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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선량한 차별주의자> 본문
평등은 변화의 두려움을 딛고 온다.
"엄마가 일하면 누가 아이들을 돌보나요?"
"역시 여자라서 섬세하시네요."
"역시 남자라서 힘이 세시네요."
"이렇게 예쁜데 왜 연애를 안 하세요?"
"무슨 과, 몇 학번이세요?"
"남자 친구 있어요?
먼지차별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먼지차별이란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도처에 깔려있고, 유해하며 늘 치우지 않으면 쌓이는 먼지와 차별을 동일시하여 만들어낸 단어이다. 먼지처럼 작지만 차별이 되는 말과 행동들이다. 누군가에게 내뱉은 말과 무심코 한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혐오와 차별이 되고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먼지차별은 성별, 나이, 인종, 성 정체성, 장애 등 상대의 특징만에 주목해 삶 전체를 재단하는 오류를 범하는 행위이다.
김지혜 작가는 다문화학과 교수로 소수자, 인권, 차별에 관해 가르치고 연구한다.
사람들은 대체로 평등을 지향하고 차별에 반대한다. 관념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다수자 차별론도 결국은 차별은 옳지 않다는 기본 전제 위에 성립한다. 사람들은 적어도 평들이라는 원칙을 도덕적으로 옳고 정의로운 것이라고 받아들인다. 대부분의 선량한 시민에게 차별을 하거나 어떤 방식으로든 차별에 가담한다는 건 도덕덕으로 허락되지 않는다. 차별이 없다는 생각은 어쩌면 내가 차별하는 사람이 아니길 바란다는 간절한 희망일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히려 그렇게 믿고 있는 사람이 역설적으로 차별을 하고 있을 가능성은 높다. -p.25-26
'결정장애'라는 말을 나고, 내 주변의 사람들도 많이 사용한다. 이 말리 왜 문제가 되는지 작가 자신도 궁금하여 알아보니 무언가에 '장애'를 붙이는 건 '부족함, 열등감'을 의미하고, 그런 관념 속에서 '장애인'은 늘 부족하고 열등한 존재로 여겨진다(p.6.)는 답을 얻는다. 먼저 언급한 '먼지차별'처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차별을 하였으니 차별하는 사람은 없고 차별을 당하는 사람만 있는 셈이다. 차별은 분명 양쪽의 불균형에서 일어나는 일이며 모두에게 부정의함에도 희한하게 차별을 당하는 사람들만의 일처럼 이야기 된다(p.7)는 것이다.
미국 웰슬리대학의 페기 매킨토시(Peggy Mcintosh)교수는 백인으로서 자신이 누리를 일상적 특권을 46가지를 수집하여 발표하였다. 그중 몇 가지를 골라 본다.
*내가 책임자를 부르면 거의 틀림없이 나와 같은 인종의 사람이 나올 것이다.
*나는 밤에 공공장소에서 혼자 걷는 걸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운전을 부주의하게 한다고 해서 나의 성별을 탓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승진에 자꾸 실패한다면 그 이유가 성별 때문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특권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공기처럼 습관이 되어 있어서 느낄 수가 없다. 그 걸 알아차리는 계기는 그 특권이 흔들리는 경험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또 기회가 주어지는 만큼 그에 대한 책임이 따르기 때문에 누가 더 쉽고, 누가 더 어려운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단지 다른 집단과 비교해서 자연스럽고 편안하고 유리한 질서가 있다는 것이다.
