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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리베카솔닛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1. 4. 2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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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뭐든지 설명하고 가르치려 드는 남자들에게 보내는 통쾌한 한방!2010년 《뉴욕 타임스》가 꼽은 ‘올해의 단어’로 선정된 바 있는 ‘맨스플레인(MANSPLAIN, MAN+EXPLAIN)’은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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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베카솔닛-네이버뉴스에서 발췌-

 

“돌봄노동 가중, 일자리에서 먼저 잘려… 코로나 시대 희생양은 여성”

[코로나 이후의 삶, 세계 知性에 묻다] [4] ‘페미니즘의 아이콘’ 리베카 솔닛 “우리는 학교가 문을 닫고 아이들이 집에 있는 코로나 재확산 위기에 처해 있다. 이성애 가정에서 돌봄노동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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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하지, 응? "

지인 중에 두 사람이 이 말을 자주 한다. 공교롭게도 둘 다 남자다. 뭔가 설명을 하여 가르쳐 주고 그 사실을 확인하려 든다.  같은 연배인데 자주 듣다 보면 왠지 그 말을 듣고 무시당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적이 있다. 그런데 그게 어떤 이유인지는 몰랐다.  아! 나만 그러게 느낀 게 아니었구나! 이 책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를 읽고 그 사실이 전세계적으로 공공연한 사실임을 알게 되었다.

 

  지은이 리베카솔닛(REBECCA SOLNIT)은 예술평론과 문화비평을 비롯한 다양한 책을 쓰는 저자이고 역사가이며 환경운동, 인권운동에 참여하는 현장 운동가이기도 하다. <그림자의 강>, <어둠 속의 희망>등의 책이 있다.

  

   할머니들, 평등주의자들, 몽상가들, 이해하는 남자들, 꾸준히 나아가고 있는 젊은 여자들, 그 길을 연 나이든 여자들, 끝나지 않는 대화들, 그리고 2014년 1월에 태어난 엘라 나히모비츠가 제 역량을 온전히 펼칠 세상을 위하여 (서문) 이 책을 쓰고 있음을 밝힌 저자는 잘난 척하며 가르치기를 좋아하는 일부 남성들의 우스꽝스러운 일화로 말문은 연다.  

 

  솔닛은 어느 날 한 남자를 만났는데, 자기가 영국 태생의 사진작가 마이브리지에 관한 책을 썼다고 하자 상대 남자는 "최근 마이브리지에 대한 중요한 책이 나왔다"면서 솔닛에게 그 책에 대해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옆에 있던 친구가 "바로 그 책을 쓴 사람이 여기 있다"고 몇 번이나 말한 후에야 남자는 입을 다물었다. 후에 알고 보니 남자는 책을 읽어 보지도 않았고, 신문기사의 서평을 읽은 것뿐이었다.

 

   내 경험상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대해 자신감이 넘쳐서 정면 대결을 일삼는 사람은 유독 한쪽 성이 많다. 남자들은 자꾸 나를, 그리고 다른 여자들을 가르치려 든다. 자기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든 모르든. 어떤 남자들은 그렇다. 여자라면 누구나 내 말을 이해할 것이다. 이런 현상 때문에 여자들은 어느 분야에서든 종종 괴로움을 겪는다. 이런 현상 때문에 여자들은 나서서 말하기를 주저하고, 용감하게 나서서 말하더라도 경청되지 않는다. (P.15)

 

  작가는 여성들이 무언가를 이야기 할 때 그 내용과 상관없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추방당하고, 억압받을 것 같은 두려움을 겪고 있으며, 또는 이를 무릅쓰고 기어이 말하고자 나서는 사람들과 이런 노력을 어떻게든 침묵시키려 드는 세력이 존재함을 끄집어낸다. 사실 이런 문제는 우리 사회가 불편해하는 문제이다. 그러나 말하지 않으면 불편함을 역사가 된다.  서문에서 말하듯이 '나이 든 여자'가 말하지 않으면 '이제 태어난 여자'도 겪어야 하는 문제인 것이다.

