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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우리 반 목소리 작은 애>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4. 9. 24. 17:03

 

<우리 반 목소리 작은 애>는 현직 초등학교 교사인 김수현의 동화로,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 소담이가 교실에서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는 이야기를 통해 독자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번 서평에서는 책의 줄거리, 주제, 문체, 개인적인 감정적 반응을 분석하여 이 작품의 가치를 살펴보겠습니다.

이야기는 주인공 안소담이 초등학교 입학 후 겪는 일상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목소리가 작은 소담이는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기 어려워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소외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나 집이나 놀이터에서는 목소리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내가 학교에만 도착하면 리모컨 요정이 음량을 쑤욱 떨어뜨리는 건 아닐까?”(p. 13) 소담이가 겪는 어려움은 두 가지 요인에서 비롯됩니다. 하나는 친척 하준이 오빠의 충고인 “초등학교 들어가면 글씨도 예쁘게 써야 하고, 밥도 남기면 안 되고, 숙제도 잘 해야 한다.”(p. 15)에서 비롯되며, 또 하나는 담임선생님의 “여러분, 지금부터 불필요한 말은 하지 마세요.”(p. 17)라는 말입니다. 이 문제는 교실에서 있었던 스피드 게임과 재채기 사건으로 인해 절정에 도달하고, 담임선생님의 기지로 소담이는 “고맙습니다”라는 말로 용기를 얻어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고 스피드 게임에서 다시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마무리됩니다.

 

이 책은 어느 학교, 어느 교실에나 존재하는 ‘목소리 작은 애’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함묵증과 함구증은 차이가 있습니다. 함구증은 언어 표현의 전반적인 결핍을 나타내고, 함묵증은 특정 상황에서 의도적으로 말을 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보통 사회적 불안이나 과거의 경험으로 인해 특정 상황에서 말을 하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함구증은 일반적으로 말을 하지 않거나 극도로 피하는 상태를 의미하며, 주로 심리적인 원인으로 발생합니다. 이 경우, 사람은 언어적 표현이 어려워지고 의사소통에 큰 어려움을 겪습니다. 메라비언(Merabian)의 연구는 비언어적 요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사람들 간의 감정이나 태도를 이해하는 데 있어 언어 외의 요소—예를 들어, 몸짓과 표정(55%), 목소리 톤(38%), 말하는 내용(7%)—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합니다. 함묵증과 함구증은 타인 앞에서 말을 한다는 불안과 두려움에서 기인하므로 개인의 노력과 용기도 중요하지만, 약물치료나 상담치료를 통해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안소담은 일시적인 초등학교 1학년의 적응 과정에서 함묵증이 나타나고, 소담이를 이해하고 기다려 주는 엄마와 담임선생님의 따뜻한 행동으로 마음을 열게 됩니다. 목소리가 너무 크거나  아주 작다는 특징은 사회생활에 불편함이 없다면 문제되지 않지만, 자신이 문제시한다면 큰 핸디캡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반 목소리 작은 애>는 담임교사로서 목소리 작은 아이를 안타깝게 생각하며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하는 과정에서 문제 해결의 방법을 제시합니다. 주인공이 겪는 어려움은 우리나라의 교실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경험이기에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상급 학교에 입학하는 전환기는 개인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자아 발견의 과정이며, 여러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30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교단을 향해 앉아 담임선생님의 말에 집중해야 하는 교실 환경에서, 담임선생님은 개인이 아닌 30명의 학생으로 바라봐야 하므로 담임선생님의 말에 상처를 받는 학생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주인공 안소담의 담임선생님은 그 많은 방법 중에서 기다려 주기와 쉬운 단어부터 시작할 기회를 선택했습니다. 그 외에도 불안을 다루는 방법으로 인지행동 치료, 놀이치료, 말하기 연습 프로그램, 항불안증 약물치료 등이 있습니다. 주인공이 자신의 목소리를 찾기 위한 여정은 많은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과정임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소꿉놀이에서 아기 역할을 맡은 친구 하린, 아기 역할만 하는 딸에게 개구리 역할도 해 본 엄마, 콧물이 나왔지만 말하지 못하는 소담이에게 메모지를 주고 기다린 선생님 등 다양한 도움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재촉하거나 야단치거나 놀리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동화라서 가능할 수도 있고, 초등학교 1학년이라서 가능한 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이보다 훨씬 가혹하며, 부모나 선생님이 “아, 이 아이는 함구증, 함묵증이야.”라고 단정을 짓는 순간 회복될 확률은 더욱 낮아지고 기간은 더 길어질 수 있습니다. 중요한 사실은 혼자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우리 반 목소리 작은 애>는 정체성 확립과 자아 발견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있어 초등학생이나 교사, 학부모에게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저자는 목소리 작은 아이의 문제를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엮어 흥미롭게 구성했습니다. 문제 해결 과정에서 등장하는 학교와 교실, 가정의 상황은 아이들에게 익숙한 공간이기에 공감도를 높입니다. 책 표지는 민트색으로, 19*24.5cm의 크기로 일반 책에 비해 가로가 길어 시선을 끕니다. 그림은 주인공들의 행동과 표정의 특징을 약간 과장되게 전달하며, 소복이 작가 특유의 친근한 표현 방식이 적용되어 아이들에게 친근하고 재미있습니다. 그림책을 읽고 난 다음 단계인 초등학교 1~2학년 학생들에게 적합한 글 밥을 가지고 있지만, 다소 이야기가 긴 편입니다.  내용이 다소 교훈적이고, 이상적인 학교 선생님과 친구들, 부모님의 태도 등은 현실과는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좋아하실 만한 내용입니다.  이 작가의 문체는 구어체로 쓰여서 동화책을 읽어주는 어른들이 술술 읽어도 부담 없으며 아이들이 소리를 내 읽을 때도 손색이 없을 만합니다. 소리를 내 책 읽기는 발음, 발성 연습, 목소리 조절에 가장 좋은 연습법 중 하나입니다. 이 책을 소리를 내 읽고 목소리가 너무 크거나 작아서 고민인 학생들이 자신만의 목소리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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