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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왜 리더인가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3. 6. 27. 23:33

  리더는 사람이 아니라 역할이다

 

  이나모리 가즈오(1932~2022) 일본의 전자부품 제조업체인 교토 세라믹의 창업자이자 명예회장이다.  2021년에 이 책이 발행될 때는 살아있었기에 '살아있는 경영의 신'이라 불렸다고 한다.  2009년에 일본에서 출간되어 전 세계에 500만 부가 팔린 <왜 일하는가> 이후 10년 만에 내놓은 책으로 '마음의 구조'에 성공과 인생철학의 핵심이 있음을 역설한 책이다.  

  

   <끌어당김의 법칙>을 기본으로 삼는다.  문호인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운명은 그 사람의 마음 안에 있다."는 말을 했다고 하며, 문예평론가 고바야시 히데오는 "사람은 자신의 마음가짐에 어울리는 사건 밖에 만나지 못한다."는 말을 했다고 저자는 소개한다.  저자 또한 마음가짐(업)이 중요함을 강조하면서 '진아(眞我)의 혼(魂)'이 이타(利他)의 마음을 갖는 것이 곧, 우주의 마음이고, 경영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끌어당김의 법칙 즉, 간절히 바라는 마음(염원)이 있더라도 이해득실을 따져 이기적인 선택을 한다면 진아(眞我)의 충만함을 가질 수 없다고 말한다.  매사를 이해득실이 아닌 '선악(善惡)'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올바른 마음의 의사결정 기준으로 삼는 일은 지속하기 어려우니 생각이 떠오르면 잠깐 멈추고 선악의 기준에 맞춰 판단하라고 조언한다.  선악의 기준이란 마음 깊은 '혼(魂)'에서 출발한 "오직, 인간으로서 옳은 일을 한다."(165p)는 의미의 정직, 배려, 존중, 겸손 등을 말한다. 

 

   반면 인간의 본능은 그대로 방치해 두기에는 너무나 충동적이고 이기적이다. 본능에 기초한 모든 판단의 기준은 오직 '이해득실'이다.(p57.)감성은 매우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기준이며, 지성은 조리 있고 이치에 맞으며 논리적이기에 완벽해 보이지만 막상 지성으로 일을 결정하거나 책임지는 사람은 드물며 아무리 이성적으로 판단하여해도 마지막 단계에선 꼭 본능이나 감성이 개입해 최종 결정을 내리기 일쑤라고 말한다. (57p)그러므로 리더는 언제나 문제의 한가운데 서 있어야 하며(145p), 최선의 수련은 자아(이기심)를 최소화하고, 진아(이타심)를 최대화하는 일이라고 말한다(101p)

 

  1932년 생이고 2022년에 돌아갔으니 나의 아버지와 출생년도가 같고,  돌아가신 해도 같다.  나의 아버지는 1988년 한국의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길가에 단풍나무를 식재하는 일을 하고,  나제통문 앞에 몇 그루의 모과나무를 심었다.  한국의 일본 식민지, 전쟁, 산업화를 겪으면서도 다섯 아이를 낳아 키우고 교육받게 하고, 가족을 위해 기꺼이 선한 삶을 사신 분이다.  반면 이나모리 가즈오는 일본에서 인쇄소를 하던 가정에서 자랐고 교세라라는 회사를 세우고 경영의 신으로 불리웠으며 37권의 책을 쓴 인물이다.  그는 이타심이 경영 핵심이고 우주의 마음이라고 말한다.  2022년에 돌아가신 나의 아버지와 이나모리 가즈오는 삶의 역사는 달랐으나 이타심을 기본으로 하였으며 "오직 인간으로서 옳은 일을 한다."는 생각으로 한 분은 가족을 위해, 다른 한 분은 가족, 나라, 기업을 위해 최선의 삶을 살았다. 

 

 리더는 사람이 아니라 역할이다.  가즈오는 이타심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염원)을 갖고 마음 깊은 곳에서 나오는 혼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라고 말한다.  서양의 자기 계발서와 성공 비책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동양적 철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좋은 마음이 좋은 결과를 불러온다(62p)는 다소 옛날이야기의 교훈 같은 감성 자극으로 보이기도 한다.  겸허한 마음, 조화, 투지를 굽히지 않는 마음, 도리를 지키는 마음이 좋은 마음이라는 생각은 권선징악(勸善懲惡)으로 요약된다.  그럴지라도 극단적으로 치닫는 자본주의, 경쟁 체제로 내몰리는 동안 발생하는 허무감과 무력감을 해소하기 위해 회귀해야 할 순간이 온다면 윤리 의식과 도덕적 양심,  이타심에 기댈 수밖에 없다.  <왜 리더인가>는 <사람다운 삶은 무엇인가>의 본질을 묻고 있다.  일본의 자기 계발서인 <부자의 그릇>과 같은 크기의 같은 글씨체와 크기라서 가독성이 높아 2시간 이면 족히 읽을 분량이다.  돈을 좇으면서 잊고 있었던 용어와 진리들을 발견하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리더들에게 추천한다.  리더는 사람이 아니다. 역할이다. 

 

  나는 이 책을 이나모리 가즈오가 직접 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필 작가에 의해 쓰여졌고 유명한 경영자인 이나모리의 이름을 빌렸다고 본다.  문호와 문예평론가의 말을 인용했다는 대목에서 생각하게 되었다.  기업가라면 기업가나 철학자의 말을 인용했을 터인데 말이다.  그럴지라도 이나모리 가즈오의 경영 철학을 듣고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썼을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세상이 올바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복을 받는 구조여야 함을 그도 믿고 싶었나 보다.  그러나 소심한 아버지와 달리 부동산에 투자하자고 한 어머니를 옹호하는 이나모리의 말을 보면서 생각한다. 기업을 이루기 위해 보이지 않는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을 것이고 그 위에 피와 땀으로 세운 기업이라는 사실만은 감출 수 없다고.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까 말이다.  에너지는 어디서나 조화를 이룬다. 끌어다 쓴 만큼 모자란 부분은 부족함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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