽기는 읽었지만 인내력 테스트하는 기분이었는데 바로 그런 책을 읽을 때 이런 의심을 해 보라고 조언한다. 양철북의 저자 귄터 그라스는 노벨상 수상자이다.

 

  서평을 쓰기 위해 책을 읽을 때는 한편으로는 숭배자가 되어 책의 매력을 찾아서 빠져드는 공감의 해석학이 선행되어야 하며, 충분한 증거를 바탕으로 비판을 해야 하며 숭배와 비판은 서평에 공존한다. 숭배는 우정에 가깝고, 비판은 적과의 대결에 가깝다. (p.79) 서평을 쓰기 위해서는 책에 대한 기본 입장을 결정해야 한다. 친구에게도 다소간 흠이 있고, 적수에게도 일정한 공(功)이 있으므로 적이라도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친구라도 지적할 것은 지적하는 태도 말이다.

 

 요약이 서평의 시작이다. 단 요약이 서평은 아니다. 서평은 평가다.

 

 먼저 서평의 시작은 요약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그 요약과 함께 자신의 해석이 담겨야 한다. 요약이 서평은 아니라는 말이다.  작가는 서평 쓰기의 달인이라 할 만한 두 사람의 말을 인용한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말을 인용한 말이다.

신변잡기적인 내용은 거의 없으며, 오로지 내가 권하는 책의 내용에 관한 정보만을 채워 넣는다. 그것도 될 수 있는 한 쓸데없는 것은 생략하고, 유효한 정보만을 압축하여 밀도있게 채워넣는다. 정보의 중심은 그 책이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가 없는가, 읽을 가치가 있다면 어떤 점에서 가치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나는 그것을 가능한 한 요약과 인용을 통해 책 자체로 말하는 스타일을 취하고 있다. 개인적인 비평적 코멘트는 될 수 있는 한 비중을 줄이고 있다. 따라서 나는 서평을 쓸 때 글을 써 내려가는 것의 몇 배나 되는 노력을, 소개하려는 책을 고르고 요약하고 인용하는 과정에 쏟아부었다.

다음은 <장정일의 공부>라는 책에서 작가 장정일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TV에 나와서 한 말이다.

공부가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공부만 하고 자기 입장이 없으면 그것은 그냥 사전 덩어리와 같은 것입니다. 또 공부는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기 입장만 가지게 되면 남과 소통할 수 없는 고집불통이나 도그마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공부해서 자기 입장을 만들고, 또 자기 입장을 깨기 위해 또 공부하고, 이런 것이 공부이고 그게 책 읽는 사람의 도리입니다.

 서평의 핵심인 '평(評)'은 비교다. 다른 것과 견주어 값을 매기는 것이다. 평을 위해서는 맥락화가 필요하다. 맥락화는 공시적으로, 통시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책으로 세상의 흐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서평에서는 동시대의 어젠다를 읽어내고, 시대의 흐름의 방향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읽어낸 맥락은 지적인 교양으로 이어진다. 다만 그 맥락의 중심에는 자신의 해석학적 입장이 분명하게 정립되어야 한다.(P.120)

 

저자는 평가의 요소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짚고 있다.
제목, 목차, 문체, 지식과 논리, 번역평가, 작품 속으로의 이입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을 하고 있다.

또 서평 쓰기의 방법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설명한다. 일단 생각하라, 지금 바로 글을 쓰라, 첫 문장에 대하여 궁리하라, 문단의 구성에 대하여 고민하라, 평이하고 분명하게 독자에게 다가갈 말을 고르라, 인용은 그저 전채인 셈이니 식욕을 돋울 수는 있으나 나열하지 말 것, 마무리에 대해서도 고민할 것, 고치고 또 고치라, 좋은 서평을 참고할 것, 얼마나 쓸 것인가를 정하라고 말한다.  

 

 저자는 책의 전문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일단 한 손에 쥐어지는 크기의 문고판이고 182쪽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안에 참고문헌과 발췌한 내용의 주석까지 들어가 있다. 가벼워서 한 손으로 들고 읽어도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친절하게 서평에 대해 안내하고 있어서 책을 줄줄 읽어가다 보면 어느덧 끝으로 향한다. 그런 면에서 역시 저자가 책의 전문가임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표지의 색과 그림이 좀 아쉽다.  저자의 선택이 아니겠지만 대학교 교양서적 정도나 될 정도의 색감과 그림은 서평 쓰기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구매욕구를 한층 끌어올릴 수준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 책은 책 읽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먼저 읽어봐야 할 책이다. 서평을 쓰지 않더라도 책 읽기에 앞서 읽으면 책 읽는 행위에 대해 정의를 내릴 수 있게 정리된 책이기 때문이다.  대학이 진정 지식의 상아탑으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 대학 1학년 학생들에게 필독서로 읽게 하고 대학 4년 동안 교양을 쌓을 수 있도록 하는 첫 번째 책으로 선정해 주기를 바란다.  누가 뭐래도 그들이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다음 세대가 아닌가?  '헬조선'을 말하는 젊은이들이 읽고 나름의 삶의 방향을 찾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