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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세상

[영화평]스페인 어게인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2. 8. 28. 22:29

 

사랑은 움직이고, 기억은 오래오래 남는다. 

 

 

원제는 <OFF THE RAILS>다.  친구 애나가 죽었다는 연락을 받고 친구들이 장례식에 모였다.  애나 어머니가 추도사를 한다.  "이 세상에 과분한 애였다. 가는 곳마다 주변이 밝았다. 하루하루를 새롭게 시작했다. 오늘 만은 그럴 수 없다. 사랑하는 사람이 안식에 들면 걱정 말고 보내라고 하는데 미안하다. 기꺼이 보낼 수가 없구나."

 두번째로 딸이 고별 곡을 연주한다. 평소 애나가 좋아하던 블론디의 노래다. "꿈꿀래. 꿈꾸는 건 자유야. 난 계속 꿀 거야. 꿈꾸는 건 자유니까.~~" 친구들이 노래를 따라 부른다. 

 장례식 후에 애나의 어머니가 친구들에게 뭔가를 건넨다.  거기에는 애나가 준비한 편지와 기차표가 들어있다.  예전에 함께 놀러 갔던 스페인 팔마 성당 '신의 미러볼'아래서 자신을 위해 춤을 춰 달라는 내용이었다.  기차표 네 장,  한 달간 이용이 가능한 유로 철도 여행권이다.  일상의 바쁜 일을 접어두고 세 친구와 딸이 함께 여행을 떠났다. 

 배우 캐시, 의사 리즈, 광고 기획자 케이트 피셔, 애나의 딸 매디가 장례식 3일 후에 모여 여행을 떠난다.  영국을 출발해 애나, 캐시, 리즈, 케이트가 오래전 여행했던 경로를 따라가기로 한다.  먼저 도착한 파리에서는 쇼핑을 시작으로 화려했으나 예전에 갔던 카페는 문을 닫았고, 스페인으로 향하려던 기차는 잘못 타서 이탈리아에 도착한다. 이탈리아에서 기차가 고장 나고,  출산을 앞둔 산모를 도와주고 그 대가로 축제에 초대를 받는다. 거기서 또다시 예상 밖의 상황에 기차를 놓치고 서로 마음에 둔 앙금이 터지고 만다. 매디는 먼저 팔마를 향해 떠나고, 애나의 친구 세 사람은 우여곡절 끝에 팔마에 도착한다. 그들이 도착하고 머지않아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온 햇빛이 '신의 미러볼'을 만들어 성당 안을 환하게 비춘다.  애나의 마지막 선물이자 소원이 이뤄지는 장면이다. 

 

 이 영화에서 내가 건진 대사다. 

"선생님 100명 보다 좋은 엄마 한 명이 더 낫다." 이탈리아에서 캐시가 만난 남자가 한 말이다.  캐시가 남편과 공동 양육권 재판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캐시가 좋은 엄마라는 걸 말해 준다. 이 말은 그 장면보다 더 어울리는 장면이 있을 것이다. 그건 바로 아이들을 학원-학원-학원으로 내몰고 있는 대한민국의 엄마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남편이 바람 피우는 건 내 탓인지도 몰라. 회색 속옷을 입어서, 남편 말을 안 들어줘서......" 과연 바람피우는 게 여성 또는 남성이 무언가를 잘못해서 일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불만이 쌓인 건 맞지만 상대가 잘못해서라기 보다 바람을 핀 사람의 마음에 바람이 들어서다. 바람을 집어넣은 건 자신이다. 그래도 된다고 자신을 허용한 바람피운 사람 자신의 문제다.  

 

스페인 어게인!  2016년 1월에 8박 10일 여정으로 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까지 다녀왔다.  벌써 6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눈에 선하다. 스페인의 타리파 항구에서 아프리카 탕헤르 항구로 향하는 여객선을 타고 대서양과 맞닿은 지브롤터 해협을 건넜다. 모로코 페스에서 비둘기 똥으로 가죽을 염색한다는 염색 공장에서 코를 감싸 쥐고 내려다본 염색장, 한 번 길을 잃으면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미로처럼 이어지는 골목길 등등 기억이 오래 남는다.  아마 나처럼 주인공 애나도 오래된 기억이 행복한 기억으로 남았나 보다. 

 

 팔마성당은 스페인의 마요르카라는 섬에 있는 성당이다. 바르셀로나에 있는 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의 건축가로 유명한 가우디가 팔마 성당의 복원에도 참여했다고 한다.  팔마 성당의 제단을 참고하여 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의 제단을 만들었다고 한다. 

 다시 해외 여행의 기회가 열리면 스페인은 다시 가 보고 싶은 곳이다.  다소 경제적으로 기울어가고 있으나 이전의 문화재들이 고스란히 역사의 일부가 되어 있는 곳, 열정의 나라!  2016년에 내가 블로그를 시작하지 않은 게 안타깝다. 그랬으면 여행을 기록으로 남겨 놓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 같은 날 한껏 추억에 젖어 블로그의 글을 보고 있을 텐데. 

 

 토요일 오후, 또는 밤잠 못 이루는 밤에 보기 좋은 영화다. 보고 나면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는 영화다. 하다 못해 동네 산책이라도 다녀와야 할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