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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불편한 편의점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2. 4. 22. 16:39

불편한 편의점에 사람들이 모인다. 

 

내가 사는 아파트 앞에 있던 작은 슈퍼마켓은 15년이 다 되어간다. 그런 슈퍼마켓도 작년부터는 편의점의 이름으로 고쳐 달았다. 주변에 널린 편의점에서 소재를 얻은 점은 친숙한 데서 오는 편안함을 전해주는데 <불편한> 편의점이라니? 궁금증을 자아낸다.

 

<불편한 편의점>의 김호영 작가는 <망원동 브라더스>로 세계문학상을 받으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 작품은 8개의 단편이 묶여서 하나의 장편을 구성하고 있다. 앞의 7개의 단편을 부가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8번째의 단편이다. 장편소설로 보이지만 각각의 단편만 읽어도 재미있는 스토리가 된다. 

 

  등장인물은 7개의 단편마다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 주인공들은 보통 사람들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나’다. 그러나 편의점 주인 염영숙여사와 독고씨는 다르다. 이 두 사람을 중심으로 크게 동심원을 그리면서 변화의 징조가 생기기 시작한다.

 

  편의점 주인 염영숙여사는 중학교 역사 교사로 퇴직했다. 남편과 사별 후에 남편 퇴직금을 자식에게 주지 않고 편의점을 차렸다. 수익금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사람들의 월급이다. 그녀는 퇴직연금으로 살고, 편의점은 근무하는 직원들의 몫이라는 게 사장의 입장이다. 편의점의 직원이 첫 번째로 소중한 편의점이니 물건을 사러 오는 사람들에게는 조금은 <불편한 편의점>인 셈이다. 

 

그런 편의점에 독고 씨가 오면서 변화가 생긴다.

대학 졸업 후 공무원 시험 준비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시현은 새로 들어온 독고 씨에게 포스기 사용법을 가르치다가 잘 가르친다는 칭찬을 듣는다. 이어 독고 씨의 권유로 유튜브에 편의점 아르바이트 일을 소개하는 <편의점 일 편하게-편편채널>을 만들었다. 그 결과로 편의점을 확장하는 사람에게 스카우트 제안을 받고 편의점 지점장이 되었다.

 

  아들 하나만 바라고 살아온 선숙씨, 그 아들이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외교관 시험공부를 한다고 들어앉아 게임만 하는 걸 보고 속상하다. 독고 씨는 아들과 한바탕 하고 나와 속상해하는 마음을 들어준다. 또 게임하는 아들에게 삼각김밥과 편지로 마음을 전해 보라고 권한다. 그런 독고 씨 덕분에 선숙씨는 아들과 화해한다. 선숙씨는 행복해한다.

 

  연극무대에서 원하지 않는 은퇴를 하고 극작가로 다시 연극계로 돌아가고 싶은 정인경. 그녀는 독고 씨와 편의점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독고 씨의 과거에 관심을 둔다. 정작가는 원주 박경리문학관에서 나와 희수샘의 딸이 쓰던 방에 겨울방학 동안 머물면서 작가로서의 끝을 발견하려는 사람이다.

독고씨는 정작가의 멈추지 않는 에너지가 부럽다.

독고씨와 정작가의 대화다

“대체 당신을 지탱하는 힘은 무엇이냐?”

“인생은 원래 문제 해결의 연속이니까요. 그리고 어차피 풀어야 할 문제라면 그나마 괜찮은 문제를 고르려고 노력할 따름이고요.”

 

  병원 의약품 영업직 경만은 매일 참참참으로 하루를 편의점에서 마감한다. 참참참은 참치김밥, 참깨라면, 참이슬소주다. 5천원이면 풍족하게 마무리하는 저녁식사를 매일 편의점에서 해결한다. 그런 그에게 독고씨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권한다. 쌍둥이 딸의 학비 대기에 버거운 아빠의 심정을 헤아린다. 그러나 딸들도 원 플러스 원일 때만 초콜릿을 먹는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리고 할인판매를 하는 원 플러스 원 초콜릿을 사 들고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는 집으로 가라고 권한다. 결국 소주는 옥수수수염차로 바뀌고 경만은 가족과의 삶을 되찾는다. 독고씨는 편의점에서 아빠와 딸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 셈이다.

 

  결국 가족을 위해 돈을 선택하고 경찰 생활의 오점을 남기고 퇴직한 곽 씨. 흥신소를 하면서 비굴하게 살아가던 곽 씨는 사장 아들에게 고용되어 독고 씨를 좇다가 독고 씨의 자리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곽씨와 독고씨가 나눈 대화다. 가족에게 어떻게 말할까.

“가족들에게 평생 모질게 굴었네. 너무 후회가 돼. 이제 만나더라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어. ”

“손님한테 친절하게 하시던데......가족한테도...... 손님한테 하듯 하세요. 그럼...... 될 겁니다.”

 

서울역에서 보이는 청파동의 골목 작은 편의점 ALWAYS.

독고씨의 말이다.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음을 이제 깨달았다. 지난가을과 겨울을 보낸 ALWAYS 편의점에서, 아니 그 전 몇 해를 보내야 했던 서울역의 날들에서, 나는 서서히 배우고 조금씩 익혔다. 가족을 배움하는 가족들, 연인을 기다리는 연인들, 부모와 동행하던 자녀들, 친구와 어울려 떠나던 친구들......나는 그곳에서 꼼짝없이 주저앉은 채 그들을 보며 혼잣말하며 서성였고 괴로워했으며, 간신히 무언가를 깨우친 것이다. 252-235p”

 

  사람 사는 일이 관계이고 소통이라서 어렵다. 그런 거리를 좁혀주는 일을 노숙자인 독고씨가 해냈다. 노숙자라서, 가진 것이 없기에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독고씨가 근무시간 끝나고도 편의점 정리를 하고, 할머니들의 짐을 배달하고, 추운 날 야외테이블 손님을 위해 온풍기를 사들이는 일과 염여사가 독고씨를 받아주고 믿어준 일은 시너지효과가 나타났다고 보여진다.

 

  우리는 세상이 바뀌기만을 바랄 뿐 내가 바뀌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오류를 갖고 있다. 그런 우리들에게 따뜻한 인간미의 소유자 독고씨와 염여사는 위안을 준다. 그리고 베풀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한다.

 

  다만 소설적 구성으로 봤을 때 8번째 글에서 앞의 7개의 글을 설명해 주고 있다. 너무 지나친 친절은 오히려 부담스러운 법이다. 그렇게 자세히 설명을 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를 생각해 본다. 읽는 이들에게 상상의 여지를 남겨두면 어땠을까? 독고씨의 과거와 미래도 궁금증만 건드려 주는 정도면 어떨까? 독고씨가 꼭 의사여야 했을까? 왜냐하면 의사는 이제 서민들과 거리감이 너무나 큰 직업이다. 편의점과도 멀게만 보이는 직업이다.  그냥 평범한 회사원이었다면 편의점과 어울렸을 것 같다.  작가의 의도가 분명 있었겠지만 대구에 가서 봉사활동에 참여한다는 설정까지 덧붙여지면서 억지스러움이 없지 않다. 

 

그러나 사람 냄새가 그리운 요즘이다.

일주일을 보내고 회사일로 머리 아픈 일은 지나간 시간 속으로 날려 보내고

토요일 주말에 읽으면 편안함과 위로와 미소를 주는 작품이다.

일상 회복으로 머리아픈 분들께도 좋을 책이다.

사람사는 일이 별게 아니라는 걸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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