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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야누시 코르차크의 아이들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4. 5. 16. 17:59

 사과꽃도 사과만큼 소중합니다. 

   낯선 이름 야누시 코르차크(필명, 본명은 헨리크 골트 슈미트)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1878년(혹은 79년)에 태어나 1942년 8월 6일 200여 명의 아이들과 함께 죽음의 수용소로 향하는 열차를 타고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작가, 소아과 의사, 심리학자, 교육자, 유대인 고아원 원장, 가톨릭 고아원 설립자, <작은 평론>이라는 어린이 신문 편집인이기도 하다. 

"사회를 개혁하려면 교육을 개혁해야 한다.", "캐스터 오일(피마자유) 한 숟갈이 가난이라는 사실을 낫게 해 줄 수는 없었다."라고 말한다. 군의관으로 러-일 전쟁에 참전하기도 하고 거리에 버려지고 죽어가는 사람들의 시신 속에서 아이들을 거두고 치료하는 일을 하였다. 

'아이들을 존중해야 한다. 어른으로서 권위를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 아이는 미래의 주인공이 아니라 지금 모습 그대로 소중한 존재이다. 아이를 어른의 눈으로 보는 대신 아이가 생각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존중해야 한다."라고 말하기도 한 그는 학교에 '어린이 법정'을 만들고 어린이 법관을 두고 운영하되 어른은 행정이나 서류를 만드는 일을 한다면 학교의 아이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제안한다. 

   일찌기 아동인권선언의 필요성을 주장하였으며 1924년 국제연맹이 아동권리선언을 채택하는 과정을 보면서 "선언문은 선의에 호소할 것이 아니라 강력히 주장해야 한다. 배려는 간청할 것이 아니라 요구해야 한다."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코르차크의 아동인권선언은 1959년 국제연합이 세계인권선언을 발표하고 이어서 아동인권선언을 발표하는데 밑거름 역할을 하였으나 법적 강제성도 없었고 보장 절차도 없는 선언에 불과하여 그의 뜻을 다 담지는 못했다. 폴란드의 코르차크의 사상을 기반으로 하는 국제협약은 아동권리협약이라는 이름으로 1989년 국제협약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되어 50여 년 만에 빛을 보게 되었다. 

 

 "(하느님의 눈으로 보기에는) 사과꽃도 사과만큼 소중합니다. 갓 돋아난 옥수수가 영근 밭만큼 소중합니다. "

 

"나는 모릅니다. 알아낼 방법도 없습니다. 내가 모르는 부모가 내가 모르는 아이를 역시 알 수 없는 환경에서 어떻게 길러야 할지 나는 모릅니다. 어떤 책도 어떤 의사도 부모의 직관과 세심한 관찰보다 나을 수는 없습니다. 당신만큼 당신의 아이를 잘 아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 아이들은 정직합니다. 입을 꾹 다물고 있지만 사실은 열심히 대꾸하고 있는 겁니다. 거짓말은 하고 싶지 않고 사실을 말하려니 너무 겁이 나서 말을 못 할 뿐. 저도 이 사실을 알게 되고 무척 놀랐습니다. 침묵이 때로는 정직함을 열렬히 말하고 있다는 것을요."

 

  오늘 아침에 등교하는 아이들 중에 울면서 오는 아이가 있었다.  가만히 불러서 울음이 그치기를 기다렸지만 울음은 조용하고 길었다. "속상한 일이 있구나." "끄덕끄덕" "말해줄 수 있어?" "엄마한테 엘리베이터 닫히기 전에 사랑한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엘리베이터가 빨리 닫혀서 인사를 못하고 왔어요." "아, 그래서 속상했구나. 이따 집에 가면 엄마 만날 수 있지? 그럼 그때 가서 엄마한테 말해봐. 속상했다고.""네!"  아차! 뭔가 놓친 게 있을 것이다.  그 아이는 엄마를 늘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사정은 각각이니까.  손은 잡고 복도를 지나 교실 앞까지 가서 담임선생님께 "속상한 마음을 알아주세요"라고 당부를 하고 돌아섰다. 아이의 복잡한 마음을 안다고 생각한 건 내 착각인지도 모르겠다. 코르차크의 말처럼 우리는 돈을 버는 일에서만 아이들과 구분될지도 모른다. 덩치만 큰 사람일 뿐 아이들과 같은 사람이라는 걸 잊고 늘 가르치려고만 드니 아이들 입장에서 보면 참 답답하고 싫을 수도 있겠다. 코르차크의 시선으로 아이를 보려 한다. 복도에서 뛰는 아이도, 말썽 부리는 아이도, 점심시간에 혼자 노는 아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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