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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링컨 하이웨이 본문
가지 않은 길, 모험은 삶의 열쇠를 찾는 길
링컨 하이웨이는 1912년 한 기업가가 구상한 도로 건설 아이디어에서 비롯되었다. 대서양에 면한 뉴욕시에서 태평양에 면한 샌프란시스코까지 미국 땅을 동서로 관통하는 미국 최초의 대륙 횡단 도로이다. 제목에서 언뜻 독자들은 링컨 하이웨이를 여행하는 여행자의 이야기겠구나 하는 추측을 하면서 책을 읽기 시작하겠지만 그 순간 에이모 토울스의 계획에 빠져든 셈이다. 이미 저자는 독자가 그런 추측을 하는 것까지도 예측하고 글을 썼다는 걸 책을 읽고 나면 알게 된다. 저자는 매우 영리하고 뛰어난 소설가로 독자들을 위해 친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나 완벽하게 꾸며놓은 탓에 한편으로 저자의 펜 끝에서 조바심내면서 끝까지 따라가는 여정을 겪고 나서는 한숨을 돌리고 싶어 진다. 휴! 이제 쉬어갈 수 있겠군. 하고 말이다.
에이모 토울스는 뛰어난 이야기꾼이 분명하다. 미국의 전직 대통령 오바마(2017), 사업가 빌게이츠(2019)가 적극 추천한 책이며 전작 <모스크바 신사>와는 시대, 장소를 달리하는 전혀 새로운 소설을 펴냄으로써 변신에 성공하면서 베스트셀러를 연이어 발표하였다. 보스턴 출신으로 영문학을 전공했으나 금융업에서 20년 종사한 후 40대 후반에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시기 뉴욕을 그린 데뷔작 <우아한 연인(2011)>으로 단숨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링컨 하이웨이>는 요즘 흔치 않은 벽돌책이다. 소설만 819쪽에 이른다. 내용은 1954년 6월 12일 과실치사로 소년원에 수감중이었으나 아버지의 죽음으로 가장이 되어 내브라스카 모건 고향집으로 돌아온 에밋 왓슨으로부터 출발한다. 18살의 소년에게는 8살의 동생 빌리가 있고 마을에서는 살인자가 마을에 살기를 원치 않으니 어디론가 떠나야 한다. 이미 아버지는 은행에 빚을 지고 농지는 경매에 넘어갔으며 아버지가 남긴 유일한 재산은 3000달러이고 소년원에 들어가기 전에 목수일을 배우면서 모아둔 돈으로 마련한 차 한 대가 전부다. 두 사람은 가출한 어머니가 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샌프란시스코까지 링컨 하이웨이를 따라 이동하여 거기 자리를 잡기로 한다. 그러나 그건 에밋왓슨의 계획일 뿐. 동생 빌리 왓슨, 옆집 친구 샐리, 소년원에서 탈출하기 위해 원장님의 차 트렁크에 숨어서 에밋의 집까지 온 더치스, 울리, 울리의 누나 세라, 여행 중에 만난 존목사, 율리시스, 빌리가 무려 25번이나 읽은 책의 저자 애버커교수까지 만나면서 생각지 않은 많은 일들이 단 열흘 동안 펼쳐진다. 저자는 이야기의 순서를 10, 9, 8....1까지 놓았고, 에밋, 더치스, 울리, 샐리, 빌리 이들의 이름으로 각 인물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더치스와 샐리의 장에서는 '나는'으로 1인칭을 쓰는 반면, 다른 장에서는 3인칭 시점을 적용하는 기법도 쓰고 있다. 글도 읽을 줄 모르고, 금장시계 때문에 아버지에 의해 소년원에 보내진 억울한 더치스와 시골의 삶이 숨막혀 에밋을 따라나선 샐리는 강한 생명력을 지닌 인물이라서 그런 시도를 하지 않았나 싶다.
이 책은 성장소설로 분류된다. 에밋, 더치스, 울리가 청소년이고, 샐리는 동년배이다. 반면 빌리는 8살에 불과하지만 역사와 모험책을 25번이나 읽고 저자의 말에 따라 비상배낭을 준비하고 실전에 돌입하는 똑똑한 아이이고, 울리가 더치스, 에밋, 빌리에게 남긴 유산이 담긴 금고도 여섯 번의 시도만에 열 정도로 스마트 한 능력을 지닌 범상치 않은 인물이다. 평소에는 성실하고 차분하지만 분노에 대한 인내가 부족하여 실수를 하는 에밋, 부모 도움 없이 살다 보니 무계획에 방탕하나 정의를 아는 더치스, 엄청난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전쟁으로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는 재혼을 한 후 필요한 돌봄을 받지 못해 우울한 빌리, 어머니 돌아가신 후 아버지의 식사를 책임지며 시골에 묻혀사는 재미없는 삶을 살던 샐리, 월스트리트에서 일하지만 냉정하고 자기만족에 빠져서 주변을 슬프게 하는 남편과 살면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세라까지 젊은이들의 삶과 생각과 행동으로 이어지는 결과들을 재미있게 이야기로 엮어냈다.
저자는 인 메디아스 레스(In medias res, 라틴어로 사물의 중간으로라는 뜻이 있다 ) 기법을 쓰고 있다. 이야기의 전개를 위해 설명을 하기보다 이야기의 중간 부분에서 시작하여 사건의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흥미도를 높여서 몰입도를 끌어올리는 방법으로 삼국지를 비롯한 소설들이 대부분 이 기법을 쓰고 있다. 빌리가 교수의 책에 자신의 이야기를 쓰려고 할 때 어느 부분부터 할까를 고민하다가 소년원에서 형이 돌아오는 장면부터 시작하는 게 좋겠다고 말하는데 바로 이 소설이 그 장면부터 시작하고 있어서 저자의 잘 짜인 계획을 읽을 수 있다. 에밋과 빌리, 샐리가 울리가 남겨준 10만 달러를 가지고 맨해튼의 링컨 하이웨이 시작점에서 샌프란시스코를 향해 드디어 출발하는 것으로 소설은 끝이 난다. 이후 이야기가 궁금할 지경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많은 이들에게 극찬을 받는가 보다. 묵직한 책을 언제 읽을까 싶지만 침대 머리맡에 두고 읽는다면 열흘이면 다 읽을 만큼 재미있다. 책을 덮으면서 뭔가 새로운 일, 흥미로운 일, 그동안 하지 않던 일을 하고 싶은 충동이 이는 책이다. 어쩌면 이 이야기처럼 인생도 계획된 대로 되지 않아서 우회하는 동안에 더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그 속에서 진정한 인생을 발견하는 게 우리의 삶인 듯싶다. <모스크바 신사>와 함께 <링컨 하이웨이>를 이번 여름 휴가의 소설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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