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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서평쓰기 (235)
물.불. 흙.바람 +나
이 책은 여성학 연구자, 융합 글쓰기, 인문학 강사 이기도 한 정희진 박사의 시리즈 중의 하나다. 내가 정희진이라는 이름을 알게 된 것은 융합 글쓰기의 칼럼을 읽고 나서다. '한국에 이렇게 자신의 말을 조리 있게 풀어내는 사람이 있다니', '왜 이렇게 글을 어렵게 썼을까?', '마치 성난 붓으로 휘갈겨 써 내려가도 흐트러지지 않고 범주 안에 머무르는 고난도의 글쓰기 실력을 가진 분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격적으로 글쓰기에 관심을 갖고 칼럼을 읽다보니 어떤 칼럼은 극우에 빠져 있고, 어떤 칼럼은 너무 정치적이고, 또 어떤 칼럼은 너무 시대의 변화에 뒤떨어져 보였다. 내가 더 관심을 가진 것은 여성학자로서 '온몸으로 글을 쓴다'는 게 오롯이 글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정제된 설탕처럼 본연의 모습은 살짝 ..
공유 주택의 모델, 순례주택 작가 유은실은 을 비롯해 등 다수의 동화를 쓴 작가다. 2010년 이 IBBYHONOUR LIST에 선정되었다. 작가는 따뜻한 시선으로 사람들을 바라본다. 『순례주택』은 2022 평택 ᄒᆞᆫ책 읽기 목록 중의 한 책이다. 읽고 나니 『불편한 편의점』의 염여사와 김순례여사가 오버랩이 된다. 염여사는 편의점으로 여러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고, 김순례여사는 순례주택에서 여러 사람을 살린다. 본명을 김순례(順禮)에서 김순례(巡禮)로 개명을 하고, 지구별을 여행하는 순례자의 삶을 살아가는 김순례여사가 주인공이다. 입출금 통장에 천만 원이 넘으면 안 되기에 999만9,999원이 넘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베푼다. 싫어하는 세 가지는 썩지 않는 쓰레기, 마구 배출하는 인간들, 쓰고 남은 돈이..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은 건 참을 수 있지만, 맛없는 건 절대로 안 먹는다.” “음식은 정성을 들여 맛있게 해야 한다.” TV의 ‘유 퀴즈 온 더 블록’이라는 프로그램에 박완서 작가의 딸인 호원숙작가가 엄마를 소개하는 가장 정확한 말이라고 소개한 적이 있다. 음식에도 일가견이 있었던 엄마로서의 면모를 글에서 발견하는 기쁨이 크다고 한다. 박완서(1931~2011)작가의 책을 중고서점에서 골라서 사 온 딸이 권해 준 책이다. 책표지가 빨간 바탕에 벚꽃인지 매화인지 가득 그려진 그림인데 2010년에 나온 책이라면 12년 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너무나 오래 되어 보였다. 세련미라고는 찾을 수 없는 책표지다. 그러나 동화, 소설, 에세이 등의 다수의 작품을 남긴 박완서 작가가 돌아가시기..
불편한 편의점에 사람들이 모인다. 내가 사는 아파트 앞에 있던 작은 슈퍼마켓은 15년이 다 되어간다. 그런 슈퍼마켓도 작년부터는 편의점의 이름으로 고쳐 달았다. 주변에 널린 편의점에서 소재를 얻은 점은 친숙한 데서 오는 편안함을 전해주는데 편의점이라니? 궁금증을 자아낸다. 의 김호영 작가는 로 세계문학상을 받으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 작품은 8개의 단편이 묶여서 하나의 장편을 구성하고 있다. 앞의 7개의 단편을 부가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8번째의 단편이다. 장편소설로 보이지만 각각의 단편만 읽어도 재미있는 스토리가 된다. 등장인물은 7개의 단편마다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 주인공들은 보통 사람들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나’다. 그러나 편의점 주인 염영숙여사와 독고씨는 다르다. 이 ..
내 몸이 내 맘 같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저자 그웬돌린 스미스는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청소년 전문 임상심리학자로 일하고 있다. 우연히 블로그를 시작했다가 불안, 우울, 자해 등으로 힘들어하는 예상외로 십 대 청소년의 많은 관심과 질문을 받았다. 이후 십 대들이 스스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돌볼 수 있게 하는 책을 쓰기 시작했다. 인지행동치료법에 의한 몸-마음-정신-행동 알아보기 뇌(머리)는 몸과 연결되어 있다. 사실 뇌는 몸의 모든 것을 담당하는 본부이고, 전부이기도 하다. 우리의 모든 신체 감각(몸), 우리가 하는 모든 일(행동), 느끼는 모든 것(감정), 생각(정신)은 모두 뇌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우리 몸은 다리, 손, 발가락, 가슴, 치아처럼 눈에 보이는 것과 호르몬, 신경 전달 물질, 염색체..
