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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고통 구경하는 사회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4. 5. 24. 17:32

우리가 '기레기'라고 부르는 기자들이  바라보는 세상을 향한 렌즈에는 무엇이 보일까?

 

  저자  김인정기자는 '나가며'를 샌프란시스코에서 썼다.  그의 약력을 짐작해 보면 광주 MBC기자로 일했고,  이후 미국 언론사에서 프리랜서로 일하였으며 미국에서 대학원 공부를 하고 있다는 정도다.  소위 베스트셀러 작가들이 다수 추천서를 써 준 걸 보면 기자로서 진심으로 열정을 가진 사람이라는 점도 알 수 있다. 혹자는 <타인의 고통>을 쓴 수전 손택을 잇는 사람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서 일하는 나는 자주 인터넷 뉴스를 접하면서 가자인지 진짜인지 모를 뉴스를 따라다니는 일에서 벗어나려고 신문을 구독하고 있다.  그만큼 인터넷 신문의 기사들은 무분별하고, 자극적이고 말초신경까지 파고들려 할 정도이며 어떤 기사는 기사도 없이 사진만 올라오기도 한다. 기사를 쓸 시간 적 여유가 없이 경쟁적으로 보여주기를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TV 저녁 뉴스는 물론 인터넷 뉴스도 자주 보지 않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고 결론 내린 내가 이 책을 읽다 보니 외면당한 뉴스를 쓰는 기자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기자들도 알고 있었다. 왜 그들이 '기레기'소리를 듣는지, 그리고 그러지 않으려고 하지만 세상이 원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따라가는 부분도 상당히 크다는 사실을 말이다. 

 

" 고통과 상실을 겪어낸 한 사람이 잔해 속에서 부러진 나뭇가지를 집어들어 같은 이름의 다른 고통을 막을 수 있는 길을 가리킨다. 슬픔과 우울, 기억의 혼돈 속에서 그들은 뒷이야기를 쓰려한다. 진상 규명과 책이자 처벌은 사적인 애도를 겪어내는 이들을 위해 사회가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책임이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가자지구의 참상, 미국 내 아시아인 혐오 범죄, 홍콩 민주화운동, 샌프란시스코의 마약거리, 지방과 수도권,  젠더갈등 등 저자가 바라보는 곳에는 수많은 난제들이 산재해 있다.  그러나 에코 채임버 효과(echo chamber)처럼 폐쇄된 환경에서 유사한 의견을 가진 사람끼리 소통하며 기존의 신념을 증폭하거나 강화하는 현상이 기자에게도 생기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러므로 저자는 열린 시선으로 세상을 보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수전 손택은 <타인의 고통>을 통해 '연민은 우리의 무능력함과 더불어 무고함을 증명하기에 '우리의 선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뻔뻔한 반응'이며 타인에게 연민만을 베풀기를 그만두는 일이야 말로 우리의 과제'라고 말한다. '고통스러운 이미지들은 최초의 자극만 제공할 뿐이므로 스펙터클이 아닌 실제의 세계를 지켜나가야 한다.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라고 촉구하고 있다. 

 

   기자라는 일은 궁극적으로 인간에 대한 신념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종군기자 마리콜빈은 "진정으로 어려운 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것이라 믿을 만큼 인간성에 대한 충분한 신념을 가지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가 사회 각 분야에 대한 관심을 갖는 일은 그가 인간에 대한 신념을 져버지리 않았으며 세상의 변화를 꿈꾸고 있다고 보인다. 저자는 말한다. "세상의 변화는 연민보다도 자유로운 개인들 사이의 예기치 못한 화학작용으로 발생한다"  

  이 책은 뉴스 보기가 두려울 정도로 많은 사건 사고가 일어나는 세상의 일을 전하는 기자에 대한 새로운 시선으로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기자들의 고민과 소식을 전하는 이들의 막중한 책임에 대해서도 짐작하게 한다.  수월하게 읽히지는 않으나 처음부터 끝까지 하고 싶은 말은 일관적이다. 세상은 올바른 쪽으로 바뀌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그 방향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그리고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야 하지 않느냐는 물음표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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