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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12.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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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12.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1. 11. 15. 22:44

찬바람이 불면 김장 준비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 아는가 보다.

홈쇼핑 채널에서 유난히 갓담은 김치를 파는 게 자주 눈에 띈다. 계절을 앞서가는 홈쇼핑이다.

 

  작년까지는 김장을 12월 중순에 했다. 눈보라가 치는 날도, 따뜻한 날도 있었지만 이제 날이 더 춥기 전에 김장을 만들기로 한다. 그래서 잡은 날이 11월 둘째 주 토요일이다.  또 달라진 점이 있다면 작년에는 어머니 집에서 김장을 하였지만 올해부터는 덕유산 밑에 터를 잡은 1호네 집에서 하기로 한다. 부모님은 구순을 바라보니 이제는 김장 준비가 버겁다.

 

   김장은 준비할 재료가 많다. 배추, 무, 고추가루, 마늘, 생강, 새우젓, 생새우, 쪽파, 당근, 갓이 기본이다. 여기서 새우젓과 생새우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1호 부부가 올해 농사를 지은 작물들이다.  1년의 농사가 김장으로 정리가 되는 셈이다. 배추와 무, 당근, 갓은 8월 중순에 심고 가꾼 결과물이다. 마늘은 지난해 11월에 심었고 6월에 거두고 그늘에 매달아 두었다.  생강은 봄에 심어 가을에 거두어 흙에 묻어 두었다.

 

   또한 김장은 사람들의 축제다. 코로나로 못 모였던 가족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온 가족이 김장을 만들 배추를 절이고, 씻고, 무를 다듬고, 무채를 썬다. 한쪽에서는 마늘과 생강을 다진다. 또 다른 사람은 족파와 갓을 적당한 크기로 썬다. 한쪽에서는 무, 다시마, 파뿌리, 양파, 대파 등을 넣은 채소 육수를 만들고, 그 물에 찹쌀을 넣어 풀죽을 만든다.

 육수가 완성되면 고춧가루와 새우젓, 새우, 무채, 생강과 마늘 다진 것을 넣고 양념을 반죽한다. 김장을 하기 하루 전에 반죽을 하여 양념이 숙성되도록 하룻밤을 재운다.  배추와 무는 절여진 것을 세 번 씻어서 채반에 받쳐서 하룻밤 정도 물기를 뺀다.

 다음날 절인 배추에 양념을 바르는데 주로 줄기쪽에 발라서 짠 기운이 잎쪽에 머무르지 않도록 주의한다. 양념을 바른 배추를 통에 담아서 김치냉장고에 보관한다.

 

 김장을 만드는 날은 수육이 필수다. 수육은 주로 삼겸살, 앞다리살 등을 덩어리째 삶아서 푹 익힌 다음에 납작하게 썰어서 새로 만든 김치를 쭉쭉 찢어서 만든 겉절이와 곁들여 먹는다. 수육이 있어서 김장하는 날은 더 풍성해진다.

  김장하는 날은 배추김치 뿐 아니라 총각무 김치, 깎두기, 고들빼기 김치, 갓김치, 쪽파김치, 동치미, 깻잎김치 등을 함께 만들기도 한다. 김치의 종류만도 여러가지다.

 

  겨울을 지나기 위해서는 쌀과 김치를 마련하는 게 필수라는 인식이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문화라서 쉬이 변하지 않는다. 특히나 김치냉장고, 냉장고가 발달하고, 김치공장이 많아져서 사계절 새로 담은 김치를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었지만 김장 담기 문화는 여전하다. 준비하는 과정이 힘들고, 번거롭지만 이렇게 사람이 모이는 문화가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를 잘 했다 싶다.

 

 이런 문화가 있어서 겨울을 준비하면서 함께 모일 수 있다.  올해는 10명이 모였다.  다른 가족을 위해 한 해 동안 농사를 지어 준비해 준 1호 부부의 정성이 담겨 있어서 올해 김장은 더 맛이 있겠다.  돌아오는 길에 보니 아직 단풍잎이 빨갛다.  단풍나무 아래에 빨간 주단을 깔아 놓은 듯 하다.

 

 돌아오는 길에 고향집 마당에 흐드러지게 핀 노란 국화와 보라색 국화를 꺾어와서 식탁에 꽂았다. 한동안 고향집 마당의 국화가 식탁에 머물러 있겠다. 오늘도 가을은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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