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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계속 가보겠습니다 본문
스스로 사회적 모델이 된 사람의 말은 힘이 있다
책 표지에 검찰청의 로고를 벽으로 세웠다. 긴 그림자가 권려을 상징한다. 그 앞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책표지의 청보라색은 청렴한 공직자의 이미지를 부각시킨다. 도화지의 질감은 순수함을 강조한다. 2022. 7. 22. 첫 출간, 메디치미디어출판사에서 출판되었으며 내가 구입한 책은 6쇄(2022.8.12. 발행)다.
저자 임은정은 현직 검사다. 1974년 태어나 1998년 사법고시 합격, 1999년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2001년 인천지검을 시작으로, 경주, 부산, 광주, 법무부(법무심 의관), 서울, 창원, 의정부, 서울 북부, 충주, 울산, 대검, 법무부(감찰관)에 이어 현재는 대구에서 근무하고 있다.
검사로서 2012년 이후 검찰 개혁을 위해 검찰 내부 고발했던 내용에 대한 기록과 앞으로의 다짐을 {1부 난중일기와 2부 나는 고발한다}로 나누어 썼다. 언론에 비치는 모습은 다부지고, 결의에 찬 모습이었으나 글에서는 주저함과 흔들림 그리고 선택과 결단의 순간순간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보여준다.
이 글을 쓰는 목적은 무엇일까? "검찰의 거짓말에 속지 않는, 깨어있는 시민의 날선 감시와 비판만이 검찰을 바꿀 수 있겠지요. 함께 꾸는 꿈의 힘을, 결국 함께 나아가는 역사희 힘찬 발걸음을 저는 굳게 믿습니다."서문에서 밝힌 저자의 마음이다. 10년을 내부고발자로 견뎌 온 저자가 맡았던 광주 인화원 사건 등을 겪으면서 저자는 세상을 보는 눈을 검사의 눈이 아닌 사람의 눈으로 보기 시작했다. ' 세상은 물시계와 같구나. 사람들의 눈물이 차 올라 넘쳐야 초침 하나가 겨우 움직이는구나. 사회가 함께 울어줄 때 비로소 역사가 한 발을 떼는구나.' 이런 따뜻한 사람의 눈길로 사람들을 바라보고 나니 자신이 몸담고 있는 검찰의 모습이 객관적으로 보이고, 여성 검사에 대한 성폭력 문제들도 남녀의 문제가 아닌 갑과을의 문제이고, 국민 위에 군림하며 권력과 결탁하는 검사들의 고장 난 정의감에 문제를 제기하기에 이른다.
저자는 자신이 역사서를 즐겨 읽는다고 말한다. 책 곳곳에 <논어>, <사기>, 시(詩) 등을 인용하여 자신의 말을 전한다. 그 중 <사기> 혹리(잔인하고 독한 관리) 열전에 "황제가 엄하게 처벌하고 싶어 하면, 장탕은 치밀하고 엄정하게 집행하는 관료에게 사건을 맡기고, 만약 황제가 용서해 주려 하면, 장탕은 관대한 관료에게 맡겼다. "는 대목은 2000년 전에도 유권무죄의 역사가 현재에도 재현되고 있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법을 관리하는 판검사들의 무소불위의 권력은 암암리에 알려진 사실이다. 10년 전쯤만 해도 법원에 근무하는 판검사들은 음주운전 검사에서 열외 되기 일쑤였다. 검문을 하는 경찰들에게 도리어 "내가 누군 줄 알고!" 하는 소리를 했다는 이야기는 소문에 어두운 사람도 들은 적이 있을 정도였다.
광주인화원아동 성폭력사건(2011년 피의자 실형), 타진요 악성 댓글 사건(주동자 3명 실형), 윤길중 과거사 재심 사건(무죄), 박형규 목사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 등 과거사 재심사건(무죄),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의혹 제기), 안태근 전 검찰국장의 서지현 검사 성추행 사건(결국은 무죄로 ), 한명숙 모해위증 교사 의혹 사건(의혹 제기) 등의 굵직한 사건들을 통해 없는 죄를 있는 죄로 만들기도 하고, 검사이면서 판사에게 구형을 미루기도 하고, 자신들의 있는 죄는 없는 죄로 만드는 검찰의 문제를 고발하고 개혁을 요구한다.
임은정 검사가 힘들 때마다 마법의 주문처럼 읊는다는 검사 선서는 신념의 중심추이다.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고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 처음부터 끝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국민을 섬기고 국가에 봉사하는, 나는 대한민국 검사다!"(76p) '사람들이 권위의 압력에 저항하길 원하는가? 저항을 한 동료들의 사회적 모델을 제공하라.(인용:짐바르도, <루시터 이펙트: 무엇이 선량한 사람을 악하게 만드는가>, 423p) '는 말은 저자의 길을 명확하게 짚어준다. 그는 새로운 역사의 길을 여는 모델이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가리라. 그리 마음먹고 가지만, 기실 바람이 아니다 보니, 그물에 걸리면 생채기가 생긴다. 이렇게 부딪쳐 가다 보면 결국 그물이 찢길 터, 그리 믿고 씩씩하게 걷자. 그리고 내 뒷사람이 아프지 않게 이 그물을 찢어버리고 말 테다.(216p)' 저자가 지치지 않고 10년을 한결같이 가는 길의 이정표다.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를 몸으로 보여주는 검사가 못다 한 이야기를 책으로 냈다. 처음부터 내부고발자가 아니었다. 2001년 이후 검사생활을 하면서 개인이 문제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반복되자 검찰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2009년 부터 새로운 눈으로 검찰을 보게 되었다. 본격적으로 개혁을 외친 것은 2012년부터다. 10년의 기록과 다짐이 사회적 모델이 되어 뒷사람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 보이고 있다. 사회 각계 각층에서 이 책이 발간되기 전과 후로 나뉠 것이다. 성찰과 반성이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임은정 검사가 이 책을 계기로 뒷바람을 받아서 앞으로 나아가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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