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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4. 5. 28. 17:40

삶의 지혜는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기술이다

 

"산다는 것은 괴로운 것이다." , "삶의 지혜는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기술이다."  둘 다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말이다.  순수이성비판의 니체에게 영감을 준 철학자 쇼펜하우어. 저자 강용수교수는 니체를 연구한  사람으로서 니체에게 영향을 준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마흔이 되는 사람들에게 적용하여 30개의 문구를 정하였고, 이를 다시 5개의 주제로 나누어 제시하였다.  쇼펜하우어의 진리는 그다지 어렵지 않고 일상 속에서 발견할만한 지혜들이다. 

 쇼펜하우어는 1810년 독일에서 의학을 한 학기 공부하다가 칸트,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와 동양 철학에 영향을 받았다. 30대에 대학에서 강의할 기회를 얻었으나 당대 최고 철학자 헤겔, 피히테 등과 견주는 이론을 발표하는 중에 그들을 비난했다는 이유로 학계를 떠나 은둔의 삶을 선택했다. 40대 이후 서서히 인정받고 알려지기 시작하여 45세부터 명성이 높아졌고 60대에는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열었다고 한다. 그가 70대에 했다는 말은 그의 삶을 말해 준다. "나는 이제 여정의 목적지에 지쳐 서 있다. 그래도 내가 했던 일을 기쁘게 돌아보는 것은 누가 뭐라 하든 흔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찰스 다윈, 아인슈타인, 심리학자 카를 융, 에두아르크 하르트만, 음악가 바그너에게도 영향을 주었고, 문학계 톨스토이, 앙드레 지드, 정치가 아돌프 히틀러에게도 이어졌다. 

 

 쇼펜하우어는 "내 철학은 위로를 주지 않는다는 말을 다시 들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는 말처럼 위로를 주지 않고 대신 삶의 지혜와 깨달음을 준다. "힘들지? 아프니까 청준이야!"라는 말보다 냉혹한 인생을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게 말해 주는 건 출발점을 인식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좌절하고 주저앉으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행복을 자기 밖이 아닌 자기 안에서 찾고,  타인에게서 희망을 찾지 말고 자신에게 집중하며, 허영심을 버리고 자긍심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돈보다 귀중한 시간의 의미를 깨닫고 현명하게 사는 방법은 지나치게 현재만을 사는 방법보다는 불안과 걱정에 휩싸여 미래를 살지 않는 태도를 갖는 것이 낫다는 말이다. 

 

"모든 인생은 괴로운 것이다. " 일체개고(一體皆苦)의 불교의 사상과 맞닿는다. 

 

"현자는 쾌락이 아니라 고통이 없는 상태를 추구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제다. 또한 불교의 "무념무상" 명제이기도 하다. 

 

"인간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그럼으로써 비로소 인간은 성격을 나타내게 된다. 또 그런 후에야 진정 무엇인가를 성취할 수 있다. "

 

"상상력은 아무 할 일 없이 기껏해야 즐거운 공중누각을 쌓아 올린다.  그보다는 단순히 일어날지도 모르는 재난을 눈앞에 떠올리며 미리 불안해하지 않아야 한다. "

 

 저자는 마음의 평정을 찾는 네 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불필요한 인간관계 정리하기, 질투를 경계하기, 큰 희망을 걸지 않기, 세상에는 거짓이 많다는 점을 알기다.  행복을 위해 의지와 마음의 동요가 적어야 한다는 말도 불교의 사상과 맞닿아 있다. 요즘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 대기업에서도 명상실을 따로 두거나 명상을 일상화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19 이후 명상을 권하기도 하는데 이 또한 맥락을 같이 한다. 명상은 삶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저자가 예로 든 고슴도치의 체온 나누기는 적당한 예가 된다. 고슴도치는 가시가 있어서 체온을 나누기 위해서는 가시를 눕히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다는 거다. 사람 사이에도 적당한 거리와 균형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저자의 말이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담고 있다. 

 

삶이 고해(苦海, 고통의 바다)라는 건 나이로 아는 건 아니다.  삶의 질곡을 겪은 사람은 더 빨리 깨닫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죽을 때까지도 깨닫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략 마흔이 넘어서면 실패를 겪고 좌절하고 때로 주변의 가까운 지인들의 죽음을 목도하면서 서서히 알게 된다.  그리 환상적인 세상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우리만 그런 게 아니고 인류가 살아온 내내 그런 깨달음은 대를 이어 왔음도 또한 사실이다.  쇼펜하우어가 그 지혜를 여는 역할을 했을 뿐이다.  천천히 읽어도 2시간이면 충분할 것이다. 읽는 시간보다 사고하는 시간이 더 필요한 책이다.  인생의 깊이를 알아가는 마흔부터 이해하기 쉬운 책이라고 소개하는 게 나을 듯하다.  자기계발서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삶에 헛된 환상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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