 

 한 발 더 나아가 여성 혐오, 폭력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시기나 지역을 막론하고 다양하다. 여성이 사회에서 겪는 사소한 괴로움, 폭력으로 강요된 침묵, 그리고 폭력에의한 죽음이 모두 하나로 이어진 연속선상의 현상들이라는 사실이다. 

 

 작가는 여성에게 제한된 미지의 세계로 나아갈 자유, 한밤 낯선 거리를 헤맬 권리를 생각한다. 버지니아울프의 <거리 더돌기:런던 모험>은 어느 날 해거름 녘에 그녀가 연필을 사기 위해서 런던 거리로 나선다는 설정이다. '저녁 시간 또한 우리에게 램프 불빛이 제공하는 무책임함을 선사한다...' 성찰은 대개 고독한 실내 활동으로 묘사되곤 한다. 독방에 든 수도사, 책상에 앉은 작가, 울프는 여기에 반대하며 "집에서는 우리가 옛 경험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물체들에 둘러싸여 앉아있다. "라고 말한다. "하지만 문이 닫히면, 그런 것들은 사라진다. 우리 영혼이 자신을 담아두기 위해서 남들과는 다른 형태를 스스로 빚어내기 위해서 분비한 껍데기와도 같은 외피가 갈라지며, 주름지고 거친 그 껍데기 중심에 진주알과도 같은 지각만이, 하나의 거대한 눈만이 남는다. 겨울 거리는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P.136)

 

 2021년을 살고 있는 현재 우리 나라는 어떠한가? 여성작가들은 한밤 낯선 거리를 경험해 보지도 못한 채 그저 글로만 쓰고 있지는 않는지?

   

   작가가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남자들을 모두 뭉뚱그려서 비난하지 않는다. 다만 여성과 관련된 문제들이 여성의 침묵을 강요하고 있고, 여성 혐오로 이어지는 사건들조차 개인적인 차원에서만 다뤄지고 마는 일들이 많음을 지적한다.  사건 사고에서 여성을 내세우는 사건들은 의외로 많다. 요즘 일어난 사건 중 '세 모녀 사건'로 불리는 사건은 세 모녀가 피해를 입은 사건이다.  이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지 들여다 보고 제대로 명명해야 함에도 '세모녀 사건'이라 명명하면서 남성 가해자는 뒤로 감춰져 버렸다.  바로 이런 부분들을 지적하면서 작자는 왜 남성이 범죄의 90% 이상을 저지르는지? 그 범죄의 대상이 왜 여성인지? 과연 남성은 여성을 어떤 존재로 보는 지를 묻고 있다.

 

  이 책에서 비롯된 맨스 플레인(mansplane)은 남성(man)과 설명하다(plane)의 합성어로 주로 남자가 여자에게 권위적인 태도로 , 아랫사람을 훈계하듯이 설명해 주는 것을 의미한다. 여성들이 어떤 사안에 대해 잘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남성들이 무턱대고 아는 척 설명하려고 하거나 가르치려고 드는 태도로 남성이 여성보다 더 낫다는 왜곡된 편견으로 인해 발생한다. 2010년 뉴욕타임스에서 올해의 단어로 선정되었고, 2012년 미국 언어 연구회 선정 가장 창의적인 단어로 선정되었다. (나무위키에서 발췌)

 

 서문에서 작가가 말했듯이 역사는 반복된다. <2030 축의 전환>을 쓴 마우로기옌 작가는 말한다. 2030년이 되면, 10년 후가 되면 세계는 여성을 주목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 동안 인류의 긴 역사 속에서 미처 펼쳐 지지 못한 여성들의 창의력과 잠재된 능력들이 발휘될 시기가 도래한다고 말한다.  남성과 여성의 편 가르기가 아닌 남성과 여성의 조화로운 세계를 위한 대화가 필요해 보인다.  그 대화를 위해 이 책 <남자는 여자를 자꾸 가르치려고 든다>는 좋은 소재가 될 수 있다.

 

 이 책은 직장생활에서, 혹은 사회생활에서 같은 사람과 자꾸만 대화가 막히게 될 때 왜 그런지 알게 해 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 그 이유를 토론할 수 있는 토론거리를 마련해 주는 교과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 학생들에게 특히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