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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방학 중 학교 근무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1. 8. 6. 21:06

 

 

"방학인데 학교 가요?"

자주 학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돌아서는데 누군가 인사를 건넨다.  이웃 건물에서 일하시는 분이다.

"네, 학교 교무실, 행정실은 운영해요. 다음주부터는 돌봄교실, 방과후학교도 열고요.

방학이면 학교가 모두 쉬는 줄 아시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학교는 방학에도 쉬지 않아요. 다음 학기를 준비해야 하거든요........"

라고 말하고 운동장으로 들어선다.

 

 운동장은 소나기가 올 때마다 마사토가 쓸려 내려간다. 작년에 잡초 제거를 하고 마사토를 새로 깔면서 수평을 맞추지 않아서 기울기가 심해진 탓에 한쪽으로 물이 쏠리니 마사토가 쓸려서 우수관 쪽으로 흘러들어 간다.  조만간 운동장 수평을 잡아주지 않으면 계속 반복될 일이다.

 

 그동안 운동장 가에 능선길을 만들었는데 자주 비에 쓸려 내려가니 방학 동안에 능선길에 잔디를 심었다.  그리고 잔디가 잘 견딜 수 있도록 물을 고르게 뿌려주는 스프링쿨러를 설치했다.  아침마다 스프링쿨러로 물을 뿌려 준다. 잔디가 뿌리를 잘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여름에는 해가 본격적으로 뜨거워지기 시작하는 9시 이전이나 해가 진 후에 물을 주어야 한다. 뜨거운 햇빛이 내리쬘 때 물을 주면 오히려 식물이 말라버린다. 식물에 뜨거운 물을 끼얹은 거나 같다. 

 

 빗물이 벽을 타고 내려와 교실에 흥건하게 고여서 교실 바닥 마루가 들려서 걸어다닐 때 걸리게 생겼다. 이 또한 방학 동안 공사를 해야 한다. 교실 안에 있는 책상과 물품들을 들어내서 복도에 쌓고 들린 마루를 제거하고 데코타일 위에 마루를 깔고 말린 후에 책상을 들여 놓는 작업이 방학이 끝나기 전에 마무리 되어야 한다.

 

 이번 주는 돌봄교실도 방학이라 학교가 조용하다.   "동문 옆에 있는 수국을 누군가 꺾어갔어요. " 직원의 말을 듣고 나가보니 소담하게 울타리 옆에 핀 수국을 꺾어갔다. "사람이 보는 눈은 같은가 봐요. 예쁘니까 꺾어갔나 보네요. 우리 이웃에 사시는 분이 가져갔으니 좋은 일 했네요." 라고 말했다. 월요일에 있었던 일인데 오늘도 누군가 다시 꽃을 꺾어 갔다고 그 직원분이 말을 해 준다.  학교가 방학이라도 직원이 근무하고 있음을 모르는 모양이다.

 

작년에 소금 뿌리는 제초작업을 해서 운동장에 풀이 생기지 않고 있지만 아마도 내년이면 소금기가 줄어들어 풀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학교 운동장이 예전 처럼 넓게 유지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사실 아이들이 축구하고 달리기 하기 위해 운동장을 사용하는 일은 숫자로 볼 때 매우 적다.  숲이 있고, 산책길이 있는 공원과 자그마한 놀이 공간으로 운동장이 탈바꿈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닌가 한다. 

   유현준 교수(건축학과)에 의하면 운동장과 일자형 학교 건물은 마치 교도소나 군대를 연상시키는 권력을 상징하고 있으며, 감시가 용이한 구조라고 한다.  생각해 보라. 운동장에 누군가 있으면 건물에 있는 사람은 누구나 볼 수 있다. 운동장은 놀이 공간이기도 하지만 사방에서 감시하는 공간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사람이 환경을 지배하지 않으면 사람이 환경에 지배당한다. (모스크바 신사에 나오는 말이다. )

 

 9.1.자로 28명 이상의 과밀학급인 학교에 교사를 증원한다는 교육부 발표에 우리 학교도 덕을 보게 되어 한 학급이 늘어난다. 그런데 준비할 게 많다. 교실도 마련하고, 그 안에 교사용 책상, 의자, TV, 컴퓨터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 전담 시간을 조정하고, 전체 학급의 시간표도 다시 작성하여 2학기 교육과정이 운영되도록 해야 한다. 단 1분의 선생님이 늘지만 관련된 일은 각각의 몫이 다양하다.  그렇더라도 학급당 학생수가 28에서 더 늘어나지 않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아직도 너무나 먼 일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최대 20명이 한 학급에 수용가능한 인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것도 현실을 많이 감안했을 때의 일이다.

 

 방학에도 학교에는 근무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싶어서 길게 썼다. 공문은 수시로 온다. 학생과 직원들의 변화에 대응하고 대책을 수립하고 진행하는 것도 학교가 열려 있어야 할 이유다.  백조가 물 위에서 떠 있을 때도 발은 쉬지 않고 움직인다고 한다. 두 발로 젓지 않으면 백조는 가라앉을 것이다. 학교도 그렇다. 누군가 방학 중에도 쉬지 않고, 지키고, 수리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교무실에 있는 대형 TV에는 CCTV 16대의 상황이 실시간으로 보인다. 210만 화소 이상이라서 선명하다. CCTV로 학교 내외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것도 일 중의 하나다.

 

 금요일은 화단의 화분에 물을 주고 주말을 준비한다.

주말에는 참새와 어치, 길고양이의 운동장이 되고, 플라타너스의 그림자가 달리는 운동장이 될 것이다.

다음 주 부터는 돌봄교실을 연다.  유치원의 스프링쿨러 공사도 마감을 앞두고 있다.

 

방학 동안 보이게, 보이지 않게 학교는 달라진다.

다음 학기 아이들을 맞이하기 위해 변화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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