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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서평쓰기 (235)
물.불. 흙.바람 +나
리더는 사람이 아니라 역할이다 이나모리 가즈오(1932~2022) 일본의 전자부품 제조업체인 교토 세라믹의 창업자이자 명예회장이다. 2021년에 이 책이 발행될 때는 살아있었기에 '살아있는 경영의 신'이라 불렸다고 한다. 2009년에 일본에서 출간되어 전 세계에 500만 부가 팔린 이후 10년 만에 내놓은 책으로 '마음의 구조'에 성공과 인생철학의 핵심이 있음을 역설한 책이다. 을 기본으로 삼는다. 문호인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운명은 그 사람의 마음 안에 있다."는 말을 했다고 하며, 문예평론가 고바야시 히데오는 "사람은 자신의 마음가짐에 어울리는 사건 밖에 만나지 못한다."는 말을 했다고 저자는 소개한다. 저자 또한 마음가짐(업)이 중요함을 강조하면서 '진아(眞我)의 혼(魂)'이 이타(利他)의 마음을..
섬 위에 무엇을 놓을 것인가? 2022년 독서 동아리에서 산 책 을 처음 읽었을 때 "이게 뭐지?"하고 덮어버렸다. 6개월이 지나 내게 개망초 꽃을 선물한 아이에게 동화책을 선물하려고 다시 읽는다. 깜짝 놀란다. 이 안에 많은 이야기가 있었구나. 아니면 6개월 동안 나의 앎이 좀 늘었던가 둘 중 하나다. "섬 위에 주먹을 날려라."는 주인공 루이 할아버지가 만들어낸 이상한 말 중 하나라고 소개한다. 도무지 연결되지 않는 조합이다. 섬-주먹-날리다 가 어떻게 솔직하게 말하자라는 뜻일까? 궁금하여 찾아본다. 원작이 프랑스어라서 인터넷을 뒤져 구절을 찾았다. "Mettons les poings sur les iles"(섬 위에 주먹을 놓자) 어떤 이는 '주먹을 놓자'라고 해석했다. 오히려 말이 된다. 주먹을 ..
작가 김연수는 경북 김천 출생이며 대학에서 영문학과를 전공했다. 책의 제목을 라고 정했는데 단편과 중편을 실은 이 작품집에 같은 제목의 글은 없다. 소설가 자신이 쓰는 작품은 인정하되 자신의 정체성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건지, 아니면 아직 찾는 중인지는 알 수 없으나 부단히 모색하고 있는 중임은 알 수 있다. 이 책 말미에는 해설이 붙어 있다. 문학평론가 김병익이 '말해질 수 없는 삶을 위하여'라고 제목을 달았다. 웬만한 소설에는 해설이 붙지 않는 법인데 소설이 난해하여 무언가 설명을 덧붙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출판사의 불안감이 해설을 붙이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해 본다. 해설에서 '김연수는 역사는 믿을 수 없고, 인간은 이해될 수 없는 존재이며 세계란 결렬과 죽음의 것들로 이루어진다. 돌이..
성냥팔이 소녀의 심정을 빌려 세상을 밝히고자 안데르센 동화는 옛날 옛적에 있었던 일인 줄 알았는데 지금도 엇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주변에 있고, 성냥을 그 불을 밝히는 심정은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가 보다. 저자 심규진은 직장인, 박사 학위 전공자이면서 칼럼 쓰는 사람, 작가의 꿈을 꾸는 사람이다. 책이 145페이지까지 있고, 일반 책의 3/4 정도의 크기이니 마치 문고판처럼 가방에 넣고 읽기에 편하며, 어느 쪽을 펼쳐도 새로운 내용이라 부담이 없이 읽힌다. 작가는 자신의 글 하나하나를 성냥이라고 생각했으며 모두 팔아야 집에 돌아갈 수 있는 처지이지만 성냥을 파는 동안에는 세상 사람들이 차별 없이 행복을 누리는 환상을 볼 수 있다는 데 주목했다. 3개 혹은 5개~ 8개의 문단으로 쓴 칼럼이며 1부는 평소 ..
전형적인 자기 계발서에 삶의 이야기를 더하다 '내가 해 보니 이렇더라.'라고 말하는 무수한 성공 신화의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특히 성공가도를 달리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서전 비슷한 책을 펴낸다. 아니 주변에서 책을 내라고 주문이 쇄도할 수도 있다. 심지어는 대필을 해 주는 사람도 있다. 스스로를 대필 작가로 소개하는 사람도 있을 지경이다. 그런 책들이 모여 있는 코너가 '자기 계발서 코너'다. 읽고 나면 결국 자기 자랑일 때가 많아서 남는 한 줄이라도 찾으려고 애쓰게 된다. 이 책의 저자는 현재는 책방 대표, 전에는 카피라이터로 삼성그룹이 운영하는 광고회사 제일기획에서 부사장을 지냈고 29년간 일하던 회사를 스스로 걸어 나와 강남 한복판에 을 연 사람, '여성 최초'의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최인아 전 ..
