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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서평쓰기 (235)
물.불. 흙.바람 +나
우리는 서로의 배경이면서 전경이다 의 저자인 박주영 판사의 두 번째 책이다. 변호사생활 7년 후에 판사로 살기 시작했다.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다. 저자는 동네 변호사를 꿈꾸었다고 한다. 동네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소소한 일들을 풀어주고 월말에 계산해서 적당한 수임료를 받는 변호사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향판(시골 판사)이고, 승포판(승진을 포기한 판사)이며 정의를 생각하고 눈물이 많은 판사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두 번째 이야기로 보이는 이 책의 제목이 인데 '양형 이유'는 판사가 판결문에 공소사실에 대한 법적 설시( 說示, 알기 쉽게 보여줌)를 모두 마친 후 판결문 마지막에 이런 형을 정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밝힌다. 죄질, 전과, 피해변제(합의) 여부, 재범의 위험성들을 주로 기술한다. 판사가 형식에..
196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을 '마처세대'라고 한다. '부모를 모시는 마지막 세대, 자녀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처음 세대'를 줄인 말이다. 마처세대는 '죽을 때까지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어서 안타깝다'면서도 '언제까지 일해야 하는지 답답하다'라고 말한다. 그런 마처세대를 두고 '정년을 늘리면 젊은 우리의 일자리는 어쩌란 말이냐?', '그래도 그때는 일자리는 있지 않았는가?', '젊은 우리가 늙은 세대를 부양해야 한다는데 우리 먹고살기도 힘들다'라고 항의하는 90년대생의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사회 불평등으로 분노를 느끼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고, 불특정 다수를 향해 폭력으로 분노를 표출하는가 하면, 반대로 우울 증세와 자살로 분노를 표출하는 사례도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저자 충페이충은 응용심리..
소셜미디어(SNS)는 돈으로 만들어진다 넷플릭스 상위 목록에 올랐던 다큐멘터리 작품 중에 가 있다. 우리가 보는 TV 드라마, 예능, 영화, 만화 중간에 1분 광고가 자주 나와서 불편해하면서 방송국이 너무 돈을 밝힌다고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광고주가 우리에게 TV 드라마, 예능, 영화, 만화를 보여주는 것이었으니 우리는 그 회사의 광고를 봐야만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볼 수 있었던 거다. 불편한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당혹스러울만큼 깊숙이 파고든 소셜미디어와 기업의 관계까지 복잡하게 얽혀있는 상황이 맥락으로 읽히는 순간이었다. 이제 소셜미디어(카톡, 밴드, 유튜브, 이메일, 트위터, 페이스북 등등)와 플랫폼(구글, 네이버, 마이크로소프트 등등)에 한순간도 의지하지 않고 살 수 없게 된 나를 보게 된다..
루쉰의 삶의 여정, 루쉰의 은산철벽(銀山鐵壁) 넘어서 루쉰(魯迅, 1881~1936)는 중국이 어떻게 근대화했는가를 여실하게 지켜보고, 독설로 자기 해부를 한 인물이다. 일본의 나쓰메 소세키가 자기본위(自己本位, 자기의 감정이나 이해관계를 기준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일)를 선택했다면, 루쉰은 예리하고 집요하게 파고들어 자기 해부를 통해 통렬하게 근본까지 헤집어 뒤흔든 작가다. 한국에서는 이광수를 근대화를 관통한 작가로 꼽는다. 이 책은 지식인공동체 감이당, 규문, 남산강학원, 문탁네트워크가 각자 루쉰을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루쉰의 여정을 밟아가는 새로운 평전을 쓰기로 한 데서 시작하였다. 작가의 작품을 중심으로 평전을 쓰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작가의 행로를 밟으면서 사건과 작품을 이해하는 방식은 새롭다...
조지 오웰의 삶을 글로 말하다 조지 오웰의 본명은 에릭 아서 블레어(1903~1950)다. 영국의 작가로 소설 과 을 대표작으로 손꼽는다. 작가이자 저널리스트로서 생계를 꾸리기 위해 11권의 책과 수백 편의 길고 짧은 에세이를 발표했다. 그의 글은 예리한 통찰력과 특유의 유머, 통쾌한 독설로 유명하다. 이 책은 역자인 이한중이 그의 에세이 중 29편을 선별하여 묶어낸 책으로 저자 조지오웰의 삶과 사유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모든 작가는 허영심이 많고, 이기적이고 게으르며 글 쓰는 동기의 밑바닥은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책을 쓴다는 건 고통스러운 병을 오래 앓는 것처럼 끔찍하고 힘겨운 싸움이다. 거역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어떤 귀신에게 끌려다니지 않는 한 절대 할 수 없는 작업이다. (300p)'..
