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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루쉰소설전집 본문
잠든 중국을 깨운 문학가 소설로 세상을 말하다
루쉰은 중국이 낳은 대문호로 청나라가 몰락하던 1881년 태어나 봉건왕조가 무너지는 과정을 목도하였고 일본 유학으로 중국을 객관적으로 보게 되었다. 문학으로 세상을 일깨우고자 했던 루쉰의 글 33편을 모아 엮은 소설집은 제1소설집 <납함(쇠로 만든 방)>에 <광인일기>, <아큐정전>, <흰빛> 등이 제2소설집 <방황>에 <복을 비는 제사>, <비누>, <장명등>, <까오선생>, <이혼> 등이 제3소설집 <고사신편>에 <하늘을 보수한 이야기>, <고사리 캐는 사람>, <도공의 복수>, <출경> 등이 실렸다.
<광인일기>는 13장으로 구성되었으며 '피해망상증'을 앓았다는 한 친구의 일기를 옮긴 것이라고 소개한다. 예교(禮敎)에 물들었던 봉건 사회를 타파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과거를 비판하는 내용으로 식인(食人)문화를 빗대어 말한다. 12장에서 '4천 년 동안 사람을 잡아먹는 이력을 가진 나'라는 자기 해부적인 발언에 이어 13장(35p)에서 '사람을 먹어보지 않은 아이들이 혹시 아직 있을까? 아이들을 구하자.'는 마무리로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고자 하였으며 실제로 이 소설이 1918년 발표되었을 때 사회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고 한다.
광인의 말을 빌어 광인이 아닌 당신들이 광인이며 그걸 모르고 '모두 히죽히죽 웃으며 괴상한 눈초리로 노려본다'고 묘사하고 있다. 계몽주의 소설을 쓰기로 작심한 루쉰의 첫 번째 작품이며 소설가로 인정받은 계기가 된 작품이기도 하다.
<아큐정전>은 '정신승리법'를 말하는 아큐의 캐릭터에 중국 사람 특유의 거만함과 잘 씻지 않는 더러움, 허풍과 과장,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한 속물근성 등을 드러내고자 하였다. '그를 그야말로 스스로를 경멸하고 스스로를 낮추기로는 으뜸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스스로를 경멸하고 스스로를 낮춘다'는 말을 빼버리면 남는 것은 '으뜸'이라는 것뿐이다. 장권급제도 '으뜸'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123p) 남들이 하찮게 여겨 집에 잘 들이지 않는 노숙자인 아큐가 스스로를 '으뜸'이라고 생각한다니? 자신을 너무나 모르는 거 아닌가? 그런 그가 또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일명 '정신승리법'은 언뜻 납득하기 어려워 보이지만 잘 들여다 보면 100년 후인 지금 우리가 사회를 사는 방법이 아닌가 들여다 보게 된다. 국가나 사회 시스템의 문제인데도 자신을 탓하고 비하하면서 '내 탓이야.'라고 말하면서도 '나는 저들과 다르다!'는 허황된 의식까지 갖고 있지는 않은가 말이다. 루쉰은 아마도 봉건 사회에서 낮은 계층의 사람들의 비겁하고 노예근성이라고 보였던 면을 부각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가 벌레라고 말해 보아도 역시 편치 않았다. 그도 이번만은 실패의 고통을 약간 느꼈다. 그러나 그는 곧 패배를 승리로 전환시켰다. 그는 오른손을 들어 힘껏 자기 뺨을 두 차례 연거푸 때렸다. 얼얼하게 아팠다. 그제야 그는 마음이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마치 때린 것은 자신이고 얻어맞은 것은 또 다른 자신 같았기 때문이다. (126p)' 그러나 그런 아큐가 자오씨네 집에 도둑이 든 일의 공범으로 몰려 총살을 당한 후에 사람들의 이야기에 민심을 실었다. '물론 모두가 아큐를 나쁘다고 말했다. 총살당했다는 것은 그가 나쁘다는 증거다. 그러나 성안의 여론은 오히려 좋지 않았다. 총살은 목을 베는 것보다 재미가 없으며 더구나 어떻게 되어먹은 자인지 웃기는 사형수라는 것이다. 그렇게 오래도록 거리를 끌려다니면서도 끝내 노래 한 마디 못 부르다니. 그들은 헛걸음으로 끌려다녔다는 것이다. (180p)' 구경꾼들은 죽은 아큐의 죽음이 '목을 뎅강 베는' 구경이 아니라 총살이라 재미가 없고, 사형수가 노래를 부르지 않은 게 불만이었다는 거다.
