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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악플전쟁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2. 11. 24. 22:08

지은이 이규희 작가는 고향 영월의 역사와 관련이 있는 <어린 임금의 눈물>을 비롯해 명성황후를 주인공으로 한 <왕비의 붉은 치마>, 러시아 연해주(블라디보스톡)에서 항일 독입 운동을 한 애국지사를 그린 책 <독립군이 된 세 친구> 등 주로 역사의 주인공을 재조명하는 어린이 도서를 쓴 작가다.  그 외에 친구 관계를 어려워하는 아이의 마음을 그린 <진짜 친구 찾기>와 <악플 전쟁>이 있다. 

  작가는  충남 천안에서 태어났고, 성균관대 사서교육원을 졸업했다. 1978년 중앙일보 소년중앙문학상에 동화 <연꽃>으로 당선되었다. 세종아동문학상,  가톨릭문학상, 이주홍문학상, 윤석중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악플전쟁>을 쓴 계기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 어린 시절, 나는 매우 말이 없고 소심한 아이였습니다, 늘 학교 도서실에 틀어박혀 책을 친구 삼아 지내곤 했지요. 그 때문인지 작가가 된 후, 늘 나처럼 외로운 아이, 슬픈 아이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역사 속에서 잊혀져 간 사람들에 대해서도 어쩐지 마음이 가 닿았고요. 이번에도 인터넷 속에서 친구에게 상처를 주는 아이, 그걸 알고도 못 본 척 외면하는 아이, 상처를 받고 슬퍼하는 아이, 이렇게 세 아이의 이야기를 쓰며 나는 세 아이 모두에게 마음이 쏠렸습니다. 모두 내가 보듬어야 할 아이들이니까요."

 얼굴과 이름을 숨긴 채 인터넷상에서 함부로 친구를 모함하고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은, 그일이 친구에게 큰 상처와 슬픔이 된다는 걸 알고 있을까? 만약 그런 친구가 있다면 때로는 그런 행동이 거꾸로 자신을 울게 할 수도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7p)고 이 글을 쓴 목적을 말한다. 

 

 친구가 하나도 없고 놀림만 당하는 외로운 아이 민주가  새로 전학온 서영이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서영이는 아프리카로 봉사를 떠난 아빠와 디자이너 엄마를 둔 아이다. 성격도 좋고, 친구들과 골고루 잘 어울린다. 그러나  5학년 5반에는 짱오가 있다. 말 그대로 다섯 명이 모여서 아지트에서 모의를 하고, 때로 몰려다니면서 왕따를 시키거나 친구들을 놀리는 일을 일삼기도 하는 아이들이다.  그중 미라는 이혼한 엄마와 함께 살면서 엄마의 꿈인 배우가 되기 위해 단역이라도 불러만 주면 달려가는 재능도 재미도 없는 아이다. 그런 미라가 보기에 서영이는 다 가진 얄미운 존재로 보였다.  그래서 서영이를 리본 핀을 가져간 도둑으로 몰고, 서영이가 자신의 핀을 가져갔다고 인터넷에 올렸다.  처음에는 당당하던 서영이가 점점 친구들로부터 몰리게 되자 점점 위축되기 시작한다. 거기다  짱오가 시키는 대로 머리핀을 서영이 가방에 민주가 넣었다. 민주는 서영이를 볼 때마다 괴롭다.  서영이가 교통사고를 당한 장면을 본 민주는 더 이상 감추지 않고 용기를 내서 폭탄선언을 한다. 서영이의 무죄가 밝혀진다.  그러나 서영이는 더 이상 학교를 다니지 않고 아프리카로 떠난다. 

 

 이야기는  상처주는 아이 미라의 처지,  상처받은 서영이의 상황,  왕따인 민주의 갈등과 용기 있는 커밍아웃으로 세 아이를 축으로 이루어진다. 다만 너무 빠른 결말은 아쉽다. 거기다 아빠가 있는 아프리카로 떠난다는 설정은 다소 억지스러운 면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악플'이 얼마나 나쁜지, 사람을 죽음과 같은 나락으로 밀어뜨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다.  현재 70세의 작가가 60 정도의 나이에 썼다는 게 놀랄 만큼 이야기는 아이들의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다.

 

  <악플 전쟁>은 사실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터넷만 열면 늘 일어나는 일인 데다 선거철만 되면 더 과격하게 변하는 게 사실인데 그런 어른들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아이들의 '악플'은 상처에 약한 아이들을 상대로 하기에 더 치명적이다. 그런 사회적 문제를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아 전달하고 있다. 2013년에 발행된 이후 10년이 되어가는데 아직도 아이들 사이에 인기 있는 책이다. 지금도 악플이 문제라서 그럴 것이다. 101세인 김형석 교수는 장수 비결로 뒷담화(험담) 하지 않는 습관을 꼽았다. 악플은 상대를 상처주는 동시에 자신에게도 똑같이 나쁜 에너지를 주는 행위라서 그럴 거다. 그런데 악플과 뒷담화(험담)를 그만하면 정말 오래 살려나? 장수하고 그 나이까지 살아 봐야 알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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