"쳇바퀴에 갇힌 일개미들이 쳇바퀴를 발견하게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사회학자 노명우다. 그는 이 책에서 하위징아의 를 다시 한번 펼쳐 보인다. 어려운 책을 쉽게 한국식으로, 현대식으로 풀어썼다고 볼 수 있다. 하위징아(1872~1945)는 네덜란드 역사학자로 문화사와 정신사를 주로 연구했다. 그가 쓴 책 는 인간이 본질적으로 '노는 인간'이었음을 밝히고, 놀이는 게으른 베짱이의 행동이 아니라 문명을 ㄴ낳은 동력이라고 대담한 주장을 폈다. 나치를 반대하였고 이를 이유로 수용소에 2년간 감금되기도 하였으며 유폐 후에 사망하였다. 인간과 동물과의 차이를 무엇으로 볼 것인가에 따라 '호모'라는 수식어 뒤에 여러 단어가 붙는다. 호모 에렉투스(걷는 사람), 호모 사피엔스(생각하는 사람), 호모 파베르(도구의 인간..
'자기본위(自己本位)'로 살아낸 이야기 저자 나쓰메 소세키(1867~1916)는 일본의 소설가, 평론가, 영문학자로 일본 근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다. 대학에서 영문과를 졸업하고 교직 생활을 하던 중 국비 유학생으로 영국에서 유학을 떠났다가 경제적 어려움과 학문에 대한 고민 등으로 신경쇠약을 앓고 귀국 후 대학에서 영문학을 강의하였다. 첫 소설 로 등단하였다. 이후 대학을 사직하고 아사히 신문에 입사해 전업 작가로 활동하면서 작품을 아사히 신문을 통해 발표했다. , 등의 작품이 있다. '학문은 교사에게 물어야 하고, 사무는 관리에게 맡겨야 하며, 돈벌이는 상인에게 맡겨야 한다는 것을 안다면, 우리가 세상 한가운데에 서 있는 기반, 도덕적 의무라는 문제의 해결, 상호 간의 갈등에 대한 비평, 이러한 것들..
다산이 아닌 인간 정약용의 삶을 들여다본다 정약용(1762~1836)은 어떤 사람일까? 정조의 지시로 수원 화성을 축조하는 데 쓰인 거중기를 만든 사람 또는 목민심서를 쓴 사람 정도로만 역사 공부를 했을 뿐 그저 많은 조선시대의 선비 중 한 사람으로 기억된다.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이고, 관심 있는 만큼 알게 된다. 지난 5월 10일 강진청렴연수원, 다산초당, 백련사 등을 다녀온 이후로 '정약용'은 항상 책상머리에서 맴돌았다. 그러다 작년 가을에 샀다가 순서를 미뤄놓았던 책 에서 다시 정약용을 만난다. 저자 신창호는 고전학자이자 교육학자로 고전을 오늘날의 시선으로 되짚어보고 지금 여기에 적용하려는 저술 작업에 열정을 쏟고 있으며 고전과 인문학 강의도 진행한다. 등 20여 종의 책을 썼다. 저자는 정약용의 ..
사람들은 '상냥한 편의점, 빛이 시작되는 편의점'을 꿈꾼다 한국을 30년 앞서 간다는 일본이 한국에 수출한 문화 중 하나가 편의점이다. 동네 슈퍼는 문을 닫고 편의점이 하나 둘 생기더니 편의점이 없으면 불편한 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2021년 소설이 한동안 인기를 끌다가 급기야 까지 나왔다. 그런데 비슷한 테마로 일본 소설 이 2023년 3월에 발행되었다. 벌써 15쇄를 찍었다. 사람들이 얼마나 편의점에 관심이 많은 지를 알려주는 수치다. 편의점 이름이 텐더니스(tenderness, 부드러움)이라니? 텐더니스는 규슈에만 있는 편의점 체인이다. '사람에게 상냥한, 그리고 당신에게 상냥한' 브랜드 모토다. (21p) "언제든 찾아오세요. 항상 여기에 있을 테니까요." 라고 속삭이는 편의점이 있다면..
몸이 따뜻해지는 요리, 마음이 훈훈해지는 이야기 , , 등등 일본 영화나 만화는 음식을 정성스럽게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제인 경우가 많다. 내가 그런 류(類)의 영화를 골라 보아서 그런 지는 모르겠으나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발견한다. 그러나 알고 보면 한결같이 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지만 누군가를 위해 따뜻한 음식 한 그릇을 정성스럽게 준비하는 일을 성스럽게 의식처럼 행하고 음식을 먹는 사람에게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태도를 갖는다. 음식은 사람을 살리는 가장 기본이 되는 일이기에 재료부터 만드는 과정과 방법, 담아내는 그릇까지 모두 자연과 연결되어 있어서 편안하게 여겨진다. 은 오가와 이토 작가가 대학 졸업 후 10년 동안 습작만 하다가 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