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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탑건:매버릭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2. 7. 27. 23:55

1986년작 <탑건>에 이어 후속작으로 나온 영화다.  미군은 1950년 한국전에서는 12대 1이었던 적군과 아군의 전투기 격추 실력이 베트남전에서 3대 1로 현격하게 조종사들의 실력이 낮아졌음을 확인하였다.  이에  1969년 3월 미국의 해군은 최상위 1%의 우수한 엘리트를 선발하여 세계 최정예 조종사들로 만들기 위해 학교를 설립하였고 그 학교가 바로 파이터 웨폰스 스쿨(fighter weapons school)이다. 탑건(TOP GUN)은 최고 중의 최고의 조종사를 양성하는 학교를 말한다. 해군이지만 항공모함 위의 극히 짧은 활주로에서 이착륙하는 전투기 조종사들을 길러낸다.

 1편은 "딛고 일어서다."로 요약한다. 

 

 <탑건>은  TV에서도 자주 상영해 준 영화라서 몇 번은 봤겠지만 후속작을 보기 전에 다시 한번 보았다.  1편은 콜사인"매버릭"과 "구즈"가 탑건에서 비행교육 중 제트기류를 만나서 엔진에 공기 유입의 방해로 인해 엔진이 꺼졌고 나선형 추락하면서 조종 불능 상태에서 탈출하던 중에 구즈가 크게 다쳐 사망하게 된 사건이 발생한다. 그 일로 매버릭은 큰 상처를 입고 비행을 포기하려 한다. "도망칠 수는 있어도 숨을 수는 없는" 공중전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또, 아버지가 전투기와 함께 실종되었다고 알고 있었지만 실은 동료를 구하고 전사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그러나  졸업식 날 해군으로부터 긴급 지원 요청을 받고 나간 전투에서 처음에는 구즈에 대한 죄책감에 전투를 회피하지만 결국은 수석 졸업자 아이스맨이 위기에 처하자 그를 돕기 위해 돌아간다. 그는 그 때 '생각하지 않고 순간의 본능에 충실한 와일드카드의 기질로 평소 위험하다는 말을 들어왔던 바로 그 평소처럼 행동하였다.  그 행동이 동료를 살린 것이다.  매버릭이 살린 수석졸업자는 콜사인'아이스맨'이다. 그는 '냉정한 비행술, 무결점에 상대를 지치게 하고, 무료해져서 바보짓을 할 때 냉큼 잡아먹는 실력'이 있어서 아이스맨이다.  매버릭과 아이스맨은 정반대의 기질을 갖고 있지만 이 영화에서는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모습이기도 하다. 영화니까 가능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미화된 부분이 크다. 미국을 추앙하게 만드는 영화라고나 할까? 나는 1편을 보고 한 줄로 "딛고 일어서다"로 요약하였다. 

 

   실제로 이 영화가 상영된 후 미국의 공군과 해군에 지원하는 지원자가 많이 늘었다고 한다. 그만큼 잘생긴 주인공이 멋지게 그려진다. 거기에 우정과 정정당당한 경쟁, 사랑, 국가에 대한 충성, 가족과의 화목함, 동료애, 책임감 등의 요소까지 있으니 그야말로 미국 정부에서 지원금을 받아 만든 계몽영화로 보일 정도다. 그러나 볼거리는 훌륭하고, 재미도 있다. '세계에서 제일 힘센 나라의 국민은 어떤 생각으로 살고 있을까?', '미국 국민들은 미국의 국민임을 자랑스러워할까?' 등의 생각을 했다. 

 

2편은 "DON'T THINK, JUST DO IT."으로 요약한다. 

 

 2022년 7월에 개봉한 <탑건 매버릭>은 주인공의 30년 후를 그리고 있다.  세월의 흔적은 잘 생긴 남자 배우를 비껴가지 않았다.  1편의 내용을 자세히 설명하기 위해 1편 영화의 장면들을 그대로 삽입하기도 했다. 1편에 비해 늘씬하고 최첨단의 기술을 갖춘 전투기를 공개한다.

 

처음 장면에서 마하10이라는 용어가 나온다. 마하라는 생소한 용어에 대해 알아본다.  일반 여객기가 0.7 마하, 일반 전투기가 마하 1~2라고 하니 마하 10이면 얼마나 빠른 속도인지 알 수 있다. 초당 3.4km를 이동한다. 그야말로 미사일과 같은 속도라고 말할 수 있다. 

마하 1은 초속 341m, 분속 20.46km , 시속 1227.6km

마하 10은 초속 3.4km, 분속 204.6km , 시속 12,276km 

지구가 자전하는 속도 ( 적도에서의)는 시속 1,667km로 음속보다 빠르다.