1부 <선량한 차별주의자의 탄생>에서는 서는 곳이 바뀌면 풍경도 달라진다/ 우리는 한 곳에서만 서 있는 게 아니다/새는 새장을 보지 못한다 라는 부제 하에 우리가 어떻게 차별을 보지 못하는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되는 지를 설명한다. 복잡한 세상을 단순하게 바라보기 위해 우리가 만든 범주화의 경향에 의해 분류하는 과정을 거친다. 일단 성별, 나이, 직업, 종교, 성적 지향, 출신 국가 등이 해당된다. 특히 인종에서는 흑인, 성별에서는 여성, 종교에서는 이슬람, 성적 지향은 동성애자 등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이 존재함을 말한다. 또한 딱지와 얼룩으로 묘사되는 본교와 분교 캠퍼스의 문제, 성 역할로 고착화된 직업 문화로 인해 차별화된 직업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선택에 대해서도 말한다. 구조적인 차별에 둘러싸인 사회에서는 차별을 받는 사람들 조차 그 질서에 맞추어서 생각을 하고 행동을 함으로써 불평등을 유지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2장에서는 <차별은 어떻게 지워지는가>에서는 차별이 어떻게 정당한 차별로 위장되는 지를 알아본다.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덤비는 이유/ 어떤 차별은 공정하다는 생각/ 쫓겨나는 사람들/ "내 눈에는 안 보였으면 좋겠어."의 순서로 부제를 선정하였다. 흑인을 비하하는 농담, 누군가를 비하하는 유머나 농담의 효과에 대해 묻는다. 맹구, 영구, 흑인을 비하하는 시커먼스라는 TV 개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우리는 그 연기자들이 바보연기를 잘하고, 흑인처럼 분장을 하여 연기를 하면 웃어넘겼다. 그런데 작가의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은 자신이 동일시하는 집단을 우울하는 느끼게 하는 농담, 달리 말하면 자신이 동일시하지 않는 집단을 깎아내리는 농담'을 즐긴다는 것이다. 나와 관계없는 사람,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여겨야 농담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돌프 질만과 조앤캔더의 1972년 연구) 사람들은 어떤 집단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편견을 가지고 있더라도 보통의 상황에서는 사회규범 때문에 드러내지 못한다. 하지만 누군가 비하성 유머를 던질 때 차별을 가볍게 여겨도 된다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비하성 유머가 마음속 편견을 봉인해제시킨다고 말한다. (토머스포드와 동료들의 연구) 메릴린 프라이(Marilyn Frye)는 억압의 상태를 새장에 비유한다. 새자을 가까이에서 보면 철망이 한 줄씩 보인다. 철망은 하나씩 보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 얇은 선 하나가 새의 비행을 방해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새장에서 뒤로 물러서서 바라보아야만 그 철망들이 모여 새장을 이루고 있으며 이 새장이 새를 가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구조적으로 연결된 강압과 장벽의 네트워크'가 우리의 날갯짓을 방해하고 있다.(p.78)
그래서 저자는 차별을 어쩔 수 없다고 감수하거나, 차별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을 예민하게 보거나 불평이 많은 사람으로 몰아붙이거나 특권을 누리려고 한다고 비난하는 행동을 의심하라고 조언한다. 내가 보지 못한 무언가를 지적해 주는 누군가가 있어야 내 시야가 미치지 못한 사각지대를 발견할 수 있으며, 그 성찰의 시간이 있어야 그저 자연스러워 보이는 사회질서를 무의식적으로 따라가서 차별에 가담하지 않게 된다고 말한다. 평등을 얻기 위해서는 작은 의심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3부에서는 <차별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 이야기한다. 평등은 변화의 두려움을 딛고 온다/모두를 위한 평등/차별금지법에 대하여-에서는 차별에 도전하는 노력들이 기존 사회 질서에 대한 위협으로 느껴지는 긴장과 마주한다. 공공질서와 인권과의 관계, 기존의 법과 질서와 낯선 상황에 대한 낯섦과의 관계에 대해 말한다. 또, 권위에 순응하는 경향이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 대해서도 말한다. 흔히 사람들은 익숙한 기존의 법과 질서를 유지하는 것을 원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세상을 위험한 곳이라고 인식하고, 타인의 동기를 의심하며 이질적인 사람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 두려움과 의심 때문에 변화를 반대하게 된다는 것이다. (p.160) 영화 '히든 피겨스'(2016)는 미국 NASA에 근무하는 흑인 여성들이 겪는 인종 차별과 성 차별을 그려내고 있다. 백인 남자용, 유색인종 남자용, 백인 여성용, 유색인종 여성용 이렇게 네 개의 화장실이 한 층에 필요함을 역설하며, 마침내 흑인 여성이 백인 여성 전용의 화장실을 함께 쓰게 되는 장면은 '먼지 차별'을 겪으며 비가 오는 날에도 비를 맞으며 800M 떨어진 다른 건물 화장실을 가야 했는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반갑고 편안한 일인지를 보여준다.
작가가 말하는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흔히 존재한다. '무의식적이었고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억압에 기여한 행동, 행위, 태도에 대해 사람들과 제도는 책임을 질 수 있고 책임을 져야 한다. '고 말한 아이리스 영의 말을 인용하면서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했던 행동을 성찰하고 습관과 태도를 바꾸어야 할 책임'을 우리들이 가져야 함을 차별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라고 제언한다. (P.189)
이 책은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 공존의 조건으로서의 평등의 의미를 생각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을 통해 평등은 시작된다고 본다. 사실 차별은 너무나 작은 것부터 존재하였기에 '먼지차별'이라는 말이 생겨났을 것이다. 작아서 보이지 않을 정도고, 아무런 무게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쌓이고 쌓여서 먼지 덩어리가 되어 우리 삶과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발전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관찰하는 성찰이 필요하다는 것을 작가는 말하고 싶은 것이다.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제목부터 무겁다. 내가 차별주의자임을 인정하고 읽어야 하는 책이다. 그러나 분명 세상은 달라지고 있고, 나도 함께 달라져야 한다, 도한 다양성의 시대에 협업만이 우리가 세상을 살아갈 방법임을 생각할 때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절차를 겪어야 한다. 이 시대를 사는 누구나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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