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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여 백신 접종에 대해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1. 5. 31. 17:11

 정부에서 60세부터 74세까지 백신을 접종하면서 남는 백신을 <잔여 백신 예약>제로 운영하기 위해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그리고 6월 9일부터는 정상 운영한다고 한다. 그래서 네이버에 백신 예약 접종을 들어가 봤다. 바로 화면이 이런 화면이 나온다.  역시 IT 강국답게 빠르다.  당일 신청, 바로 접종을 강조한다.

 잔여 백신 보유 병원을 실시간으로 검색해서 가까운 병의원에서 접종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접종을 받은 사람은 7월부터는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있다고 알린다.

 

  대부분의 미접종자는 잔여 백신을 신청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든다. 

왜?  이렇게 백신 접종을 연령별로 접종하다가 갑자기 잔여백신을 신청한 사람이 맞을 수 있게 바꾼 것일까? 접종자를 늘리기 위한 정책인 건 알겠는데 기분은 왠지......

  연세 드신 분들은 면역력이 낮아서 먼저 접종을 받았고, 이제 60-74세에 접종을 하고 있다.  노쇼가 이 분들만 있는 게 아닐텐데 그럴 경우 그 아래 연령을 접종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55-60세를 적용하는 방법 말이다. 왜 갑자기 잔여 백신의 당일 신청, 당일 접종으로 접종 순서를 바꾸었는지? 하루아침에 뉴스에 보도되기까지 얼마나 검증을 거쳤는지? 궁금하다.  이렇게 경쟁하듯이 남는 백신을 찾아서 먼저 신청한 사람이 먼저 접종한다면 신청할 여력이 없거나 신청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뒤로 밀릴 수 밖에 없지 않을까? 누구나 네이버나 카카오를 쓰고 있지만 이런 식으로 했을 때 접종율은 높일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정부가 그동안 해 온 연령별 접종 등의 정책에 대한 불신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생긴다. 이제껏 정부가 권하는대로 접종에 동참한 국민들에게 신뢰할만한 정책인가는 한 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또 순서의 의해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재미를 흐트려 놓고 접종 숫자만 늘리기 위한 이런 정책은 그다지 반갑지 않다. 왠지 각자생존(各自生存)이 생각난다.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일까?

 

 유명한 마시멜로 실험이 있다. 모두 아는 바와 같이 마시멜로를 한 개 주고 15분 동안 먹지 않고 기다리면 15분 후에 한 개를 더 주겠다고 했다.  이전에 약속을 지킨 사람의 말에는 2/3의 아이가 15분이 넘게 기다린 반면 이전에 약속을 어긴 사람의 말에는 1/2이 넘는 아이들이 1분이 채 되기 전에 마시멜로를 모두 먹어 버렸다고 한다.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만 인내심과 절제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기다린 아이가 성공한다는 것은 맥락을 무시한 실험결과일 뿐이다.

 

  그동안 해 온 백신 접종에 대해 언론의 부추김과 여론의 두려움으로 백신 접종을 꺼려하고는 있으나 차례대로 접종하는 모습이야말로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으며, 국민 모두가 모두 인내하며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에 갑자기 잔여백신접종을 원하는 사람은 신청해서 맞으라고 하는 것은 접종율을 올릴 수 있으나 신뢰의 분위기를 쌓아가고 있는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약속이 흐트려지는 순간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어떻게?  백신 접종한 사람을 표식하여 실외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아도 가능하게 할 것인가?

 뉴스를 보면서 실외 마스크 착용만이라도 하지 않는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여름에 땀이 줄줄 나는데도 마스크를 쓰고 일하는 것은 고역이다. 그런 분들을 위해서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소식이다. 그런데 어떻게 표식을 할 것인가?  그것도 IT를 이용한 표식을 제공할 것인가?

 

뉴스보도 먼저, 나머지는 현장에서 알아서 하는 건가?

주말에 보니 간호일을 하는 분들이 올린 내용이 있었다.

"백신예약을 한 사람에게 어떻게 연락을 해야 하나요?  시스템으로 연락이 가는건가요? 전화로 하는 건가요?"

병원에서 백신을 접종하는 사람도 모르고 있다. 백신 잔여분을 신청한 사람이 어떻게 병원에 와서 접종을 하는지를.

매번 뉴스가 앞서가고, 나머지 현장의 일은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몫으로 맡기는 것은 너무 앞서가는 정책이고, 이런 정책이 국민을 피곤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가 있다.

 

 이번 백신 잔여분에 대한 신청 안내를 보면 든 생각을 적어보았다.  누구나 국민으로서 누려야 할 것이라면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누린다는 생각을 하도록 정책을 펴 주시기를 바란다.  빨리 빨리도 좋지만 공정성과 신뢰감을 주는 정책이면 좋겠다. 요즘 공정, 정의,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말하는 사람이 많아서 고무적이다. 모든 정책이 공정,  정의, 상식에서  출발하여 국민이 신뢰하는 안전한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나는 아직 백신 차례가 되지 않았다. 

오늘, 우리 동네는 잔여백신이 "0"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