지구가 공전하는 속도는 10만7,226 km/h으로 마하 87 정도다.

 

 2편에서는 "전투기가 아니라 조종사다."라는 말이 여러 번 나온다.  제독이 조종사라는 직업이 미래에 없어질 직업 중 하나라고 언급하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로 다루기도 어렵고, 사고 내는 조종사보다 자율주행, 또는 드론이나 미사일을 이용하는 전쟁을 국가에서는 선호할 수 있으나 조종사들의 생각은 다르다. 좋은 장비로 만든 전투기도 중요하지만 그걸 이용하는 건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지나칠 정도로 여러 번 나와서 의도적인 부분으로 읽히기도 하였다. 

 

"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해(DON'T THINK JUST DO IT!" 공중전에서는 생각할 시간이 없다. 바로 눈앞에 전투기가 날아와 나를 공격하는데 본능적으로 반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미다. 영화에서 매버릭을 구하기 위해 돌아온 루스터도 자신의 안전을 생각하지 않고, 그저 동료를 구하려는 마음으로 돌아온 것이다. 생각이 많으면 하고자 하는 일에 주저하게 되고 결국 하지 못하게 되는 일도 많지 않은가?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절체절명의 위급상황이라면 생각보다는 본능에 맡기는 게 오히려 안전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늘 생각없이 살라는 말이 아니다. 

 

 매버릭은 영화 주인공이지만 탑건의 수석 졸업도 아이스맨에게 내줬다. 만년 대령이고 현직 조종사다. 아이스맨은 사령관이 되어 매버릭을 때마다 도와주고 후원하지만 매버릭은 1등이 아니어도, 2등이어도 괜찮다고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조종을 할 수만 있다면.  이 포인트에서 정말이지 현실감이 너무나 떨어진다. 이런 꿈같은 상황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존경할 일이다. 그러나 주변에서 이런 분 만나기 쉽지 않다. 요즘 돈이면 다 되는 세상에다 이제는 집단마저  개인으로 해체되어 제각각인 세상인데 책임감과 자긍심만 가지고 버티기에는 자본주의의 물결이 너무나 높기만 하다. 만약 그런 분이 계신다면 천연기념물 정도는 될 거다.  자본이 사람들을 낱낱으로 쪼개놓고, 인간이 돈 앞에서 얼마나 나약한 지를 언제나 시험하는 것만 같은 세상이라서 더 그렇다. 

 

 아빠 친구와 친구의 아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세상을 그린다. 보기에 좋다. 훈훈하다. 인류애를 느끼게 한다. 또 전투에 승리하고 살아 돌아오는 조종사들을 모두가 뛰어나와 환호하며 반긴다. 아름다운 풍경이다. 영화라서 가능하겠지만 너무나도 오랜만에 보는 풍경이다.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을 멀리해야 했고, 이제는 쉽게 다가가기 어렵게 되었다. 그런 처지에 만일 살아 돌아 온대도 데면데면할 수밖에 없을 텐데 그렇게들 내 일처럼 기뻐하고, 환호하고 환대한다니. 영화일지라도 훈훈한 건 훈훈한 거다. 영화 속만이 아니라 미국의 실제 현실이 이런 문화라면 다른 건 몰라도 이런 문화는 존중하고 싶다. 

 

나의 콜사인은? 썸머(summer), 당신의 콜사인은?

 

 두 편의 영화지만 한 편으로 엮어서 보는 게 더 재미있다. 전투기의 곡예비행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땅 위에서만 살고 있어서 집, 나무, 사람, 차, 골목, 신호등 등등만 보고 살다가 텅 빈 하늘을 마음껏 나는 전투기 비행 장면을 두 시간 동안 보니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몸은 영화관에 있었지만 함께 비행을 한 듯이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마스크 쓰고 3년 째인 올 여름을 잠시나마 시원하게 현실을 떠나 공중회전 한바퀴에 동참하고 싶은 분께 추천한다. 

 

  조종사들은 이름으로 부르지 않고 콜사인으로 부른다.  '아이스맨', '행맨', '밥', '매버릭', '구즈', '루스터'등이다.  응급상황에서도 부를 수 있고, 짧지만 나를 표현하는 이름이 콜사인이다. 그럼 나의 콜사인은 어떤 이름이 좋을까? 지금 떠오른 콜사인은 '썸머'다. 나는 지금 한창 여름을 지나고 있어서다.  여름 아침의 물까치의 구애와 여름 밤의 매미의 구애를 들으면서 지내면서 뜨겁게 살고 있어서다.  당신의 콜사인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