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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共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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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共鳴)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1. 4. 8. 22:59

 

퇴근길에 꽃집에 들러 꽃을 사고, 오븐스파게티를 준비해 소풍정원으로 달려와 준 지인이 있다.

코로나 덕분에 야외에서 만났다.

꽃을 선물 받았다.

꽃은 축하할 일을 더 감동하게 하는 재주가 있다.

말로 하지 못한 감동을 오래 오래 전해주는 능력도 가졌다.

 

꽃은 식탁에 둔다.

연노랑 카네이션, 연노랑, 연주황, 분홍이 섞인 달리아, 연분홍장미, 연분홍 레넌큘러스, 연분홍 작은 카네이션, 연주황 거베라, 부풀레움으로 이루어진 꽃다발은 각각의 향을 갖고 있다.

 

월요일 저녁에 꽃을 꽂으면서 맡을 때는 분명 향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서 실망스러웠다. 색도 다들 파스텔톤이라 아기자기하기는 한데 그 분위기는 사진을 찍어도 전혀 실제의 꽃을 담아낼 수가 없다. 안타까웠다.

월요일 저녁,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퇴근하고 올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피기 시작한다.  꽃이 피면서 향기도 점점 진해진다.

꽃 향기를 맡을 때 주로 숨을 들이쉬고 '음~ 향기좋다.'라고 말하는데 오늘 새벽에 새로운 시도를 해 보았다.

먼저 꽃향기를 길게 들이마시면서 꽃의 향기를 오래 몸에 머물게 하고 내 숨을 뱉어 내면서 아까 느끼지 못한 향기도 놓치지 않고 느끼려고 노력해 보았다. 내밀한 숨을 서로 교환한 사이가 되었네~^^ 단순히 들이마실 때 느끼지 못했던 꽃과의 교감이 이루어지는 기분이다. 왜 꽃이 향기를 처음부터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아직 피지도 못한 꽃인데 말이다.  3일이 지난 목요일 새벽에 꽃과의 교감을 통해 느낀 향기는 그 속에 꽃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듯 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소통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소통(疏通)은 성긴 옷감으로 바람이 통하듯이 맺힘이 없이 잘 통함을 말한다. 요즈음 가장 많이 쓰이는 말 중 하나일 것이다.

 

소통에서 한걸음 나아가 공명(共鳴)을 생각해 본다. 공명은 물질이 부딪혀 울림이 발생하는 현상을 일컫기도 한다. 우리가 북을 치면 그 소리를 맞은 편의 벽에 부딪혀서 더 큰 반향을 다시 되돌려 전해준다. 종의 울림과 처마에 매달린 풍경 소리도 울림이 있다.  공명은 에너지의 파장이 넓어져 이전과 다른 영향력을 주는 현상이다.

 

 꽃의 향기를 맡고 다시 내 숨을 내뱉어내고 다시 꽃의 향기를 맡으면 이전과는 다른 좀 더 섬세한 부분의 향도 느낄 수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꽃은 소리를 내지는 않지만 사람에게 에너지를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내가 그 에너지를 받았으며, 또 내 에너지를 꽃이 받고 있는 것이다.

 

 사람 사이도 이처럼 소통으로 그저 막힘없이 통하는 것에서 나아가 울림이 있는 만남이 이어진다면 삶이 풍요로워질 것이다.

 

월요일에 받은 꽃 선물에 감동하여 울림까지 이어지는 생각을 하였다. 감동은 오래 간다.  16년째 이어지는 인연이 이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주변에 좋은 에너지를 나누는 공명(共鳴)이 있으니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