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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본문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은 건 참을 수 있지만, 맛없는 건 절대로 안 먹는다.”
“음식은 정성을 들여 맛있게 해야 한다.” TV의 ‘유 퀴즈 온 더 블록’이라는 프로그램에 박완서 작가의 딸인 호원숙작가가 엄마를 소개하는 가장 정확한 말이라고 소개한 적이 있다. 음식에도 일가견이 있었던 엄마로서의 면모를 글에서 발견하는 기쁨이 크다고 한다.
박완서(1931~2011)작가의 책을 중고서점에서 골라서 사 온 딸이 권해 준 책이다. 책표지가 빨간 바탕에 벚꽃인지 매화인지 가득 그려진 그림인데 2010년에 나온 책이라면 12년 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너무나 오래 되어 보였다. 세련미라고는 찾을 수 없는 책표지다.
그러나 동화, 소설, 에세이 등의 다수의 작품을 남긴 박완서 작가가 돌아가시기 1년 전에 묶어서 낸 에세이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79세에 묶어낸 책은 죽음을 앞두고 인생을 돌아보면서 “인생은 기억하는 것”들이 전부라고 말한다.
박완서 작가가 12년 전에 고민한 내용이 지금 내게 전해진다.
남대문 방화사건의 범인이 철거당한 집에 대한 보상금이 터무니없이 적어서 분풀이로 불을 질렀다고 한 부분에서 작가는 시대를 읽는다.
‘너무도 태연하게 말하는 그의 뻔뻔스러움에는 소름이 끼쳤다. 결국 돈이었다. 유신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져오는 잘살아보세, 경제를 살리자. 경제제일주의가 만들어낸 파렴치, 책임져야 할 고위층들이 다 같이 형식적인 사죄 끝에 입에 올린 약속도 돈, 신속한 복구 그리고 돈만 있으면 문제없다는 식의 예산책정, 돈, 돈, 돈, 돈자루를 틀어쥔 이들의 또 하나의 파렴치. 재건축아파트를 사고팔아 막대한 이익을 올리고 그게 한 번도 불로소득이란 생각을 안 해본 나의 뻔뻔함. 그러고도 더 많이 벌어 흥청망청 쓰는 사람만 보면 이놈의 세상을 송두리째 깽판 치고 싶다는 열화 같은 정의감의 그 못 말리는 뻔뻔스러움.(78p)..... 작가는 해답을 김구선생님의 『백범일지』에서 찾았다. ’그동안 경제제일주의의 뻔뻔스러움에 자존심이 상한 국민들은 그 옛날 김구 선생의 말씀을 표절해다가 선거공약으로 내세운 참신한 지도자를 뽑게 되는 일도 생기지 말란 법이 없을 것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감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ask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
노년의 작가의 생활은 일상을 바라보는 자세가 달라짐을 확인한다.
‘바쁜 사람의 휴식을 흔히 충전한다고 말한다. 휴식은 어디까지나 일을 위해 있다는 소리이다. 그러나 요즘의 나를 바라볼 때 아무것도 안 하는 동안의 달콤한 충족감을 즐기기 위해 일을 하는 것 같다. 일로 충천을 안 하면 휴식은 심심하고 무료한 시간밖에 안 될 테니까. 생활을 단순화해서 주변의 빈자리를 많이 확보하고 싶은 공간욕도 그런 정신상태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151p)
‘나는 보통 노인과 다름없이 내 건강이나 우선적으로 챙기며, 내 속으로 낳은 자식들과 그들이 짝을 만나 새롭게 만든 가족들의 기쁜 일을 반기고 어려움을 나누며 정상적으로 평범하게 살고 있다. 시간이 나를 치유해줬다. 그렇다면 시간이야말로 신이 아니었을까.’
‘옛날 엄마들에게 밥은 곧 생명이요 사랑이었다. 그래서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나누는 것이었다. 엄마가 됨으로서 남의 자식도 다시 보게 되고 살아 있는 모든 생명에 대한 측은지심이 생겨나고 십시일반의 정신도 우러났을 것이다. 십시일반으로 버텨온 지난 시대를 생각하면 가난까지도 그립다. ’(195p)
‘지금 우리는 단군 이래 최고로 잘살 뿐 아니라 지구상의 많고 많은 나라 중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풍요를 누리고 있다. 그동안 한눈 한 번 안 팔고 오로지 돈만을 신봉해온 결과다. 잘살건만 한 치 앞이 안 보이게 불안하고 답답하고 자꾸만 초라해지는 건 무슨 까닭인가. 선택의 여지없이 자본주의를 신봉할 수박에 없었던 것은 우리의 분단 상활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207p)
글쓰는 작가의 세계를 들여다 보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박완서작가가 전해주는 글쓰기 TIP을 얻는 기쁨도 있었다. 알지만 놓치는 부분들을 이렇게 누군가 말해 주면 퍼뜩 생각이 난다. 나는 책꽂이에 버리지 못하고 모아둔 100여권의 시집이 있다. 나의 글쓰기 보고가 바로 거기 있었다. 반가운 팁을 주신 작가님께 감사를~^^
‘글을 쓰다가 막힐 때 머리도 쉴 겸 해서 시를 읽는다. 좋은 시를 만나면 막힌 말꼬가 거짓말처럼 풀릴 때가 있다. 다 된 문장이 꼭 들어가야 할 한마디 말을 못 찾아 어색하거나 비어 보일 때가 있다. 그럴 때도 시를 읽는다. 단어 하나를 꿔오기 위해, 또는 슬쩍 베끼기 위해, 시집은 이렇듯 나에게 좋은 말의 보고다. ’(215P)
박경리 작가가 시를 썼다는 것도 이 책에서 알았다. 시 「일 잘하는 사내」라는 시를 보면 박경리 작가를 알 수 있다.
다시 태어나면/ 무엇이 되고 싶은가/젊은 눈망울들/나를 바라보며 물었다/다시 태어나면/일 잘하는 사내를 만나/깊고 깊은 산골에서/농사짓고 살고 싶다/내 대답/돌아가는 길에/그들은 울었다고 전해 들었다/왜 울었을까/(...)
박수근 화백이 미군부대에서 초상화를 그려주는 일을 했다는 것도, 그 화가들을 관리하는 일을 박완서 작가가 했다는 일도 그들이 지나온 역사를 말해준다. 1950년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그 전쟁 통에 살아남기 위해 삶을 숭고하게 살아낸 일을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은 박완서작가를 다시 발견하고, 나의 삶을 다시 재조명하는 기회가 되었다. 인생에 돈 밖에 없을 것처럼 광풍이 불었던 2020-2021년 주식, 부동산 사태가 1950년 이후 자본주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우리나라의 피크(PEAK)임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작가의 삶을 살고 싶은 나에게는 작가란 어떤 존재인지를 확인하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자신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작가의 웃음이 책의 내용과 같이 오래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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