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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내 마음이 지옥일 때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2. 12. 2. 23:24

 

    시로부터 오는 치유의 언어

 

 "자기 속도로 가는 모든 것들은 옳다"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기분인가요?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가 편안하고, 위로받는 기분이 들지 않나요? 저도 그랬습니다.  이 책을 토요일 아침 내내 붙들고 읽으면서 위로를 받았습니다.  시가 위로가 되고, 치유가 된다는 걸 아주 오랜만에 발견하고 가을 저무는 햇살에 비추어 책을 읽었습니다. 

   저자 이명수는 자신을 심리기획자로 소개한다.  그가 해 온 일은 세상과 사람에 드리운 균형 잡힌 시선으로 마음의 성장과 치유를 돕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활동들이다.  '무한 공감과 지지 그리고 연결만이 진정한 치유라는 믿음으로 영혼의 동반자인 부인 신경정신과 의사 정혜신과 함께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와 그 가족들을 위한 심리치유공간 '와락'을 기획했다.  국가 폭력 피해자들의 심리치유 작업을 기획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산으로 이주해 '치유공간 이웃'에서 세월호 유가족과 희생 학생 친구 등의 치유 과정에 함께 했다. 

 

 저자는 이 책을 쓴 목적을 이렇게 말한다. '자꾸 무릎꿇게 하는 세상에서 상처받은 이들이 다시 스스로 걸어갈 수 있도록 뒤에서 버팀목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보니 다들 개인의 일상에서도 대부분 괴로운 마음속 지옥을 경험하고 있었다. 그동안의 다양한 현장 경험과 치유적 통찰을 통해 마음의 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한 가이드를 이 책의 영감자(靈感者)인 치유자 정혜신과 깊이 소통하며 담아내고자 했다. 

 

  왜 시가 체유제일까? 누군가는 인류를 구원할 세 가지를 도서관, 자전거, 시(詩)를 꼽았다.  우리 삶은 무엇을 향하고 있을까?  오너의 갑질 앞에 무릎 꿇는 사람, 국가 권력 앞에 희생당한 사람들, 가정폭력으로 무감각해진 아이......'감정마비가 일상화되면 희로애락의 타이밍을 알지 못한다. 울어야 맞는 상황인 건지. 퍼하는 정도가 이 정도면 적절한 건지, 웃어야 할지 말지 감이 떨어진다. 어떤 게 지금 상황에서 적절한 감정인지를 매 순간 머리로 계산하고 판단해야 하니 초긴장 상태로 산다.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는 혼란이 올 수밖에 없다.(132p)' 그러면서도 우리는 매일 죽을 둥 살 둥 달려가는 곳이 '회사'다. (135p) 계절 바뀌는 걸 출퇴근하는 차창 밖으로 보면서 지낸다. 그러다 늙는다. 

<회사 >(송종찬)  꽃 피고/ 꽃 지는 것 모르고/ 비 뿌리고/장마 지는 것도 모르고/ 투명한 어항 속에 비치는/ 캄캄한 심해/ 술 취한 고래처럼/ 이따금 푸우 푸-우/하늘을 솟구쳐 올랐다가/ 바람 불고/낙엽 지는 것 모르고/ 눈꽃 피고/ 얼음 풀리는 소리 듣지 못하고/ 어디쯤 지나고 있을까/밤 기차는-시 전문-

 

  그런 사람들이 모인 세상은 당연히 살기 힘들고, 어렵다. 관계도 불편할 수 밖에 없다. <모든 길>(권혁소) (중략) 바다, 그 또한 끝없는/오르내림의 반복/그러면서 배운다/봄이 오기까지는/ 모든 관계가 불편하다는 것-시 일부- 해빙기가 금방 오지 않아도 잘 견딜 수 있는 건 봄이 오기까지 모든 관계가 불편하다는 걸 깨닫고 말하는 시인의 고백이 있어서다. 

 

  이런 억울하고 힘든 삶을 견디며 사는 사람을 위하는 일은 무엇일까? 작가는 그동안 많은 이들의 아픔에 함께 하면서 그 해답을 함께 있어주기, 침묵, 함께 펄펄 뛰어주기에서 찾았다. 오직   프란시스코 교황님이 좋은 팁을 주셨다. '고통받는 이를 위로할 때는 논리적인 이유를 찾지 말고 침묵 가운데 함께해야 한다'라고 했다. 논리적인 이유를 찾는 행동은 '도움은 되지 않으면서 나쁜 결과를 만든다'고도했다. 억울한 사람에게는 특히 그렇다.(187p)

  그리고 마음 아픈 일을 가슴에 품은 이들을 향해 이렇게 말한다.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누구나 그럴 수 있는 거구나. 나만 유별난 게 아니었구나. 내가 비정상이 아니구나.' 그걸 아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만 혼자 이상한 경우는 절대 없어요. 안심해요.(241p)

 

  이 책에 실린 시와 글은 나만 이렇게 힘들게 사는 게 아니라고 가만가만 토닥토닥 어깨를 두드려 주는 손길을 느끼게 한다.  유명한 시인의 시가 아니라 평범하게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나와 같은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시라서 더 친숙하게 와 닿는다. 책이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이라도 시는 좀 낫지 않을까? 책을 싫어하는 분들께 권한다. 시를 통해 아픈 마음을 위로받기를 권한다. 이 땅에 사는 사람 중에 세월호가 바다에서 서서히 침몰하는 걸 목격한 사람들, 이태원 참사 현장을 생중계로 지켜봐야 했던 사람들, 매일매일 쏟아지는 사건, 사고, 검찰, 비리, 갑질, 자살, 성폭력, 학교폭력 등에 시달려 온 사람들에게 권한다. 심리치유 기획자의 기획은 마음을 치유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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