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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있는 그대로가 아름답습니다. 본문
작가 이철수의 <나뭇잎 편지>라는 부제가 있는 책이다. 오래전 읽은 신영복 님의 책 <담론>을 유시민의 알릴레오 북스에서 김제동, 김창남, 유시민, 조수진 님이 이야기 나누는 걸 듣다가 서가를 본다. 분명 담론을 읽고 서가에 꽂아두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으로. 그러다 <담론>은 못 찾고, 이 책 <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습니다>를 보물 찾기처럼 찾았다. <담론>은 다음으로 미루고 이 책을 들고 토요일의 호사를 누려본다.
"이렇게 차가운 날, 한낮 햇살 잘드는 창 앞에 앉아 조용히 하루 보낼 수 있는 축복이 겨울 다 가기 전에 찾아올까? 그런 생각하는 온종일 바빴습니다. 벌써 일속에서 바쁘시지요? 한데서 온종일 일하고 온몸이 얼어있을 누군가에게는 죄송천만한 몽상!" (햇살 잘 드는 창 앞에.11쪽)
나는 작가가 하고 싶은 그 축복을 받았다. 오늘! 점심으로 군고구마와 김장김치를 먹고 읽던 책 몇 권, 귀마개(카페의 시끄러운 소음 막이용), 필통(일러스트 그릴 펜 챙기기), 휴대폰 충전기(얼마나 오래 있으려고?), 이어폰까지 챙겨 들고 카페로 향한다. 겨울날 따뜻한 카페 창가에서 책 읽는 게 나의 소망 중 하나였는데 바로 그걸 하러 갔다.
이철수 작가는 매일 사진 혹은 그림에 엽서를 적어 홈페이지에 올리는 작업을 한다. http://www.mokpan.com 이철수의 집에 가 보니 어제의 글도 올라와 있다. 아마 이 시간에도 글을 올리려고 쓰고 있거나 올리고 나서 돌아앉아 있겠다.
'살다 보면 보게 되는 사람들 가운데는 존재가 온통 봄 햇살 같은 이도 있습니다. 좋지요. 그 곁에 오래 있고 싶어지기도 하고요.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지만, 가능성 없음! 이 결론입니다. 올해는 긍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었는데 벌써 실패하고 있는 듯합니다. 봄이 보입니다. 그 안에 들어가서 일이나 열심히해야 할까 봅니다. (온통 봄 햇살 같은, 58쪽)' 나도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작가도 그런 생각을 했다는 데서 교감이 생긴다. 다른 게 있다면 작가는 2008년(지금으로부터 14년 전)에, 나는 지금에 하고 있다는 게 다를 뿐이다. 얼추 인생에서 비슷한 시기에 같은 생각을 한 것으로 보인다. 작가의 엽서를 보면서 나는 작가가 그 '봄 햇살 같은 사람'이 아닌가 싶다.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작가는 땅에 발을 붙이고 정직하게 사는 이 시대의 어른 중 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다. 제천에서 20년째 농사를 지으면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그의 글은 따뜻하고, 사람을 향해 있으며, 깊이가 있고, 열려있다.
'겨울날 작은 사과 한 알 뚝 잘라먹고 절반 남겨 두었더니 시나브로 말라갑니다. 살아있지 않으면 바깥 기운에 끄달리기 마련입니다. 제 주견없이 그저 흘러가는 통념을 따라 살면, 생각도 그렇게 탄력을 잃고 맙니다. 비평적 사유라고 하나요. 세상을 차분히 살피고 이렇게 판단해야 옳은지 저렇게 판단해야 옳을지 생각하며 살아야 합니다. 판단의 기준이 '나만'이 되기보다 '우리들'이 되는 게 중요하지요. 그래야 어른스럽고 성숙한 결론에 이를 수 있습니다. (작은 사과 한 알 뚝 잘라먹고, 27쪽) 너도 나도 늙기를 두려워하고, 성형 수술로 주름을 없애고, 젊은 사람들처럼 혹은 늙지 않을 사람처럼 사는 것이 지상 최대의 과제인양 여겨지는 요즘이다. 작가는 자연 속에서 깨어있는 스스로 말하는 '비평적 사유'를 놓지 않으려고 매일 숙명처럼 그림과 글을 짓고 살고 있는 사람이다. 판단의 기준이 '나만'이 되기보다 '우리들'이 되는 게 중요하다. 그것이 어른의 삶이고 성숙한 결론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얼마나 정확한 문제의 지적이고, 해결책인가? 삶으로 철학을 증명하듯이 사는 삶을 그림으로 만이 아니라 정확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조각해 내는 언어 표현도 날이 서 있다. 하루아침에 결코 쌓이지 않을 붓의 힘과 펜의 힘은 고독과 싸우고, 자신과 싸우면서 얻어낸 땀의 결실이다.
나의 독서와 삶이 맞닿아 있는가?
나의 글쓰기가 나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는가?
나의 독서와 글쓰기가 나의 주변 사람들의 삶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가?
나의 글쓰기는 내면의 나와 마주한 후에 사유의 끝에서 이루어지고 있는가? 그래서 누군가에게 도끼가 될 수 있는가?
이 책은 14년 전에 나온 책이지만 지금 읽어도 세상은 변하지 않았고, 그때의 고민과 지금의 고민이 다르지 않다. 나는 이 책을 나의 글쓰기와 독서와 삶의 거울로 여기면서 읽었다. 내밀하게 고민하고, 반면 깃털처럼 가볍게 사는 삶이 어렵지만 이렇게 앞서가는 인생의 선배들이 있으니 반갑고 기쁘다. 희망을 노래하고, 내일을 노래하고, 이웃을 걱정하고, 자연 속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삶의 위대함을 발견하여 기쁘다.
처음 시도한 카페에서의 책 읽기는 책이 좋아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었으니 대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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