좋은 삶을 넘어서 좋은 죽음을 꿈꾼다 저자 박중철은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의사로 호스피스 병동에서 완화의료팀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자신을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환자가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돕는 호스피스 의사"라고 소개한다. 완화의료팀에는 의사, 간호사, 간병 도우미, 자원 봉사자, 작업 치료사 등이 함께 한다. 2020년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인의 75.6%는 병원 응급실, 중환자실, 또는 병원을 옮기는 도중에 사망한다고 한다. 1997년 국민 3명 중 2명이 집에서 숨을 거두고, 집에서 초상을 치른 반면, 25년이 지난 지금 3/4의 사람들이 병원에서 숨을 거두고 장례식장에서 초상을 치른다. (116p, 34p) 의사는 과학 기술로 병을 치료하는 곳이니 병에 걸린 주체인 인간..
휘게(Hygge)에서 한 발 더 나가아 리케(Lykke)의 삶을 꿈꾼다 교직생활을 마치면서 책을 내는 분들은 나름의 인생을 정리하고 새로운 인생으로의 출발을 꿈꾸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긴 분들이다. 이 책의 저자도 40년 동안 몸 담고 천직으로 여기던 교직 생활을 돌아보고 사명감으로 살아온 세월을 스스로에게 해명하는 시간을 갖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생각에 머물면 요체(要諦, 핵심)가 바로 사라져 버리는 특성을 알기에 순간의 시간을 엮어서 글로 써냈다. 순서는 크게 행복리더로서의 단상(斷想)과 빼기의 일상, 소소한 하루로 나누었다. 첫 번째 원고는 교사, 교감, 교장으로서 겪은 교직생활 중 마지막 8년을 교장으로 지냈고, 특히 평택에서 가장 전통이 있는 학교인 진위초등학교에서 교장으로서 지낸 시간을 기록..
2023 평택 한 책으로 선정된 은 저자 고정순이 글을 쓰고 그린 그림책이다. 옥춘당(玉春糖) 또는 옥춘(玉春)은 쌀가루와 엿을 섞어 만든 바탕에 색소로 알록달록한 색동을 들여 만드는 동글납작한 사탕이다. 제사에 흔히 쓰이는데 조선 시대인 1719년의 기록에 나와 있다고 한다. "고자동씨와 김순임씨는 전쟁고아였다."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마치 저자의 가족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려낸 것처럼 진솔하게 느껴진다. '오줌은 두 칸 똥은 세 칸-머무를 수 없는-금산 요양원 13번 침대'를 순서로 썼다. 세 개로 이야기를 나눈 것도 소박해 보이면서도 기존의 틀을 벗어난 형식이라 답답함이 없다. 뭔가 잘 보이려고 하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려는 작가의 마음이든지 고의적으로 독자를 편안함으로 이끌어 저자가 마련한..
잘 듣는 힘을 가진 사람이 어른이다 이 책을 지은 저자는 철학자 피터 버고지언과 수학자 제임스 린지다. "잘 듣는 사람이 말도 잘한다"는 전제하에 어른은 잘 듣고 말도 잘하는 사람이라고 가정한다. 그리고 그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 묻고 답하는 방법을 사례를 들어 기본, 일반적인 방법, 중급, 상급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말하기에 대한 책은 많이 나와 있어서 '듣기'에 집중하여 보기로 했다. 요즘 소셜 미디어의 혁신적인 발달이 우리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우리 사회 대화 전반을 암울하게 하는 소심, 무례, 공포, 불신의 문제를 풀어낼 해결책을 찾아보려는 저자의 의도는 예의 있는 대화, 당당한 대화, 완고한 신념을 바꾸는 대화로 제시하고 있다. (17p) 기본적인 방법으로는 품격 있는 대화의 일곱 가지 원리..
카탈루냐의 자긍심, 휴먼 첼리스트로 남다 파블로 카잘스(1876~1973)는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발견해 낸 첼리스트다. 에스파냐 카탈루냐 마을의 가난한 오르간 연주자의 장남으로 태어나 20세기 최고의 첼리스트가 되고, 오케스트라와 함께 활동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다. 에스파냐 내전, 세계 1차 대전, 2차 대전 그 후 혼란기를 겪었던 그에게 첼로는 자신을 넘어서 전 세계의 인류와 연결하는 창구였으며 무기였다. 앨버트 칸이 엮었고, 김병화가 번역했다. 카잘스의 조국은 에스파냐(스페인)의 북쪽 끝, 프랑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역으로 고유 언어와 문화를 가지고 독립을 위해 투쟁하고 있는 카탈루냐다. 바르셀로나는 카탈루냐의 중심도시다. 카탈루냐는 위대한 화가 살바도르 달리와 성가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