일본 유학시절 루쉰이 중국의 문화 중 '조리돌림'을 구경하는 사진을 보고 의학을 그만두었다는 말을 한다. 루쉰이 중국을 일깨우는 일성(一聲)으로 문학을 선택한 배경은 <자서(自序)>에서 서술한다. 그리고 그는 14억 중국이라는 거대한 국가를 일으켜 세운 계몽주의 문학을 완성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공산주의가 청나라 이후의 중국의 사상이 되었다면 국민성을 개조하고자 애쓴 인물 중 가장 으뜸으로 추앙받는 인물은 루쉰일 것이다.
'무릇 우매한 국민은 체격이 아무리 멀쩡하고 건강하더라도 하잘 것 없는 본보기의 재료나 관객이 될 수밖에 없으며 병으로 죽는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불행하다고 여길 것도 없다는 것이다. 당시 나는 정신을 고치는 데 있어 최선으로 당연히 문예를 들어야 한다고 여겼다.(12p)' 그리고 그때 몰락해 가는 중국을 쇠로 만든 방에 비유한다. '쇠로 만든 방에 깊이 잠든 사람들이 혼수상태로 죽어가므로 결코 죽음의 비애라는 걸 느끼지 못한다. 지금 소리 지른다면 비교적 정신이 돌아온 몇 사람은 놀라서 깨어날 것이다. 몇 사람이 깨어 일어난다면, 이 쇠로 된 방을 부술 수 있는 희망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을 거다. '(15p)
<흰빛>은 과거시험에 16번 낙방하고 헛것을 보게 되어 물에 빠져 죽은 인물이 주인공이다. 청나라 말기에 과거시험을 본들 직업을 보전할 수 있었을 것인가? 시대적 배경을 알지 못하고 우매하게 헛 것에 씌여 죽음을 맞이하는 인물은 청나라의 지식층이라는 사람들을 상징한다. <장명등>은 '양 무제의 다섯째 동생이 켰던 그 등(장명등)이 꺼지기만 하면 반드시 이곳은 바다로 변해 버리고 우리들은 모두 미꾸라지로 변한다.(318p) 미신 같은 일을 지적하기 위해 쓴 이야기다. 루쉰이 글을 쓴 후 100년이 지났어도 지금도 우리 사회에도 이런 미신이 얼마나 많이 자리 잡고 있는가? <작은 사건>은 대다수의 소설이 중국의 어둡고 추한 면을 다루는 것과는 다르게 밝은 면을 제시한다. 인력거꾼이 여인을 다치게 한 후 곧바로 파출소에 신고를 하고 일을 그만두게 된 사건으로 아주 짧은 수필과 같은 소설인데도 용기와 희망을 주면서 윤리 의식을 가진 인력거꾼을 통해 반성과 분발의 의미를 제공한다고 쓰고 있다.
루쉰에 대해서는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중국의 근대화를 이끈 인물로 추앙되는 루쉰에 대한 평가는 변함이 없다. 대다수의 이야기가 마을, 풍습, 사람의 이야기로 전통에 대한 비판도 있고 삶도 스며있다. 루쉰이 얼마나 중국이라는 나라를 사랑했는 지도 알 수 있다. <고사신편>은 백이, 숙제, 공자, 묵자, 노자, 장자 등 죽은 역사 속 인물을 소환하여 새롭게 이야기로 쓰고 있어서 소설 창작에 좋은 참고작이 된다. 루쉰의 길은 루쉰의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새로운 삶과 문학의 길을 제공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