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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그림책 <왜 우니>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4. 7. 16. 17:50

눈물의 미학, 눈물 너머 케렌시아

울기 직전의 아이

‘혼자 울 수 있는 작은 방이 있었어요. 방문을 꼭 닫고 눈물이 한 방울도 남지 않을 때까지 울었어요. 어느 날은 미처 그 방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길에서 운 적이 있는데 창피하기보다는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느꼈어요. 그런 눈물에 대한 이야기가 늘 하고 싶었어요.’

이 책의 저자는 <왜 우니>를 쓰게 된 배경에 대해 위와 같이 밝혔다. 25개의 장면에서 25가지의 이유로 울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표지를 넘기면 주인공으로 보이는 사람이 시무룩한 표정에서 실컷 울음을 터뜨려 울고 나서 개운한 얼굴로 다른 이들의 우는 이야기를 들으려고 나서는 모습이 나온다. 저자는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우는 이들의 사연을 다양하게 풀어내고 있다. “엄마가 있는 줄 알았는데 엄마가 없어서 울어”라고 말하는 아이에게서 출발한다. 2번 사연의 주인공은 “엄마가 없는 줄 알았는데 엄마가 있어서 울어.”라고 말한다. 풋! 하는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장면이 있다. 엄마는 안된다고 하는 불량식품 과자를 아빠는 사줬는데 엄마에게 들켜버린 아이의 표정이 압권이다.

로버트 플루치크 - 감정의 종류

우는 행위는 대부분 슬픔에서 비롯된다. 인간의 감정을 동양권에서는 칠정(七情)이라 하여 기쁨(喜), 분노(怒), 슬픔(哀), 즐거움(樂), 사랑(愛), 증오(惡), 욕망(慾)을 꼽는다. 로버트 플루치크는 <정서의 바퀴>에서 즐거움(joy),신뢰(trust),두려움(fear),놀람(suprise),슬픔(sadness),싫어함(disgust),화남(anger),바람(anticipation)등의 여덟가지 감정을 주요 감정으로 들었다.(자료1참고) 동서양을 막론하고 슬픔은 기쁨보다 훨씬 보편적인 감정이다. 자신, 또는 남의 불행이나 실패의 경험, 예측 또는 회고(回顧)를 수반한 우울한 정서를 말한다. 혈액순환이 약해지고, 호흡이 느려지며, 안색이 창백해지고, 흔히 눈물을 흘린다. 슬픔은 기쁨보다 훨씬 보편적인 감정이다. 슬픔을 겪은 사람은 타인의 슬픔에 반응할 줄 알고, 공감할 줄 알며, 위로할 줄 안다. 위로받은 슬픔은 인생의 실패나 상처를 털고 다시 일어설 원동력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가장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이 바로 슬픔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속해서 아무 이유 없이 장기간 슬픈 경우 우울증이 되지만, 그렇다고 아예 슬픔을 배제해버리면 오히려 그 상처가 곪아 조울증이나 증오,분노같은 감정으로 바뀌어, 현실적이지 못한 인간이 되어버린다.

 

아이들만 우는 게 아니다. 13번째 이야기의 이모는 “안 울고 싶었는데 옆에서 울어서 따라 울어.”라고 답한다. 아이를 달래도 아이가 계속 울 때 엄마는 이유를 알지 못해 답답한 나머지 따라 울 때도 있다. 할머니도 운다. “우리 엄마가 점점 작아져서 사라져 버릴까 봐 울어”라고 말한다. 아빠도 운다. “이쪽에서 밀고 저쪽에서 미는데 서 있을 자신이 없어 울어.”라는 말을 아이에게 하는 아빠를 보고 아이들은 아빠의 노고와 슬픔을 짐작할 수 있을까? 어른들도 운다는 점에서 아이는 감정에 대해 새로운 면을 알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같이 울어 주고 싶은데 눈물이 안 나와서 나도 곤란해.”라고 말하는 여학생을 보면 누구나 그럴 때 한두 번쯤은 있었던 기억이 날 것이다. 눈물은 아무 때나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나오는 게 아니다. 시간, 장소, 기억 등의 여건이 갖추어졌을 때만 가능하다. 

