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불. 흙.바람 +나

[서평] 책 읽는 고양이 서꽁치 본문

서평쓰기

[서평] 책 읽는 고양이 서꽁치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2. 12. 13. 21:03

책 읽는 고양이의 홀로 서기와 사랑, 그리고 모험 이야기

 

   <책 읽는 고양이 서꽁치>는 문학과지성사에서 초등학교 3~4학년 이상 어린이에게 권장하는 2단계로 170번째 선정되었다.  2022년 6월 30일 초판 1쇄로 노란색 표지 중앙에 책을 읽는 고양이 서꽁치가 책을 바라보고 있다.  책에는 書(글서, 서꽁치의 성(姓)이기도 하다)가 있다.  꽁치는 온몸이 까맣고 네 발만 하얀 고양이로 흰 양말을 신은 것처럼 생겼다. 

 

   이야기는 이경혜,  그림은 이은경이 맡았다. 지은이 이경혜는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였고, 책, 바다, 물, 동물, 신, 문구류를 좋아한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2001년  장편동화<마지막 박쥐 공주 미가야>,  그림책<새를 사랑한 새장>, <행복한 학교>, <안 잘래> 등, 동화 <사도사우루스>, <유명이와 무영이>, <용감한 리나>, 청소년 소설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그 녀석 덕분에>, <그들이 떨어뜨린 것> 등이 있다.  그린이 이은경은 집에서 뒹굴뒹굴 책 보는 시간을 좋아한다고 자신을 소개하며 그림책 <악어가 쿵, 작은 새가 포르르>, <아기만 좋아해>, <질문의 그림책>, <배추쌈>등이 있다. 

   저자가 첫 고양이 프랜드, 현재 키우는 고양이 리옹과 수키, 개로 추정되는 달구와 먼저 기르던 개 또또에게 이 작품을 바친다고 소개하고 있다. 저자가 자신을 소개할 때 동물을 사랑한다고 한 것이 진심이었다. 책은 1장 책 읽는 고양이가 되다. 2장 서점에서의 하룻밤, 3장 <보물섬>의 유혹,  4장 선장과 다림이,  5장 또 다른 삶을 찾아서 -로 구성하였다.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소설의 전형적인 형식을 빌어 이야기를 전개하였다. 

 

   아빠도 모르고 엄마에게서 태어난 다섯 새끼 고양이 중 첫째인 서꽁치가 33대째 이어내려 오는 집안 내력인 '책 읽는 고양이'의 유전을 받고 책을 읽고,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에 기쁘기도 잠시 유튜브의 노예가 될 뻔 했으나 모험을 떠나고 사랑을 찾은 후에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줄거리다.  고양이가 책을 읽다니? 작가의 상상력이 너무 지나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잠시 이 책에는 <장화신은 고양이>, <100만 번이나 산 고양이> 이야기가 소개된다. <장화 신은 고양이>는 고양이가 말은 물론이고, 칼싸움도 하고, 장화에 사람의 옷을 갖춰 입고 행세를 하는데 책을 읽는 능력쯤이야 너무 약소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시골에 자리잡은 지인의 집에 매일 아침, 저녁으로 오는 노란 치즈 고양이가 있다. 그 고양이의 능력은 친화력이다. "야옹" 하나만으로 다 해결한다. 대답만 해도 사람들은 대단하다고 밥을 챙겨주고, 쓰다듬어 준다. 오히려 안 오면 걱정이라고 한다.  이제는 5년째 오는 고양이가 제 식구 인양 여겨진다고 한다.  내가 그 집을 방문해도 낯가림 없이 대답을 한다. 

"이 새벽에 배 고파서 밥 먹으러 왔어?"

"야옹"

"여기 앉아"

"야옹" 

 

  지은이의 고양이에 대한 사랑을 알 수 있는 대목이 여러 곳 있다. "신의 창조물 중에서 끈의 노예로 만들 수 없는 게 딱 한 가지 있으니 바로 고양이다!"(71p) "푸스는 장화랑 자루 하나만 장만해 달라고 하더니 자루로 토끼 같은 동물을 잡아서 왕한테 바치는 거야.(80p) "네가 고양이란 사실을 잊지 마. 우리는 자존심만은 끝까지 지키는 족속이야. 자존심이 뭔지 알아? 그건 마지막까지 제 목숨을 소중히 하는 거야.(313p)"우리 엄마는 참 멋진 고양이다! 난 저 멋진 우리 엄마 서명월의 아들이고! 그래, 난 서명월의 자랑스러운 장남서 꽁치라고!"(133p) 거기에 쥐를 사랑하는 마음도 덧붙인다. "네가 작고 보잘것없다고 투덜거리지 마라 너는 신의 주머니 속으로 쏙 들어가 그의 손길을 가장 많이 받을 수 있으니(92p, 시'쥐에게')

 

   고양이가 주인공인 동화에 여러 유형의 사람이 등장한다.  버럭 소리를 질렀지만 서명월이 새끼들을 데리고 집을 나가자 사료를 들고 와 돌아오라고 말하는 영미 엄마,  꽁치가 책 읽는 고양인 줄 알고 유튜브에 올리고, 개 집에 가두고 방송국에 연락한 영미, 섬을 떠나 육지로 갈 때 배에 태워 준 선장, 고양이를 좋아하는 다림이, 책 읽는 걸 눈 감아 준 다림이 아빠, 도서관 마스코트 흰눈이가 새끼를 낳자 중성화 수술을 시킨 사람들 등 인간 군상을 고양이의 눈으로 그려냈다. 

 

  동화 작가는 천개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들이다.  책 읽는 고양이의 눈으로 본 세상을 그려낸 작가의 눈은 순수하고, 신선하다. 책을 좋아하는 작가의 시선이 고양이와 이어져 이런 재미있는 책으로 나오게 되었다.  고양이를 기르는 어린이, 또는 동물을 사랑하는 어린이라면 다들 좋아할만한 이야기다.  이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길고양이를 만나더라도 그냥 지나치지는 못할 것이다. 분명 "야옹"이라고 고양이 흉내라도 내고 지날 것이다.  어린이의 마음처럼 순수함을 간직한 분이라면 읽어 보시기를 권한다.  엄마가 읽어주는 동화책으로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