정갈한 매무새의 외할머니 같은 향기나는 글 윤오영선생의 은 인터넷에서 회자되는 네 컷 만화로 처음 보게 되었다. 빨리빨리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살다보니 현기증마저 나는 세상인데 방망이 하나 깎는데 정성을 다하는 노인이 있다니. 그게 40년 전의 일이라고 회고하는 선생의 글이 언젯적에 쓰였는지는 몰라도 그 정성 깃든 행위가 무척 반가웠다. 요즘은 아이스크림 하나 사려고 해도 가게 앞에 우뚝 서 있는 키오스크를 통과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 은행에서 돈을 찾으려 해도 ATM기계 앞에서 씨름을 하거나 몇 정거장 버스를 타고 은행 지점을 찾아가서 또 몇 시간은 앉아서 줄을 서다가 번호표가 불리면 그제서애 제 돈을 찾을 수 있는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 윤오영선생의 글은 단정하게 쪽을 지어 은비녀를 꽂고 모시 옷..
온 몸으로 겪는 여름 이야기 이수지작가는 한국과 영국에서 회화와 북 아트를 공부하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 그림책을 펴냈다. 2022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 수상을 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어떤 내용인지 궁금했다. 그러던 차에 사서선생님이 책을 구입하여 어느날 아침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책을 제일 먼저 보는 것은 선물처럼 기분좋은 일이다. 그러면서 귀뜸해 주신다. 비발디의 을 들으면서 그림책을 보는 거라고. 유튜브에서 을 찾으니 이 무지치(I Musici) 2016. 1. 16.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한 영상이 제일 먼저 눈에 띈다. 음악을 들으면서 의 책장을 넘긴다. 물방울, 색종이, 아이들, 천둥과 번개, 물놀이 등의 여름 정원에서 엄마, 아빠와 함께 즐기는 여름 오후의 풍경이다. 1악장은 너무 ..
우리 조직의 '못된 사람' 어떻게 대해야 할까? 깨진 유리창의 법칙은 조금 깨진 유리창을 방치하면 더 많은 범죄가 발생한다는 논리다. 그래서 작은 유리창이 깨진 것을 보았다면 바로 대처하여 알맞게 수리를 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특히 직장에서 어느 한 사람 '문제 유발자'가 있으면 그 회사는 착한 사람들이 극심한 피해를 호소하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소개하는 신문을 발견하고 내가 일하는 곳도 결국은 인간관계로 이루어진 회사가 아닌가? 싶다. 저자 테사 웨스트 美 뉴욕대 심리학 교수는 사회심리학자로 20여 년간 사람들이 타인과 어떻게 소통하는지에 대해 연구하고 직장에서 못된 사람들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해당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
사람이 무얼 하기에 너무 어린 경우는 없다. 프랑스어 원제목 La vie devant soi는 ‘여생’, 즉 ‘앞으로 남은 생’을 의미한다. 작가는 열네살 모모(모하메드)가 지나온 삶이 아니라 앞으로의 이야기를 말하고 싶었던가 보다. 작가 로맹가리는 또다른 이름 에밀 아자르라는 이름으로도 활동했는데 이 소설은 에밀 아자르가 출간한 작품이다. 그는 이 작품으로 공쿠르상을 수상했다. 이전에 로맹가리가 로 공쿠르상을 받은 이후 한 사람이 같은 상을 두 번 받은 셈이다. 로맹가리는 유태인으로 러시아에서 태어나 프랑스에 자리잡고 살기까지 어머니의 헌신적인 돌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군으로 전쟁에 참여하는 동안 죽음을 맞이한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 많은 편지를 써두었고 친구들이 편지를 부쳐주어 아들이 자신..
1999년 4월 20일 발생한 미국의 콜럼바인 고등학교 학생 두 명이 학생과 교사를 향해 900여 발의 총알을 난사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은 학교 안에서 벌어진 사건 중 가장 큰 사건으로 기록되며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가해자 두 명 중 한 명인 딜런 클리볼드의 엄마인 수 클리볼드가 사건에 대한 기록을 정리하여 책으로 출판하였다. 이 사건이 충격적인 이유는 범인이 고등학생으로 미국의 백인 중산층 가정에서 자상한 부모, 형과 함께 자란 아이들이라는 점이다. 에릭과 딜런이 자신들이 다니던 학교 급식실에 두 개의 폭탄을 설치했다. 기폭제가 작동을 하지 않아서 터지지 않았지만 급식실에는 500여명의 학생들이 있었다고 하니 설치한 폭탄이 터졌다면 끔찍한 사건으로 번졌을 것이라고 한다. 폭탄이 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