아빠의 눈물

스페인어로 케렌시아(Querencia)는 피난처, 안식처, 회복의 장소를 의미한다. 투우 경기장에서 투우사와 마지막 결전을 앞두고 싸우다 지친 소가 자신이 정한 장소로 가서 숨을 고르며 힘을 모으려고 잠시 쉬는 곳을 말한다, 최근에는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나만의 휴식처를 찾는 현상으로 불리고 있다. 휴가를 떠나는 행위도 나름의 케렌시아를 찾아 떠나는 일이다. 신학자 헨리 나우웬은 ‘한적한 곳을 모르는 삶, 고요가 자리하지 않는 삶은 쉽게 파괴된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세상이 발전할수록 사람들은 한적한 곳, 고요한 곳에서 멀어져 CCTV와 휴대전화와 연결된 인터넷 세상과 묶여 1분 1초도 벗어나지 못하는 삶에 갇혀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슬픔이 자신의 감정 중의 가장 기본이 감정이라고 한다. 슬픔은 자신만의 케렌시아를 찾아 자신의 감정과 온전히 마주하라는 신호일 수도 있다. 감정은 사람마다 다를 수는 있어도 감정의 공감을 통해 서로를 확인하고 서로를 인정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감정은 흐르는 물과 같다. 감정에 기억을 대입하면 분노가 되기도 하고 감사가 되기도 한다. 또 감정을 억지로 붙잡고 놓지 않으면 생각이 집착이 되어 자신을 송두리째 삼켜버릴 수도 있다. 그런 감정의 흐름을 들여다보는 곳이 케렌시아이고 저자는 다행히 케렌시아를 가진 적이 있는 어른으로서 감정이 흘러가는 걸 흐르는 대로 관찰하는 일을 그림책 <왜 우니>를 통해 말하고 있다.

 

[질문 만들기]그림책 <왜 우니> 독서 전, 중, 후 독서 활동

 

-내가 울게 된다면 언제일까?

-기뻐서 울었던 때는 언제일까?

-슬퍼서 울었던 때는 언제인가?

-화나고 억울해서 울었던 때는 언제인가?

-빗속에서 울었던 경험이 있나?

-해가 쨍쨍할 때 울었던 경험이 있나?

-빗속에서 우는 아이는 왜 우는 걸 들키고 싶지 않았을까?

-내가 울 때 가장 위로가 되었던 장소가 있나?

-내가 울 때 가장 위로가 되었던 사람이 있나?

-나는 울고 싶을 때 어떻게 하나?

-해소되지 않는 슬픔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최근에 울었던 이유는?

-울어야 하는 상황에 나만 울지 못해 난감했던 적이 있었나?

-울고 있는 사람을 어떻게 위로를 해야 할까?

-다양한 울음의 이유 중 가장 공감이 갔던 울음이 있다면?

-마지막으로 누군가의 울음을 본적이 언제였나?

-다양한 눈물의 이유 중 조금은 신선했던 울음은?

 

-감정을 표현하는 건 자신과 타인을 위해 필요하다. 특히 한국 사람은 감정표현에 익숙지 않아서 무표정한 얼굴로 인식되기도 한다. 감정을 잘 표현하려면 어떻게 표현하는 게 좋을까?

-책 마지막 페이지에 보면 서로가 서로의 눈물을 닦아주는 장면이 나온다. 가족, 학교, 친구 관계 등에서 서로의 감정을 알아주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왜 우니>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책이다. 최근 영화 <인사이드 아웃 2>는 기본 감정인 기쁨(joy), 슬픔(sadness), 소심(fear), 버럭(anger), 까칠(discust)에 이어 사춘기 들어 발생하는 감정인 불안(anxiety), 부럽(envy), 당황(embrassment), 따분(ennui)의 감정이 추가해서 소개하고 있다. 사람의 감정은 익히 학자나 책에 의해 발표된 감정보다 미묘하고 다양해서 말로 하지 못할 감정도 있다. 그리고 긍정적인 감정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긍정적인 감정을 갖기가 어렵기 때문에 긍정적인 감정을 가지도록 말하고 있다. 영화 중에 기쁨이가 하는 말을 보자 “ 어른이 되면 그렇게 되나 봐. 즐거움이 없어져. 항상 긍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아? 기쁨이 가는 곳에 슬픔도 함께 가지.” 슬픔은 슬픔으로 끝나지 않고 슬픔의 감정이 해소되면 기쁨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감정은 사용할수록 늘어나고 다른 감정들을 불러드리기도 한다. 그렇다고 보면 감정이 풍부한 삶이야말로 삶을 풍요롭게 하는 방법일 수 있다. 문득 올라오는 감정들을 들여다보고 매무새를 갖춰서 표현한다면 자신도 주변의 사람들도 행복해질 수 있겠다.

 

  이 책은 한 번 읽으면 안 되고, 적어도 다섯 번은 읽고, 열 번 읽으면 더 할 이야기가 많아지는 그림책이다. 작가는 <나는 나를 돌봅니다>라는 청소년 대상의 책을 심리학자 박진영 박사와 함께 출간했다. 또 <내 마음을 알아주세요. 내 마음을 안아주세요>라는 어린이용 책도 펴냈다. 이 두 책을 함께 읽는다면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직면해야 할지 조금은 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책의 첫 표지와 뒷 표지를 보고 주인공의 표정이 달라졌음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모든 울음의 주인공들이 서로의 눈물을 닦아주고, 다른 이의 감정을 공감해주는 화기애애한 마무리도 아름답다.  책을 덮으면 저자가 각 사람에게 "당신의 케렌시아는 어디인가요?"라고 묻는 질문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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