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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시민불복종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4. 5. 18. 22:53

꽃 향기 속에서 희망을 찾듯이

 

   헨리데이비드 소로우의 대표작을 <월든>이라고 생각하고 읽었는데 <시민불복종>이 궁금해졌다. 어떤 이는 <시민불복종>을 대표작으로 꼽는다.  얼마 전 작고한 홍세화선생은 "진보나 좌파를 말하는 것과 진보나 좌파로 사는 것은 다르다. 말할 수 있는 것도 특권에 속하는데, 적잖은 입이 말로는 신자유주의를 비판하기도 하지만 삶은 신자유주의를 산다. 대부분은 부자이기도 하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우리는 살면서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말하지만 그렇게 살지는 않는다.  그런데 소로우는 그런 삶을 지향하였다. 행동으로 보여줬다.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을 짓고 2년여를 살았고, 이후에도 인간이 평등함을 주장하기 위해 노예제도를 반대했고, 전쟁을 위해 쓰이는 세금내기를 거부해 감옥에 갇히기도 했다.  누군가 그 세금을 대신 내준 덕분에 풀려났지만 그 하룻밤이 <시민불복종>이라는 글을 탄생시켰다. 

   '정부는 내가 동의하는 한에 있어서만 내 몸과 내 재산에 대해 완벽한 권리를 가질 수 있다. 절대 왕정에서 입헌 군주제로, 입헌 군주제에서 민주주의로의 진보는 진정 개인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온 것이다. 우리가 아는 민주주의가 정부 형태 중 가장 개선된 최선의 것일까? 개인의 권리를 인정하고 조직하는 방향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는 없을까? 국가는 개인을 더 고귀하고 더 독립적인 힘으로 인정해야 하며 국가의 모든 힘과 권위가 그 힘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또한 그에 걸맞게 개인을 대해야만 그 후에야 비로소 진정으로 자유롭고 계몽된 국가가 존재하게 되리라. 마침내 모든 사람에게 공정하고 개인을 이웃으로 존중하며 대접하는 국가를 상상만 해보는 것으로 흐뭇하다' <시민불복종>중에서

 

 소로우의 글을 읽기 전에 국가는 당연히 존재하고 세금은 너무 과하지만 일상적으로 내야 하는 것으로 여겨왔던 일들이 아주 놀라움을 주기까지 했다. '왜 그동안 이런 일들을 당연하다고 해 왔을까?' 나는 소로우처럼 세금을 안 내겠다고 버틸 수도 없지만 의문이라도 가지지 않았던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이제 월급을 받는 사람들은 1900년대와 다르게 월급 통장에서 바로 공제되어 빠져나가니 세금을 안 낼 도리가 없는 세상이다. 누군가 말하기를 '약탈적 자본주의'라고 하는데 월급을 받는 사람들의 세금은 샅샅이 챙겨서 거두어 가고 전세 사기와 갭투자로 부를 축적하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당한 청년들에게 '더 철저하게 알아보지 않고 건성건성 준비한 부족함'을 나무라는 반면 건설회사가 큰돈을 벌기 위해 벌이는 대출은 정부 예비금으로 돌려 막아주는 사례를 보면 소로우가 지금 다시 나와 <시민불복종>을 발표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매사추세츠주의 노예제도>에서는 소로우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된다.  진흙 호수에 핀 흰 수련을 발견한 소로우는 '이 꽃의 향기 속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은가! 이 향기 때문에 이 세상에 대해 절망하지 않겠다. 아무리 세상이 노예제와 비겁함과 북부인의 무원칙으로 가득 차 있더라도 말이다. 이 꽃은 어떤 종류의 법칙이 가장 오래, 가장 널리 지배해 왔으며 현재도 그런지. 나아가 인간의 행동 역시 꽃처럼 달콤한 향기를 풍기는 날이 오리라는 점을 암시한다. '라고 쓰고 있다. <매사추세츠주의 노예제도> 중에서

  소로우는 개인주의를 주장하고 있다.  건강한 개인과 개인이 모여서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옳은 정책을 펼치도록 국가에 요구하고 참여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개인주의는 개인화와는 다른 개념이다.  나는 그 개념을 징검다리에 비유한다.  징검다리가 단단하면 웬만한 물살에도 견뎌내며 하나 하나의 징검다리의 역할이 작아 보여도 큰 개울을 발을 적시지 않고도 건널 수 있도록 한다.  개인주의는 바로 그 징검다리 하나의 역할이 온전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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